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보이저 2호가 1986년 포착한 천왕성은 거의 아무 특징도 드러나지 않은 회녹색 구체였다. 그 한 순간의 기록은 여러 수수께끼를 남겼고, 특히 예상보다 강하게 감지된 전자 복사대는 40년 동안 풀리지 않은 질문으로 남아 있었다.
최근 미국 사우스웨스트연구소(SwRI) 연구팀이 이 오래된 의문에 새로운 해석을 제시했다. 당시 보이저 2호가 관측한 비정상적 전자 에너지가 천왕성 자체의 성질이 아니라, 탐사 시점에 행성계를 통과하던 특이한 태양풍 구조의 영향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연구는 로버트 C. 앨런(Robert C. Allen) 박사가 이끌었으며 국제학술지 'Geophysical Research Letters'에 게재됐다.
◆ 태양풍의 '특별한 타이밍'이 관측 바꿔
보이저 2호 자료를 다시 분석한 연구팀은 탐사 시점의 천왕성계가 평상시와 다른 태양풍 환경에 놓여 있었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태양에서 빠른 흐름과 느린 흐름이 부딪히며 형성되는 '공동회전 상호작용 영역'이 그 시기에 천왕성을 지나고 있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구조는 지구에서도 방사선 벨트 변동을 강하게 일으키는 현상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2019년 지구에서 관측된 고에너지 전자 가속 사례와 보이저 2호 데이터가 여러 면에서 닮아 있다고 설명한다. 당시 고주파 파동은 전자를 잃게 하는 대신, 오히려 빛에 가까운 속도로 가속시키는 역할을 했다.
이와 같은 메커니즘이 천왕성에서도 작동했다면, 보이저 2호가 기록한 강력한 전자 에너지는 천왕성의 '평소 모습'이 아니라 '특정 순간의 스냅샷'에 가깝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는 기존 천왕성 복사대 모델을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 다시 부상하는 천왕성 탐사의 필요성
천왕성은 여전히 탐사 기록이 가장 부족한 행성이다. 지금까지 천왕성 주변 환경을 근접 관측한 임무는 보이저 2호가 유일하다. 이번 재해석은 오래된 데이터에서도 새로운 단서를 끌어낼 수 있음을 보여주면서, 향후 천왕성 탐사의 필요성을 더욱 분명하게 만든다.
앨런 박사는 논문에서 천왕성 자기장의 독특한 기울기, 태양풍과의 상호작용, 파동 구조가 얽힌 현상은 해왕성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단일 사건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얼음 거대행성 전반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보이저 2호가 '매우 특별한 순간'에 천왕성을 지나갔을 가능성을 언급하며, 이를 확인하기 위해 새로운 탐사 임무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외곽행성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지금, 이번 연구는 차세대 천왕성·해왕성 탐사의 과학적 당위성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결과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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