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강현민 기자】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건은 단순한 보안 사고로 설명되기 어렵다. 쿠팡이 성장해온 방식 자체가 이번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빠른 배송과 편리함은 생활을 바꿨지만, 그 기반에는 로비 중심의 운영과 책임 회피 구조가 자리 잡고 있었다는 것이다.
쿠팡의 경영진 이력만 봐도 이런 특징이 드러난다. 현 대표와 전 대표 모두 대관 출신이다. 박대준 대표는 LG전자와 네이버에서 공공기관 대응을 맡았고, 강한승 전 대표는 판사 출신으로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거쳐 민간 로펌에서 활동했다.
내부에서도 대관 조직은 비대해졌다. 국회와 인사혁신처 자료에 따르면 쿠팡은 최근 5년간 4급 이상 고위 공무원 44명을 영입했고, 올해만 18명이 새로 들어갔다. 업계에서는 계열사를 포함한 대관 인력이 100명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본다.
이 같은 흐름을 두고 “규제를 피하고 리스크를 정치권과의 관계로 관리하려는 구조가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권 교체기를 전후해 고용노동부 공무원 9명이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로 이동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정치권의 평가는 날카롭다. 야당 의원실 한 관계자는 “올해 국감 때 김범석 의장의 출석 요구가 있었는데, 그 시기 쿠팡 대관들이 굉장히 열심히 움직였다”며 “유력 정치인 보좌진들도 쿠팡으로 갔다. 고객의 안전은 뒷전이고 거액을 써서 이런 인사들을 영입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이번 일을 그냥 넘기면 더 큰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실 한 관계자는 “쿠팡은 대관계의 블랙홀이다. 그렇다고 일을 잘하는지는 딱히 모르겠지만 말이다”고 말했다.
책임의 공백은 창업자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에게로 이어진다. 김 의장은 모회사에서 70% 이상의 의결권을 보유하지만, 한국 쿠팡의 등기이사직은 2021년에 내려놨다. 국회 출석 요구가 있을 때마다 해외 체류를 이유로 피하고 있어 “실질 지배력은 유지한 채 법적 책임은 피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각에선 그를 향해 “한국에서 돈을 벌면서 책임은 지지 않는 검은 머리 외국인”이라고 지적했다.
소비자단도 우려를 표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보이스피싱, 명의도용 등 2차 피해가 우려된다”며 “실질적인 배상안이 없다면 탈퇴와 불매 운동을 포함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미국에서 같은 일이 벌어졌다면 집단소송으로 수천억원대 보상 책임을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여론이 악화됐지만 쿠팡 이용자 이탈은 제한적일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체할 서비스가 뚜렷하지 않다는 현실도 작용한다.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쿠팡은 한국 시장에서 비교할 수 없는 지위를 갖고 있다”며 “단기적인 이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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