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백향의 문화산책119] 김지연 『등을 쓰다듬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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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백향의 문화산책119] 김지연 『등을 쓰다듬는 사람』

저스트 이코노믹스 2025-12-08 04:02:58 신고

'강백향의 책읽어주는선생님'

 지난번에 백남준 아트센터에서 《예술적 글쓰기》 강의를 들었던, 김지연 평론가의 에세이 『등을 쓰다듬는 사람』를 읽었다. 역시 수려한 문장과 명료하고 따뜻한 관점으로 바라본 미술이야기다. 에세이라 자신의 경험도 곳곳에 풀어놓아 인간적으로 훨씬 더 가까워진 느낌이다. 짧지만 두 번의 강의로 만난 인연에 인스타 팔로우도 하면서 그의 글을 읽는 일은, 예술적 식견의 새로운 창을 열게 된 기분이다.​

구불구불 외딴 산 속에 있는 작은 미술관이라는 문장을 읽는데, 머릿속에 닻미술관이 떠올랐다. 각주를 보니 닻미술관의 천대광 작가전시였다. 역시 통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존버거의 『어떤 그림』, 무용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댄서〉, 헬싱키 여행에서 포기했던 전시 우고 론디노네 전시와 키아스마 현대미술관, 프랑스 작가 JR, 음식을 작품으로 한 티라바니자처럼 예시들이 나에게도 지나쳐간 경험들이라 읽으면서 내내 즐거웠다. 예술에 관심있던 동시대를 살았기 때문에 가능한거겠다.

 미술관에 가지 않는 여행에 관해 쓴 글을 읽으며 내게는 어떤 여행이 즐거운가를 생각했다. 지난 여름 런던여행에서 가장 아쉬웠던 미술관에서 식사하는 것 같은 경험을 떠올렸다. 여행에서 포기할 것들에 관한 것도. 그리고 한꺼번에 너무 많이 보는 것에 관해서도. 지난 여름부터 가을까지 전시를 많이 봐서 한동안 전시 보러 갈 생각이 없었다. 다시 미술이 고픈 시기가 서서히 오고있다.​

비평이 사라진 우리나라 미술계를 걱정하는 심상용 관장님의 이야기와 반대지점에서 비평의 쓸모를 고민하는 것도 인상깊다. 나도 블로그에 작은 글을 쓰지만, 굳이 좋지 않은 점을 강조하는 글은 안쓴다. 대신 내게 예술로서의 좋은 영향을 준 작품들 후기를 쓴다. 때로 작가님들의 코멘트나 좋아요를 받을 때가 있다. 나름의 응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생각이 다른 비평가들의 존재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등을 쓰다듬는 태도로 첫 전시를 하는 작가를 응원하고, 자신이 썼던 첫 기획에 신뢰를 주었던 작가를 애도하고, 첫 글부터 믿고 맡겨주었던 편집자를 기억하는 저자의 태도를 읽었다. 등을 쓰다듬는 사람. 아마도 이 책을 읽고 만나는 전시들에서는 좀 더 작가의 마음을 이해하는 마음으로 작품을 볼것 같다.​

어떤 시선은 눈을 감고도 풍경을 본다. 박이도 작가의 풍경화는 그런 시선으로 탄생했다. 작가의 어머니는 눈을 감으면 보이는 참으로 아름답다고 하셨다. 그는 어머니를 따라 눈을 감은 채 감각을 더듬어 풍경을 찾았다. 신기하게도 눈을 감아야만 보이는 풍경이 있었다. 눈꺼풀이 눈을 덮어도 아른거리는 잔상이 남는다. 방금 본 장면에 이전에 보았던 장면들이 겹쳐진다. 풍경을 응시하는 시선에는 과거로부터 시작되어 미래로 향하는 역사가 묻어있다. 그리하여 한 사람의 눈이 풍경을 볼 때, 그가 살아온 삶 전체가 풍경을 바라보게 된다. 이를 깨달은 작가는 밀랍을 켜켜이 쌓아, 분명히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풍경을 그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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