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디가르 ⓒ 마누엘 부고
1952년, 베네치아에서 열린 ‘제1회 국제 예술가회의’. 젊은 건축가 김중업은 이 자리에서 르코르뷔지에를 마주합니다. 이 만남을 계기로 그의 파리 아틀리에에 합류하게 되죠. 유일한 한국인 제자로 활동한 김중업은 인도 찬디가르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근대건축의 원리를 온몸으로 익혀 나갔습니다. 3년 뒤 귀국해 자신의 사무소를 설립하고, 마침내 독자적인 건축 언어를 완성하게 되는데요. 그 결정체 중 하나가 바로 주한프랑스대사관입니다. 프랑스의 합리성과 한국적 공간 감각이 교차하는 이 건축물은 두 사람의 사상적 대화를 가장 극적으로 증언하는 건축물이에요.
찬디가르 ⓒ 마누엘 부고
김중업의 말년작 ‘장석웅 주택’ 또한 빼놓을 수 없습니다. 원형 계단의 순환축을 따라 반원형과 곡선으로 이어진 공간은 마치 가족이 둥글게 모였다 흩어지는 삶의 리듬을 형상화한듯 하죠. 한 시대의 기억을 품은 이 주택에는 르코르뷔지에게서 배운 조형 원리와 인간 중심의 공간 철학이 스며들어 있어요. 최근 이곳이 문화공간 ‘연희정음’으로 탈바꿈하며 다시금 화제를 낳고 있습니다.
연희정음 ⓒ 김용관
연희정음 전시장 ⓒ 김용관
연희정음의 첫 개관전으로, 르코르뷔지에와 김중업의 ‘운명적 만남’을 주제로 한 사진 전시가 열렸어요. 주한프랑스대사관과 연희정음에서 동시에 진행 중이에요. 그간 대중에 공개된 적 없던 ‘진해 해군공관’부터 르코르뷔지에의 인도 찬디가르 시리즈까지. 두 거장의 모더니즘 건축이 각각 사진가 김용관과 마누엘 부고의 렌즈를 통해 새로운 서사로 다시 펼쳐집니다.
연희정음 전시장 ⓒ 김용관
연희정음 전시장 ⓒ 김용관
이들의 사진 작업은 두 건축가의 세계가 어디에서 나란히 흐르고, 또 어떻게 교차하는지를 선명하게 드러내죠. 연희정음에서는 가구 디자이너 박종선의 작품도 함께 만날 수 있어요. 건축 사진으로 둘러싸인 공간에 놓인 그의 가구는 관람자의 몸을 맞이하며, ‘앉고 머무는 경험’을 또 하나의 건축적 언어로 확장합니다. 전시는 2026년 2월 29일까지.
연희정음 ⓒ 김용관
〈 대화 : 두 건축가의 운명적 만남〉
서울 서대문구 연희맛로 17-3 (연희정음)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로 43-12 (주한프랑스대사관) *초대자에 한해 입장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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