[직썰 / 임나래 기자] 정부가 불법하도급에 대한 제재 수위를 대폭 끌어올렸다. 영업정지는 최대 1년으로 늘고, 과징금은 전체 하도급대금의 최대 30%까지 부과된다. 신고 포상금 상향 등 제보 유인책도 강화됐다.
그러나 건설업계는 “강한 처벌이 곧 현장 통제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며 제도 설계의 공백을 지적한다. 공사 기간 압박과 원가 이하 낙찰 등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다단계 하도급은 계속될 수 있다.
◇강력 제재·신고 유인 강화…정부, 투트랙 압박
국토교통부가 11일 발표한 개정안은 불법하도급 적발 시 영업정지를 기존 4~8개월에서 최소 8개월~최대 1년으로 상향했다. 과징금도 하도급대금의 24~30%로 높아졌다. 현행 건설산업기본법 체계에서 가능한 최고 수준이다.
신고 활성화를 위한 장치도 확대됐다.
신고자가 불공정 행위 증거를 제출하지 않아도 포상금 지급이 가능해졌고, 지급액 역시 최대 1000만원으로 늘었다. 최근 재하도급 과정에서 사고가 반복되자 정부가 현장 제보 문턱을 낮춰 단속 효과를 끌어올리려는 조치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증거 확보 부담이 낮아지면서 문제 제기가 쉬워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정부가 불법 재하도급 관행을 강하게 겨냥하겠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재하도급 추적 의무 강화됐지만…“원청 권한·현실 괴리 커”
업계는 제재 강화가 실제 현장의 관리·감독 능력을 높일지는 회의적이다.
법적으로 원청은 하도급사의 재하도급 여부를 확인해야 하지만, 타사 내부 계약 문서를 요구할 권한은 없다. 수십개 협력사를 상시 점검하는 데도 인력·비용 측면의 한계가 뚜렷하다.
업계 관계자는 “파트너사의 계약 전반을 들여다보려면 사실상 내부 경영에 개입하는 모양새가 된다”며 “관리·감독 범위와 과도한 개입 사이의 경계가 현장에서 모호하다”고 말했다.
재하도급 추적 의무가 강화됐지만, 원청이 실효성 있는 통제 권한을 갖지 못한 구조에서는 단속의 지속성이 떨어질 수 있어서다.
◇공기·원가 구조 개선 없이 ‘처벌만 강화’…근본 병목 해결해야
현장의 하도급 구조는 이미 복합적 압박 속에서 왜곡돼 있다. 원자재 가격과 노무비가 오르는 가운데 공기 단축, 잦은 설계 변경, 야간·돌관 작업 등으로 간접비가 늘었다.
그러나 계약 단가는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면서, 비용·리스크가 하위 단계로 전가되고 다단계 하도급이 상시화되는 구조다.
이번 개정안은 사후 처벌 중심으로 설계돼 구조적 원인을 선제적으로 해소하는 장치가 부족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재하도급을 해야 할 경우 반드시 신고하도록 하는 표준 절차와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며 “어디까지가 원청의 의무인지 기준이 정리돼야 현장에서 혼란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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