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스포츠 중에서도 가장 스타일리시한 종목을 꼽으라면 단연 스키다. 알프스 리조트의 여왕처럼 군림하던 로열 아이콘 다이애나 빈의 스키 룩이 여전히 회자되듯, 스키 시즌이 다가오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점프수트, 볼륨감 있는 아우터웨어, 글러브와 비니는 겨울의 설렘을 더욱 키워준다. 추위를 견디면서 패션 감각을 잃지 않게 해주는 이 아이템은 기능성과 아름다움이 공존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증명한다.
Moncler Grenoble
2025 가을 겨울 컬렉션에서는 단순히 ‘겨울 분위기’를 넘어 실제 슬로프 위에서 느껴지는 감각을 런웨이로 옮겨온 듯한 스타일이 두드러졌다. 스키 코어(Ski Core)라는 이름의 새로운 스타일 코드가 본격적으로 패션 무대 한가운데 자리한 순간이다. 이번 시즌 브랜드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스키 코어를 해석했다. 몽클레르 그레노블은 프랑스 알프스 해발 2008m의 쿠르슈벨 알티포트를 런웨이로 선택해 말 그대로 ‘슬로프 위의 패션’을 실현했다. 다운 점프수트와 하운즈투스 니트, 셸 재킷 등 스키웨어의 기능성과 미학을 도시적 언어로 재구성해 퍼포먼스 웨어가 곧 럭셔리 데일리 웨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Valentino
Moncler Grenoble
아크네 스튜디오는 ‘자연과 도시의 대비’라는 주제를 따라 슬림한 팬츠와 글러브, 머플러를 조합해 클래식한 스키복의 실루엣을 현대적으로 날렵하게 다듬었다. 발렌시아가는 터틀넥 니트와 고글을 매치해 위트 있는 스키 코어를, 발망은 점프수트에 사이하이 부츠를 결합해 당장 리프트로 향해도 어색하지 않을 듯한 강렬함을 선보였다. 스키 코어에 이토록 많은 브랜드가 매혹된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가을 겨울 시즌이라는 계절적 특성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MSGM
Acne studios
스키는 오래전부터 ‘로열 스포츠’로 불리며 알프스 리조트의 여유로운 라이프스타일, 설원을 배경으로 한 드레스업 문화, 장비에서 비롯되는 기능미와 유머까지 고유한 문화적 이미지를 품어왔다. 이번 시즌의 스키 코어는 바로 이 지점에서 기능성과 레트로 감성, 여유로운 스타일이라는 세 축을 중심으로 확장됐다. 특히 몽클레르는 기술을 곧 미학으로 해석하며 소재 연구나 구조적 실루엣, 성능적 요소를 정교하게 결합해 스키복을 새로운 패션 언어로 구축했다. 스키 장비 특유의 고글, 벨트, 반사 스카치 소재는 각 하우스의 개성을 드러내는 도구가 되며 이번 시즌의 미감을 한층 더 풍부하게 만든다. 결국 스키 코어가 주목받는 이유는 이것이 ‘눈 위에서만 입는 옷’을 말하는 트렌드가 아니라 기능성과 라이프스타일, 문화적 상징성까지 아우르는 복합적 코드이기 때문이다.
Louis Vuitton
요컨대 패션은 스키 코어 안에 존재하는 명확한 태도와 서사에 매혹됐다. 리조트의 낭만, 고산지대의 기술력, 도시의 위트가 공존하는 이 흐름은 스키 코어를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격상시키고 있다. 추운 겨울을 이겨내는 방법은 단순히 두꺼운 옷을 껴입는 데 있지 않다. 스키를 즐기든 즐기지 않든, 스키 코어의 감각을 더한다면 이번 겨울은 분명 더 따뜻하고, 확실히 스타일리시해질 수 있다. 올겨울, 스키 코어와 함께 계절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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