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4년만에 프로당구 LPBA 개인 투어에서 우승을 차지한 강지은(SK렌터카)은 결승전 직후 복잡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경기력 기복 속에서도 값진 우승을 지켜냈지만, 행운이 따른 마지막 득점 장면에 대해선 아쉬움도 숨기지 않았다.
강지은은 “이런 방식의 우승을 원한 건 아니었지만 결과는 기쁘다”며 “득점 직전까지 눈물이 날 정도로 힘들었지만 마지막 공이 들어가자 감정이 정리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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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은은 지난 6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로당구 2025~26시즌 8차투어 ‘하림 PBA-LPBA 챔피언십’ LPBA 결승서 김민아(NH농협카드)를 풀세트 접전 끝에 세트스코어 4-3으로 누르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먼저 1·2·3세트를 따낸 뒤 4·5·6세트를 내줘 리버스 스윕패 위기에 몰렸지만 승리 여신의 도움을 받아 7세트를 따내 감격의 우승을 이뤘다.
강지은은 지난 2021~22시즌 3차투어(휴온스 챔피언십)에서 스롱 피아비(캄보디아·우리금융캐피탈)를 꺾고 정상에 선 이후 무려 4년 14일만에 왕좌에 복귀했다. 통산 세 번째 우승.
프로당구 원년 멤버인 강지은은 출범 시즌인 2019~20시즌 네 번째 대회만에 우승했다. 곧바로 다음 시즌엔 3차투어(휴온스 챔피언십)에서 우승, 6차전(NH농협카드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원조 강호’로 활약했다. 하지만 이후 지난 세 시즌간 우승과 인연이 없었고, 번번이 결승 문턱 앞에서 고배를 마셨다.
이번 대회에선 부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직전투어 우승자 이미래(하이원리조트), 백민주(크라운해태), 김보미(NH농협카드) 등을 차례로 꺾은 데 이어 ‘시즌 랭킹 3위’ 김민아마저 결승에서 무너뜨리고 정상에 우뚝 섰다.
강지은은 결승전에서 3세트까지 안정적인 경기력을 보였으나 4세트부터 흔들렸다. 강지은은 “실수한 공에 대한 여운이 남아서인지 몰라도 팔이 잠기기 시작했다”며 “공이 원하는 대로 가지 않으면서 ‘풀세트로 가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우승을 확정짓는 마지막 득점은 행운이 따랐다. 8-8 동점인 가운데 7세트 13이닝에서 시도한 대회전이 무산되는 듯 했지만 행운의 키스가 나오면서 뜻하지 않게 득점으로 연결됐다. 득점이 되는 순간 강지은은 상대 김민아에게 90도로 인사를 한 뒤 우승 기쁨을 만끽했다.
강지은은 “초구 실패 후 느낌이 좋지 않았다. 팔이 풀리지 않아 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며 “김민아 선수가 4세트부터 컨디션을 회복해 끝까지 쉽지 않은 흐름이었다”고 했다. 이어 “우승을 결정한 마지막 득점이 깔끔하지 않아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덧붙였다.
경기 후 ‘절친’ 김민아와 대화도 소개했다. 강지은은 “김민아 선수가 내게 ‘미안하다고 말하라’고 농담을 건넸다”며 “4년 전 우승 때와 비슷한 장면이 다시 나올 줄은 몰랐다”고 털어놓았다.
우승 공에 대한 미안함도 나타냈다. “4세트나 5세트였으면 몰라도 우승이 결정되는 득점이라 더 아쉬웠다”면서 “그래도 승부는 승부인 만큼 결과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 한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이번 우승은 그에게 의미가 남다르다. 그동안 긴 부진의 터널에서 벗어나는 터닝포인트라고 볼 수 있다. 강지은은 “2021~22시즌 이후 결승에 오르지 못하면서 내 멘털이 약하다고 느꼈다”며 “이번 우승으로 막혔던 혈이 뚫리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어 “32강 백민주 선수와 경기부터 한 경기씩 살아남자는 생각이었는데 우승까지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공교롭게도 강지은이 이번 대회에서 이기고 올라온 이미래, 김보미, 김민아 등이 모두 친분 깊은 선수들이었다. 그는 “표현하기 어려운 짜릿함이 있었다. 친구들이 많은 응원을 보내줘 힘이 됐다”면서 “4년 만의 우승이니 친한 사람들에게 밥 한 번은 살 의향이 있다”고 말한 뒤 활짝 웃었다.
팀리그 동료들에 대한 감사 인사도 빼놓지 않았다. 특히 소속팀 SK렌터카의 리더인 ‘헐크’ 강동궁에 대해 각별한 고마움을 전했다. ‘헐크’ 강동궁을 배우고 싶어 스스로 닉네임을 ‘쉬헐크’라고 지은 강지은은 “강동궁 선수를 비롯한 SK렌터카 팀원들의 도움으로 많이 단단해졌다”며 “팀리그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었고 완성돼가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강지은은 이번 우승이 ‘깜짝’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고 우승에 도전하는 선수가 되는 것이 목표다. 그는 “개인전에서 막힌 흐름을 뚫은 만큼 상위권에 꾸준히 드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팀리그에서도 지금의 경기력을 유지하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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