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N 위클리 컬처] 12월 둘째 주 문화 3선...‘더 러닝 맨’·‘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Night Bod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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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N 위클리 컬처] 12월 둘째 주 문화 3선...‘더 러닝 맨’·‘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Night Bodies’

투데이신문 2025-12-13 09:30:3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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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전세라 기자】 오는 14일은 '군밤 데이'라고 합니다.

'삼겹살 데이', '짜장면 데이' 등 “이런 기념일이 있어?” 싶을 만큼 다양한 기념일들이 가득한데요. 누군가는 ‘쓸데없이 이런 걸 왜 만들었나’ 싶을 수도 있지만, 기념일은 반복되는 일상에 작은 ‘마디’를 만들어주는 장치가 아닐까 합니다.

우리가 흔히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흐르는 것 같다’고 느끼는 것도 시간을 연속된 흐름으로 기억하기보다, 에피소드처럼 장면 장면으로 저장하기 때문이죠. 한 방송에서 김영하 작가가 “기념일을 기억하고 축하하는 일이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방법”이라고 말한 것처럼, 평범한 하루에 기념일 하나를 더하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다른 하루’를 만들 수 있습니다. 

[TN 위클리 컬처]를 통해 누군가의 하루가 한 장면의 추억으로 남을 수 있기를 기대하며 이번 주도 어김없이 '무엇을 볼까', '어디를 갈까' 고민하시는 분들을 위해 엄선한 문화예술을 선보여드리겠습니다.


 영화 더 러닝 맨

영화 <더 러닝 맨> 스틸컷 [사진 제공=
영화 <더 러닝 맨> 스틸컷 [사진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누군가의 삶이 콘텐츠가 될 때

언제부턴가 우리는 누군가의 삶을 ‘콘텐츠’로 바라보는 데 익숙해졌습니다. 관찰 예능, VLOG(브이로그) 등 일상의 순간들이 손쉽게 화면 위에 오르는 시대인데요. 생존을 건 경쟁에서 타인의 불행을 실시간으로 소비하는 장면을 냉소적인 블랙 액션으로 담아낸 영화가 개봉했습니다. 

영화 <더 러닝 맨> 은 실직한 가장 ‘벤 리처즈’가 아픈 딸의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거액의 상금이 걸린 생존 게임에 뛰어드는 이야기입니다. 얼핏 보면 ‘헝거게임’ 시리즈를 떠올릴 수 있지만, 거대 미디어 기업이 설계한 게임 속에서 시민들이 관객을 넘어 제보자이자 공범으로 게임에 개입된다는 점에서 흥미를 자극합니다. 시청률과 여론에 따라 소비되고 조작되는 세계 속에서 스스로의 존엄과 진실을 찾아 달리는 ‘러닝 맨’의 모습을 통해 미디어가 만들어 낸 폭력과 집단적 공모의 구조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죠.

영화 <베이비 드라이버> , <새벽의 황당한 저주> 등 리듬감 있는 연출과 장르적 풍자로 사랑받아온 에드가 라이트 감독은 이번 <더 러닝 맨> 에서도 자신의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합니다. 빠른 호흡의 추격 장면과 감각적인 편집은 관객의 몰입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생존이 곧 콘텐츠가 되는 세계의 잔혹함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죠. 또한 액션의 쾌감에 머무르지 않고 미디어와 권력이 만들어 낸 구조를 비틀어 보여주는 점에서 이번 영화는 동시대성을 강하게 품은 필모그래피로 남을 것 같습니다.

누군가의 생존이 쇼가 되는 사회, 그 안에서 개인은 어디까지 밀려날 수 있을까요. 추격 액션의 긴장감 속에 묵직한 질문을 자아내게 하는 영화 <더 러닝 맨> 은 현재 전국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도서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책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내용 발췌 [이미지 제작=투데이신문]
책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내용 발췌 [이미지 제작=투데이신문]

떡잎부터 달랐다

‘천재는 떡잎부터 다르다’고들 하죠. 음악·체육처럼 어린 나이에 두각을 나타내는 분야가 있는 반면, 시간과 삶의 결이 층층이 쌓여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문학은 종종 더 늦은 시기에 작품성과 재능이 평가되곤 합니다. 그런데 이번에 소개하는 책의 저자는 2001년생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권위 있는 ‘아쿠타가와상(제172회)’을 수상하며 그 통념을 가볍게 뒤집었습니다.

아쿠타가와상은 심사 결과에 따라 적합한 수상작이 없으면 ‘해당 작품 없음(該当作なし)’을 발표할 정도로 기준이 엄정하기로도 알려져 있는데요. 실제로 올해 상반기 시상식에는 수상된 작품이 없었습니다.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는 집필 배경부터 독특합니다. 23살의 젊은 저자, 스즈키 유이는 동일본 대지진을 겪으며 언어와 진실, 관계와 상실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합니다. 이후 연간 천권 이상의 책을 읽으며 깊은 탐구를 이어온 작가는 가족 자리에서 홍차 티백의 문구를 보고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를 집필하기 시작했습니다. 

소설은 저명한 괴테 연구가 ‘도이치’가 홍차 티백에 적힌 괴테 명언을 발견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평생 괴테를 연구해 온 자신조차 본 적 없는 문장의 근원과 진위를 찾아 나가는 과정에서 창작과 학문, 사랑과 가족, 진실에 대해 묻는 이야기로 확장됩니다.

영화뿐 아니라 독서에도 깊은 견해를 가진 이동진 평론가가 ‘이달의 책’으로도 언급했는데요. 올겨울, ‘한 줄의 문장이 사람을 어디까지 끌고 갈 수 있는지’ 궁금한 분이라면 이 책을 만나보셔도 좋겠습니다.

 

 전시 Night Bodies

전시 <Night Bodies>를 관람 중인 관객 [사진 제공=콜드슬립]
전시 를 관람 중인 관객 [사진 제공=콜드슬립]

저녁 6시부터 새벽 4시, 밤에만 여는 전시

아침보다 밤에 유독 더 창의성이 샘솟고 활동성이 넘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 역시도 ‘올빼미형’ 인간으로서 밤의 고요함과 분위기를 즐기는 편인데요. 예외 없이 오전 9시에 열어 오후 6시에 문을 닫는 전시장을 오가며 ‘밤에도 여는 전시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곤 했습니다. 그렇게 상상만 했던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김미현 작가의 개인전 는 해가 진 뒤에만 문을 여는 심야 전시입니다. 어두운 조도 아래 선 관객은 소설 속 1인칭 화자의 서사를 직접 발화하는 방식으로 작품의 참여자가 되는데요. 더욱 예민해지는 청각과 촉각을 통해 관객은 인간 신체가 지닌 서로 다른 시간성과 취약성, 그리고 대항성에 대한 감각을 탐구하게 됩니다. 

사전 예약제로만 운영되는 이번 전시는 회차당 최대 2명만 입장할 수 있다는 점도 인상적입니다. 저녁 6시부터 새벽 4시까지 이어지는 심야 시간대에 방해 없이 전시에 몰입하는 경험은 낮의 전시에서 얻기 어려운 밀도 있는 몰입을 만들어냅니다. 낮과는 다른 리듬으로 흐르는 시간 속에서 몸으로 경험하는 전시를 찾고 있다면 김미현 작가의 는 색다른 선택지가 될 것입니다.

밤이라는 시간 속에서 신체와 감각, 서사가 만나는 지점을 탐색하는 전시 는 서울 강북구에 위치한 콜드슬립(koldsleep)에서 오는 21일까지 경험할 수 있습니다. 


송년회가 이어지는 요즘입니다. 해외에서는 케이크 위에 올해 달성한 크고 작은 목표를 초 대신 꽂는 ‘성취 케이크(accomplishment cake)’가 유행이라고 하는데요. 시험 합격, 꾸준히 이어온 습관, 무사히 한 해를 버텨낸 것 등 내가 한 해 동안 이뤄냈던 것을 남들의 비교 없이 눈에 보이는 형태로 축하하는 방식이라고 합니다. 거창한 성공이 아니어도 충분히 축하받을 만하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어 연말 분위기와도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바쁘게 지나온 2025년의 끝에서, 스스로에게 작은 축하를 건네보는 것도 의미 있는 마무리가 되지 않을까요.

그럼, 다음 주에도 색다른 문화예술을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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