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단 30주년, 수원 삼성의 시즌은 화려한 76득점이 아니라 스스로 무너진 ‘수비 붕괴’가 결말을 결정했다.
K리그2 최다 76득점의 화려함 뒤에서 수원은 시즌 내내 스스로의 수비에 발목을 잡혔다.
결정적 순간마다 반복된 실수는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폭발했고, 결국 두 번째 강등 무산이라는 비극을 만들었다. 수원은 패한 것이 아니라 자기 손으로 무너졌다.
■화려한 공격 뒤에 가려진 ‘수비 구조의 파열음’
수원의 장점은 분명했다. 일류첸코·브루노 실바·세라핌으로 이어지는 외국인 공격 라인은 지난해(46골)보다 확실히 위력을 더했다.
변성환 감독은 본래 지향하던 공격적 색깔을 제대로 구현했고, 수원은 전방 압박·속도·연계가 살아 있는 가장 무서운 공격 팀으로 변했다.
하지만 수원은 가장 중요한 퍼즐인 ‘수비 안정화’를 끝내 맞추지 못했다. 승강 PO에서 두드러졌을 뿐, 이는 시즌 내내 축적된 구조적 문제였다.
수원은 리그 최다 실점 6위(50골)로 시즌 내내 불안한 수비를 노출했다.
막을 수 있는 장면에서 라인 컨트롤 실패, 세컨드볼 대응 미흡, 박스 안 위치 선정 오류가 반복됐다. 크로스 후 헤더 상황에서의 실점 패턴은 상대들이 지나치게 쉽게 노릴 수 있는 약점이었다.
■시즌을 관통한 ‘실수·퇴장 악순환’
또한 시즌 내내 중요 경기마다 퇴장이 반복됐고, 6차례로 리그 최다였다. 일부 수비수는 K리그2에서도 경쟁력을 입증하지 못했다.
구체적 장면은 더 선명하다. 제주SK FC와 승강 PO 1차전에서는 김민준의 판단 미스가 PK로 이어졌고, 2차전에서는 킥오프 55초 만의 권완규 빌드업 실수에 이어 이기제의 다이렉트 퇴장까지 겹치며 자멸의 흐름이 완성됐다.
결과는 합계 0대3 패배. 승강 PO 2경기는 ‘자기파괴의 집약체’였다.
이 문제는 PO만의 일이 아니었다. 지난 3월 인천 원정에서도 권완규·이기제의 연속 퇴장으로 뼈아픈 패배를 당했다. 당시부터 예고된 ‘중요 경기마다의 퇴장·실수’ 패턴은 시즌 끝까지 반복됐다.
■변해야 살아남는다…수원의 과제는 ‘수비 전면 리빌딩’
구조적 수비 붕괴는 ‘감독 교체’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변성환 감독이 물러난 지금, 새 지휘봉을 잡는 이는 누구든 첫 과제가 확실하다.
수비 라인의 구조적 재편과 즉시전력 수비수 영입이다.
수원의 문제는 특정 선수 한 명의 실수나 컨디션 문제도 분명 크지만, 라인 간 간격 관리, 세컨드볼 대처, 박스 수비 조직력, 센터백 조합 등 모두 취약한 ‘구조적 붕괴’였다.
따라서 구단 차원의 대대적 리빌딩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센터백 라인은 즉시 주전으로 투입 가능한 선수들의 영입이 필수적이다. 현 구성은 K리그1은 물론, K리그2에서도 다시 흔들릴 수 있다는 사실을 이번 시즌이 명확히 노출했다.
중원 보강도 빼놓을 수 없다. ‘6번 포지션’의 안정감 부족은 빌드업 실수와 전환 지연으로 직결됐고, 결과적으로 수비 라인에 과부하가 쏠리는 구조가 고착됐다.
수비형 미드필더의 보강은 팀 전반의 압박과 수비 균형을 되살리는 핵심이다.
또한 수비 원칙의 재정립이 필요하다. 라인 유지, 전환 대응, 박스 내 수적 정렬 등 가장 기본적인 수비 틀을 처음부터 다시 세워야 한다.
이는 단순한 전술 조정이 아니라 팀 전체가 수비 방식을 새로 설계하는 작업에 가깝다.
창단 30주년 드라마가 ‘새드 엔딩’으로 끝난 교훈은 분명하다. 다음 시즌 수원을 결정할 건 화려한 공격이 아니라 ‘다시는 스스로 무너지지 않는 수비’다.
그 퍼즐을 맞추지 못하면 내년에도 답은 같다. 1부리그행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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