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현대자동차그룹의 자율주행 자동차 및 모빌리티 부문 계열사 42dot(포티투닷)이 자사 아트리아 AI를 활용한 엔드 투 엔드(end-to-end, 이하 E2E) 기반 자율주행 시연 영상을 두 편 공개했다. 최근 현대차그룹은 GM의 슈퍼크루즈, 테슬라 FSD 등이 국내에 진출하며 내수 시장에서도 자율주행 주도권을 빼앗긴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여기에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책임지던 송창현 현대자동차그룹 AVP본부장(사장) 겸 포티투닷 대표가 지난 3일 두 자리에서 모두 사임하며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 이번 영상 공개는 이러한 시선을 가라앉히고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성과가 일정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을 설명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아트리아 AI 기반의 자율주행 시연 모습. / 42dot 유튜브 영상 갈무리
포티투닷은 6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아트리아 AI를 활용한 일반 도로 자율주행 영상과 자율 주차 영상을 공개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 개발자 컨퍼런스인 '플레오스 25'를 통해 아트리아 AI를 최초 공개했다. 8개의 메가픽셀 카메라와 1개의 레이더(RADAR)를 통해 도로 환경을 파악하고 AI가 상황을 인지하고 대처하는 E2E 기반 자율주행 솔루션이다. E2E 기술을 사용하는 대표적인 모델은 테슬라의 FSD다. 테슬라는 레이더, 라이다, 초음파 센서 등을 모두 제외하고 8개의 카메라만와 AI만으로 자율주행을 구현하고 있다.
플레오스 25 기노트 현장에서 차세대 자율주행에 대해 설명하는 송창현 前 현대자동차그룹 AVN 본부장(사장). / 권혁재 PD
현대자동차는 이전까지 룰 방식의 자율주행을 연구하고 있었다. 이는 카메라와 레이더, 라이다 등을 통해 주변을 인지하고 개발자가 입력한 규칙에 의해서만 작동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방식의 장점은 개발자가 입력한 대로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다는 것이지만, 반대로 개발자가 정의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대처하지 못한다는 단점을 지니고 있다. 노선을 바꾼 현대차그룹은플레오스 25에서 아트리아 AI를 활용해 2027년 4분기까지 레벨2+ 수준의 자율주행을 적용하겠다는 로드맵을 발표했었다.
포티투닷이 올린 일반 도로 자율주행 시연 영상은 경기도 의왕시 외곽 지역에서 촬영됐으며, 통행량은 복잡하지 않은 수준이었다.모든 주행은 해당 구간의 제한 속도에 맞춰서 진행됐으며, 좌회전 해야하는 상황이 아닐 경우 항상 바깥 차선으로 주행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운전자는 단 한 번도 운전대를 잡지 않았다.
시연은▲도심 도로 주행, 터널, 신호등 인식 ▲좌회전, 차로 변경 ▲터널 구간, 자동 속도 조절, 회전교차로 통과 ▲도심 우회전, 근접 차량 대응, 차로 변경 ▲루틴 트래블(야외주차장) 등 크게 다섯 항목으로 구성됐다.
아트리아 AI를 활용한 자율주행 시연에서 좌회전을 하는 모습. / 42dot 유튜브 영상 갈무리
▲도심 도로 주행, 터널, 신호등 인식에서는 어두운 터널 구간에서도 차선 중앙을 정확하게 유지하는 모습과 터널 출구 신호등에서 정지 신호를 인식하고 부드럽게 감속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어서 ▲좌회전, 차로 변경에서는 교차로 앞 차량에 맞춰 좌회전을 하는 차량을 보여줬다. 부드러운 포물선을 그리기보다는 유도선에 맞춰 다소 큰 조향각을 보여줬으며, 좌회전이 끝난 후 내비게이션 경로에 따라 바로 차선 변경을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터널구간, 자동 속도 조절, 회전교차로 통과에서는 고속화 도로에서 시속 100km에 맞춰 주행하던 차량이 나들목으로 나가면서 속도를 줄이는 모습을 보여줬다. 차량은 내비게이션 경로에 맞춰 출구로 나가기 전 속도를 천천히 줄였고, 이후 급격하게 제한 속도가 줄어드는 나들목에서는 속도를 급하게 낮추기보다 주변 교통 흐름에 맞게 주행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나들목을 지나자마자 나타난 회전교차로에서는 속도를 충분히 줄이고 안전하게 통과했다.
아트리아 AI를 활용한 자율주행 시연에서 루틴을 이용한 주차를 시연하는 모습. / 42dot 유튜브 영상 갈무리
▲도심 우회전, 근접 차량 대응, 차로 변경에서는 우회전 하는 과정에서 보행자 녹색 신호를 확인하고 정차했다가 보행자 신호가 빨간 불로 바뀌자 우회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또한 골목길에서 크게 돌아 나오는 차를 인식하고 차선을 나가지 않는 선에서 바깥쪽으로 피하기도 했다.
▲루틴 트래블은 이전 방문 기록을 AI가 기억해 주차장 입구를 통과하고 비어있는 주차칸에 자동으로 주차하는 기술이다. 주차장 내부에서는 시속 10km로 속도를 제한하고 보행자와 다른 차량을 인식해 스스로 회피한다고 포티투닷은 밝혔다.
포티투닷은 자율 주차 영상도 추가로 공개했다. 차량은 빈 주차칸을 스스로 파악하고, 운전자가 지정한 위치에 변속과 조향, 가감속을 모두 자동으로 수행하며 주차했다. 영상에서는 공간 활용 측면에서 사람의 주차보다 부족한 부분이 보이기도 했다.
기아 창립 80주년 행사에 참석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 기아
이번 영상 공개는 아트리아 AI 기반 자율주행 기술을 대중에게 처음 선보였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GM 슈퍼크루즈와 테슬라 FSD의 국내 진출, 송창현 사장의 사임 등 대내외 상황이 복잡한 시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내부 결속을 위한 목적도 함께 반영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한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최근 기아 창립 80주년 기념 행사에서 "중국 업체나 테슬라가 잘 하고 있고, 우리(현대차그룹)가 조금 늦은 편"이라며 "격차가 있을 수는 있으나 더 중요한 것은 안전이기에 안전 쪽에 집중을 하려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 더 많은 자동차 관련 소식은 모빌리티 전문 매체 '카앤모어'에서 확인하세요
Copyright ⓒ 위키트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