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인에 힘 실어줄 분 아냐"·"특별한 의미 없다"…당혹감 속 평가절하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박재하 오규진 안정훈 기자 =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재명 대통령이 서울시장 후보군인 정원오 성동구청장을 공개 칭찬하자 더불어민주당 내 서울시장 후보들이 확대해석 차단을 위해 부심하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 공천 경쟁이 본격화하는 국면에 이른바 '명심'(明心·이 대통령의 마음)과 맞물려 해석될 수 있는 미묘한 상황이 연출되자 이 대통령의 소통 스타일을 부각하면서 발언의 의미를 평가절하하는 모습이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박홍근 의원은 9일 CBS 라디오에서 이 대통령의 정 구청장 칭찬에 대해 "인간적으로 좀 의아스럽기도 하고 당혹스러운 게 솔직한 마음 아니겠느냐"면서도 "대통령이 서울시장 선거만 염두에 두고 저러지는 않았을 것이다. 평소 스타일로 보면 그렇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간적으로 부럽기는 하지만 우리 대통령이 특정인에게만, 특히 공직 후보로 거론되는 사람에게 힘을 실어줄 분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오르내리는 한 의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 대통령이 순간적으로 칭찬을 잘한다. (경선에 영향을 주고자 하는) 별다른 의도는 없는 말씀으로 이해한다"면서도 "그럼에도 복잡한 심경"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잠재 후보도 "무슨 특별한 의미가 있겠느냐"며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대통령이 SNS에 글을 적을 자유가 있는데 올릴 때마다 논란을 만들 필요는 없다"고 했다.
박용진 전 의원은 통화에서 "대통령이 구청장 일을 잘한다고 칭찬한 것"이라며 "국민이 구청장이라고 (시장으로) 뽑아주고, 구의원 잘하면 국회의원 시켜주고 그러는가.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칭찬에 대한 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들의 이런 반응은 당내 다수의 인사들이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상황과 맞물려 있다.
아직 뚜렷하게 유력한 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나온 이 대통령의 발언이 여권 지지층의 표심에 큰 영향을 주면서 대결 구도가 변화할 수도 있다고 정치권에서는 보고 있다.
당내에서는 박홍근 의원에 더해 서영교(4선)·박주민·전현희(이상 3선)·김영배(재선) 의원, 홍익표·박용진 전 의원, 정원오 구청장 등이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당에서는 본선 경쟁력 등을 이유로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김민석 총리 차출설과 함께 외부 영입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이 대통령이 정 구청장을 공개 칭찬하면서 여권이 서울시장 선거 후보를 거물급 인재형이 아닌 지역 인재형 콘셉트로 가져가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정치권에서는 나온다.
서울이 경기도나 인천 등 수도권의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보수화됐다는 평가가 당내에서 나오는 상황에서 지역 인재형 후보를 통해 야당 후보와 차별화하는 동시에 만에 하나 선거에서 패배했을 경우에도 정치적 타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 이런 관측의 배경이다.
이와 관련, 김 총리는 이날 일각의 서울시장 선거 차출설에 "제가 누차 별 생각이 없고, 제가 꼭 출마해야만 될 상황도 없을 것 같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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