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 전 테라폼랩스 대표가 미국 뉴욕 남부연방법원에서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았다.
미국 뉴욕 남부연방법원의 폴 엥겔마이어 판사는 11일(현지시간) 열린 선고 공판에서 "권 씨가 자신을 신뢰하는 투자자들에게 반복적으로 거짓말을 했다"며 "이는 희대의 사기 사건"이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특히 엥겔마이어 판사는 "미 연방 기소 사건 가운데 권 씨 사건보다 피해 규모가 큰 사건은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권 씨는 이날 최후진술에서 "피해자들의 모든 이야기는 참혹했고, 내가 초래한 큰 손실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줬다"며 "피해자들에게 죄송하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미 연방검찰은 권 씨 측과의 유죄협상(플리바게닝) 합의에 따라 징역 12년형을 요청했지만, 이날 재판부는 이보다 무거운 형량을 내렸다.
앞서 권 씨는 지난해 몬테네그로에서 미국으로 신병이 인도됐다. 미 검찰은 2023년 3월 권 씨가 몬테네그로에서 검거된 뒤 증권사기, 통신사기, 상품사기, 시세조종 공모 등 8개 혐의로 기소했다.
이들 9개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되면 권 씨는 최대 130년형에 처할 수 있었다.
권 씨 변호인은 이날 권 씨가 한국으로 송환된 뒤 다시 한국법에 따라 중범죄로 처벌받을 것이라며 이를 양형 판단 시 정상참작 사유로 고려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엥겔마이어 판사는 "첫 번째 법원이 두 번째 법원의 결정을 추측해 결정할 수는 없다"며 경감 사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미 법원은 권 씨가 작년 12월 31일 미국으로 신병이 인도된 뒤 구금된 기간과 몬테네그로에서 송환을 기다리며 보낸 17개월의 구금 기간은 이미 형기를 채운 것으로 인정했다.
한편 권 씨의 미국 송환 소식이 전해졌던 지난해 한국의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미국에서 중형 선고가 내려질 것"이라는 예상과 함께, "한국 송환이 불확실해 국내 피해자 구제가 뒷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반응이 나온 바 있다.
권 씨는 미국 내 형사재판과 별개로 한국에서도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입건된 상태여서 한국으로 송환될 경우 미국의 이번 판결과는 별개로 새로운 재판이 진행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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