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신문 = 태국 방콕/ 박수연 기자] DRX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e스포츠 최고 권위의 세계 대회인 ‘펍지 모바일 글로벌 챔피언십(PUBG MOBILE Global Championship, 이하 PMGC)'에서 그랜드 파이널 첫날부터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무엇보다, 그룹 스테이지 최다 '치킨 공장'으로서, 이날 역시 '치킨력(결정력)'을 과시한 것이 고무적이다.
DRX(디알엑스)는 12일 태국 방콕 시암 파라곤(Siam Paragon) 특설 경기장에서 열린 'PMGC 2025' 그랜드 파이널 데이 1 경기에서 50점(32킬)을 획득하며 3위를 기록했다.
선두와는 불과 6점 차로, 치열했던 상위권 경쟁에서 3위에 오를 수 있었던 저력은 단연 '큰 거 한 방'에서 나왔다. 그룹 스테이지 사흘간 치러진 열여덟 매치 중 무려 3분의 1에 가까운 다섯 매치에서 치킨을 쓸어 담으며 조 1위로 그랜드 파이널에 오른 DRX의 남다른 치킨력이 파이널 무대에까지 이어진 셈이다.
DRX는 이날 첫 경기부터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며 순조롭게 출발했다. 매치 1은 론도 전장에서 열린 가운데, DRX는 네옥스 팩토리(Neox Factory)로 낙하해 알파 게이밍과의 초반 교전에서 2킬을 수확했다. 소생탑을 활용한 난전 구도에 직접적으로 개입해 휘말리기보다는 한 발짝 거리를 두는 영리한 포지셔닝을 통해 실리를 챙기는 노련함이 돋보였다.
이후 무난한 자기장 흐름에서 서쪽 주도권을 쥐고 후반 빌드업을 전개했던 DRX는 6페이즈 뱀파이어 이스포츠를 상대로도 2킬을 추가했다. 특히, 아웃 서클에 놓인 7페이즈 상황에서는 고트 팀과 알파세븐 양각에 놓인 악조건 속에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고 2킬을 더 뽑아내는 저력을 발휘했다. 이에 TOP 4까지 진출, 도합 10점(6킬)을 획득하며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플레이를 선보였다.
하지만 산뜻했던 출발과 달리, 에란겔로 전장을 옮긴 매치 2와 매치 3은 그야말로, '가시밭길'이었다. 두 경기에서 단 4점 추가에 그친 것으로, 이에 순위는 어느새 11위까지 곤두박질쳤다.
자칫 기세가 꺽일 수 있는 위기의 순간이었지만, DRX의 경기력은 탄탄했다. 이날 에란겔 마지막 경기였던 매치 4에서 9점(6킬)으로 다시 영점을 조절했고, 미라마로 무대를 옮긴 매치 5에서 고대했던 치킨 한 방을 터트리며 단숨에 순위를 2위까지 끌어올렸다. 랜드마크인 파르토나(Partona)와는 거리가 상당한 크루즈 델 바예(Cruz del Valle) 쪽으로 첫 자기장이 형성되며 주도권이 없는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경로를 개척해 나가며 경기를 풀어가는 위기 관리 능력이 압권이었다.
DRX는 4페이즈까지 최외곽을 돌며 신중하게 인서클 활로를 모색했고, 5페이즈 동쪽 외곽에 자리한 상황에서는 북쪽과 남쪽 중 한 곳을 뚫어야 하는 기로에 섰다. 그리고 DRX의 선택은 북쪽의 고트 팀이었고, 이 승부수는 적중했다. 6페이즈 변화와 동시에 큐엑스(Qxzzz·이경석)와 현빈(HYUNBIN·전현빈)의 2킬을 묶어 고트 팀을 깔끔하게 정리한 DRX는 북쪽 능선의 지형적 이점을 십분 활용할 수 있었고, 주변 교전에 대한 적극적인 킬 캐치에 나서 알터 에고, 드자비에, 울프 이스포츠를 상대로 1킬씩을 뽑아내며 점수를 불렸다.
뿐만 아니라, TOP 4에 오른 이후에는 부족한 물자 상황을 극복하는 탁월한 교전 설계 능력이 빛을 발했다. DRX는 우선적으로 알파세븐을 정리하며 2킬을 추가한 데 이어, 드자비에와의 교전에서도 비록 큐엑스를 잃는 출혈이 있었으나 성급하게 덤비기보다는 오히려 자신들의 흐름으로 경기를 끌고 가며 3킬 승리를 거뒀다.
그리고 이날 DRX 경기의 하이라이트는 썬더 토크 게이밍과의 치킨 게임이었다. DRX는 3대 4의 수적 열세에 놓였으나, 홀로 3킬을 챙긴 쏘이지(SOEZ·송호진)의 슈퍼 플레이를 앞세워 단숨에 전황을 뒤집으며 극적인 14킬 치킨을 완성했다.
중계진마저 '광탈'만 면해도 제 몫을 다한 경기라고 전망했을 만큼 험난한 매치였음에도, DRX는 긴 인내 끝에 스스로 기회를 창출했고, 이를 '치킨'이라는 최고의 결실로 연결했다. 그야말로 남이 차려준 밥상이 아닌, '손수 만들어 튀겨 낸' 값진 치킨이었다.
지표도 완벽했다. 승부처인 TOP 4 교전에서만 4킬을 챙긴 쏘이지가 매치 MVP에 선정된 가운데, , 큐엑스 4킬·596대미지, 현빈 3킬·933대미지, 씨재(Cyxae·최영재) 3킬·717대미지로 네 선수 모두가 고른 활약을 펼치며 팀 치킨을 견인했다.
DRX는 비록 이후 매치 6을 3점으로 마무리하기는 했지만, 매치 5 '치킨'이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며 준수한 성적으로 1일 차를 기분 좋게 마칠 수 있었다.
한편, '디펜딩 챔피언'인 디플러스 기아는 이날 매치 5까지 총 7점 획득에 그치는 극심한 난조를 보이며 고전했다. 하지만 매치 6 8킬 치킨으로 기사회생, 25점(15킬)·13위로 첫날을 마쳤다. 비록 순위는 하위권이지만, 선두와의 격차를 이틀간 남은 일정에서 충분히 역전 가능한 31점 차로 좁혀놨다는 점은 큰 위안거리였다.
50만달러(약 7억3000만원) 우승 상금에 가까워질 팀들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날 'PMGC 2025' 그랜드 파이널 데이 2는 한국 시간으로 13일 오후 7시부터 시작되며, 모배 e스포츠 공식 유튜브, 틱톡, 네이버 e스포츠 채널을 통해 생중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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