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지역 토속 수산물인 오분자기가 되살아나고 있다. 10여 년간의 방류 사업 결과, 오분자기가 자연 증식을 시작하며 연안 생태계에 정착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분자기 뚝배기 자료사진 / TV조선 한국인의 밥상 캡처
제주도 해양수산연구원은 8일, 오분자기 자원 조성을 위해 2012년부터 2023년까지 서귀포시 성산읍 시흥리 연안에 2㎝ 크기의 어린 오분자기 43만 마리를 방류한 결과, 생산량이 2014년 178㎏에서 2024년에는 1606㎏까지 증가했다고 밝혔다. 올해 역시 1400㎏ 이상이 생산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2019년과 2024년에 생산량이 급격히 늘어난 점을 근거로, 오분자기가 어장 환경에 적응하며 자가 번식에 성공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오분자기는 1995년까지만 해도 연간 159t이 생산돼 '오분자기 뚝배기' 같은 토속음식 재료로 널리 쓰이며 마을어장의 대표 수산물로 자리잡았지만, 2000년 이후 급감해 최근에는 연간 3~4t 수준에 그쳤다.
제주도 해양수산연구원 오분자기 방류 어장 생산량 / 제주도
이 종은 여름철인 7월부터 9월 사이에 산란하며, 25도 이상의 고수온에서 성장률이 좋고 32도에서도 생존력이 강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해조류보다 암반 등에 붙은 규조류(돌말류)를 먹이로 선호해, 해조류 감소가 이어지는 해양 환경에서도 적응력이 뛰어난 종으로 평가받고 있다.
오분자기는 제주 바다의 전통적인 수산물로, 단순한 어획 대상이 아니라 제주 해녀 문화와 지역 공동체 식생활에 뿌리 깊은 상징성을 지닌 식재료다. 해녀들이 주로 채취하던 자원으로, ‘오분자기 뚝배기’는 제주 가정식의 대표적인 향토 음식이자, 관광객들에게는 ‘제주의 맛’을 경험할 수 있는 필수 메뉴로 자리해왔다.
제주 오분자기 / 연합뉴스
이 작은 패각류는 깊은 감칠맛과 바다 향을 머금고 있어, 양은 많지 않아도 국물 요리에 풍미를 더하는 데 탁월하다. 특히 오분자기 뚝배기는 전복이나 조개류와는 다른 단단하고 진한 바다 내음을 바탕으로 한 국물이 특징이며, 소량의 오분자기만으로도 깊고 진한 맛을 낼 수 있어 제주에서는 오랫동안 서민 음식이자 보양식으로 여겨져 왔다.
뚝배기 외에도 오분자기는 죽, 전, 초무침, 전골, 된장찌개 등에 다양하게 활용된다. 채소나 해조류와 함께 무쳐내는 초무침은 입맛을 돋우는 반찬으로 쓰이며, 살짝 데쳐서 간장이나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숙회 요리도 흔하다. 일부 식당에서는 전복 대신 오분자기를 넣은 해물죽이나 해물칼국수로 메뉴를 구성하기도 한다.
제주 오분자기 뚝배기 / TV조선 한국인의 밥상 캡처
최근에는 오분자기의 독특한 감칠맛을 살려 퓨전 한식이나 고급 일식 코스 요리에서도 쓰이고 있어, 자원 회복과 함께 지역 경제 및 식문화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부활로 평가받고 있다.
오분자기는 단순한 수산 자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바다 생태계 회복과 함께 제주 어촌의 정체성, 식문화의 전통을 함께 복원하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으며, 기후 변화에 적응 가능한 토착 자원으로서의 가치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강봉조 해양수산연구원장은 현재 오분자기 생산 어가를 대상으로 수정란과 먹이 생물의 원종을 보급하고 있으며, 기술 지도와 함께 자원 조성용 종자 생산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연구시험어장을 추가로 확대해 다양한 해역 환경에서의 조성 효과를 비교·연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오분자기는 외형상 어린 전복으로 혼동되기도 하지만 구분이 가능하다. 오분자기는 호흡공이 7~8개로, 4~5개인 전복에 비해 많고 패각 위로의 돌출도 거의 없다. 또한 패각 형태도 오분자기는 타원형, 전복은 원추형으로 차이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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