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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북부지방법원 제3형사부(부장판사 오병희)는 9일 변호사법 위반, 보조금관리법 위반,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허 전 이사장에게 징역 2년과 징역 4개월을 각 선고하고 두 형의 집행을 모두 3년간 유예했다. 재판부는 허 전 이사장에게 1억1460여만원의 추징도 명령했다. 허 전 이사장은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500만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허 전 이사장은 앞서 2014~2017년 무선도청탐지장치 납품업자로부터 국회 등에 청탁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대가를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후 한국에너지공단의 태양광 설비 보조금 사업에서 무등록 업체에 시공을 맡기고도 직접 시공한 것처럼 속여 보조금을 받아낸 혐의가 추가됐다.
아울러 2018년에는 음식물 처리장 위치 변경을 청탁받고 3000만원을 수수한 의혹, 생태보전협력금 반환사업과 학교 옥상녹화 사업 등을 둘러싼 알선·금품 수수 의혹이 더해지며 변호사법·보조금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2018년 음식물 처리장 변경을 조건으로 3000만원을 받은 혐의에 대해 1심과 동일하게 유죄로 판단했다. 관련자 진술과 메시지 내용 등을 토대로 허 전 이사장이 공범 김종환 씨와 함께 서울시 담당 공무원에게 청탁을 시도한 사실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허 전 이사장은 이 돈이 단순 금전 대여(차용금)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당시 대화·메시지 정황을 종합할 때 음식물 처리장 변경을 조건으로 한 수수금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해당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반면 1심에서 유죄로 판단된 태양광 보조금 부정수급 사건은 항소심에서 무죄로 결론났다. 재판부는 당시 신재생에너지 관련 규정에는 하도급 금지나 직접 시공 요건이 명확히 존재하지 않았고, 녹색드림협동조합이 공사 전부를 다른 업체에 넘겼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협동조합은 관리·감독 책임만 인정돼 벌금이 30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감경됐다.
◇‘알선 대가성’ 인정한 항소심
항소심에서 판단이 달라진 또 다른 부분은 도청탐지기 납품 사건이다. 1심은 허 전 이사장이 업체와 대리점 계약을 맺고 납품 성사 후 수수료를 받은 구조에 주목해 영업 활동 대가로 봤지만, 항소심은 허 전 이사장이 국회의원 등 인맥을 활용해 공공기관에 납품 기회를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외형은 대리점 계약이지만 실질은 청탁·알선에 해당한다”며 변호사법 위반을 유죄로 인정했다.
생태보전협력금 반환사업 관련 변호사법 위반 혐의는 1심과 동일하게 무죄가 유지됐다. 재판부는 허 전 이사장이 컨설팅 계약을 체결하고 대상지 발굴·업무 수행 등 실질적 용역을 제공한 점을 들어 금품 수수가 업무 대가 성격에 가까운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같은 시기 진행된 강서구 염경중학교 옥상녹화 조성사업 관련 금품 수수는 공무원 인맥을 통한 알선으로 봐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허 전 이사장이 정치권 인맥을 활용해 공공기관 업무에 영향을 미치려 한 점을 지적하며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다만 침출수 처리장 건의 경우 실제 청탁이 성사되지 않았고 금액도 반환된 점, 일부 이익이 협동조합에 귀속된 점, 5개월 이상 구금되며 반성의 기회를 가진 점 등은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했다.
공범 김모 씨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1500만원을 선고받았고, 유모 씨는 강서구 옥상녹화 사업 관련 금품수수로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추징금 135만원을 선고받았다. 두 사람 모두 생태보전협력금 반환사업 관련 혐의는 무죄가 유지됐다.
허 전 이사장은 고려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386 운동권 출신으로, ‘삼민투’ 위원장 등을 거치며 운동권 핵심 인물로 활동했다. 2000년 새천년민주당, 2004년 열린우리당 공천을 받아 총선에 두 차례 출마했으며, 이후 열린우리당 청년위원장을 지냈다.
허 전 이사장과 검찰은 판결문 송달 후 7일 이내에 상고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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