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윙어의 윙백 기용을 염두에 두고 스리백으로 전환했지만 딱히 적임자를 찾지 못했던 홍명보 국가대표팀 감독에게 ‘양현준 카드’가 들어왔다.
8일(한국시간) 영국 글래스고의 셀틱 파크에서 2025-2026 스코틀랜드 프리미어십 16라운드를 치른 셀틱이 하츠에 1-2 패배를 당했다.
다른 시즌이라면 셀틱의 패배가 뜻밖이지만, 이번 시즌은 좀 다르다. 하츠가 셀틱의 가장 큰 경쟁자로서 선두 싸움 중인 강팀이라서다. 이번 맞대결을 잡아낸 하츠가 10승 5무 1패로 선두에 올랐고, 셀틱은 10승 2무 3패로 2위가 됐다. 다만 셀틱이 한 경기 덜 치렀기 때문에 사실상 공동 선두로 봐도 무방하다.
셀틱은 브랜던 로저스 감독이 이끌던 시즌 초반 하츠보다 승점 8점 뒤쳐지면서 우승이 힘들어진 상태였다. 결국 지난 두 시즌을 이끌었던 로저스 감독을 내보내고, 마틴 오닐 대행 체제에 팀을 추슬러 연승 행진을 벌였다. 그리고 윌프리드 낭시 감독을 과감하게 선임했는데 부임 후 첫 경기였던 빅 매치에서 패배하고 말았다.
다만 낭시 감독의 데뷔전부터 양현준이 풀타임 출장하면서 그의 구상에 들었다는 건 긍정적이다. 양현준은 선발 오른쪽 윙백으로 배치됐고, 나중에 전술 변화 과정에서 왼쪽 윙백으로 자리를 옮겼다. 슛 2회, 키 패스(동료의 슛으로 이어진 패스) 1회, 드리블 4회 시도해 2회 성공(경기 최다)을 기록했다.
눈에 띄는 건 본업이 윙어인 윙백답지 않게 수비적인 기록이 탁월했다는 것이다. 공중볼 경합 3회 중 2회 승리, 여기에 태클 5회 시도 중 4회 성공(경기 3위), 가로채기 3회(경기 1위), 걷어내기 1회를 기록했다. 활발한 플레이를 통해 축구 통계 업체 ‘후스코어드’의 평점은 팀내 2위인 7.2점을 받았다. 득점을 올린 키에런 티어니 다음으로 높은 평점이다.
홍 감독은 올해 대표팀에 3-4-2-1 대형을 도입하면서, 일본을 참고한 듯 ‘윙어의 윙백화’를 적극 추진했다. 일본은 지난 2022 카타르 월드컵 도중 우발적으로 도입한 전술이 대성공을 거두면서 조별리그에서 독일과 스페인을 잡았고, 이후 이 전술을 플랜 A로 채택해 지금에 이르렀다. 스피드와 장거리 돌파 능력이 좋은 미토마 가오루 등을 활용하려면 2선보다 오히려 윙백 기용이 더 낫다는 게 경험적으로 증명됐기 때문이다.
홍 감독은 스리백 도입 후 공격수의 윙백화를 꾸준히 시험했다. 선발과 교체를 통틀어 보면 황희찬, 문선민, 모재현, 정상빈이 실험 대상이었다. 다만 6, 7, 9, 10월 A매치에서 시험해 본 뒤 11월부터는 좀 더 평범한 전문 윙백 기용으로 돌아간 듯 보인다. 적임자를 찾지 못했다. 한국 윙어 중 윙백 자리를 소화할 만한 장거리 돌파 능력, 수비시 대인수비는 떨어지더라도 최소한 적당한 위치를 잡을 수 있는 전술 수행 능력, 빌드업시 필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전개 능력 등을 겸비한 선수가 드물었다.
만약 셀틱의 낭시 감독이 첫 경기부터 보여준 것처럼 양현준의 윙백 변신을 소속팀부터 완벽하게 이뤄낸다면, 양현준의 국가대표팀 입지도 한층 커질 수 있다. 양현준은 홍 감독 부임 이후에도 꾸준히 대표팀에 선발되면서 테스트를 받았던 선수다. 또한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시절 막판 깜짝투입이긴 했지만 윙백으로 기용돼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양현준의 윙백 기용은 정체되어 있던 그의 기량을 향상시키고 유럽 도전에 활로를 찾아줄 수도 있고, 그의 대표팀 입지, 나아가 월드컵에서 한국 전력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주목해 볼 만한 요소다.
여기에 가장 중요한 조건은 양현준의 한결같은 활약이다. 양현준은 유럽 진출 후 기복이 가장 큰 문제였다. 잘 풀릴 때는 연달아 공격 포인트를 몰아치면서 바이에른뮌헨 상대로도 활약하지만, 안 풀리는 기간에는 출전조차 힘들었다. 윙백으로서 어떻게 뛰어야 할지 힌트를 얻었다면 이제 꾸준해야 한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Copyright ⓒ 풋볼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