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중박 연간 관람객 500만 시대, K 박물관의 저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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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중박 연간 관람객 500만 시대, K 박물관의 저력은?

바자 2025-12-06 08:00:00 신고


K-MUSEUM SYNDROME


2025년 국립중앙박물관을 포함한 전국 13개 국립박물관의 누적 관람객이 1천만 명을 돌파했다. 관람객은 단순히 전시된 유물을 보는 것 말고, 몸으로 체험하며 이면의 서사에 공감하길 원한다. 이에 반응한 세 곳의 박물관에서, K 박물관의 인기가 단발적 사건이 아닌 하나의 문화현상이 될 수 있었던 이유를 찾았다.


신라 왕실 무덤 중 가장 규모가 큰 고분 중 하나인 황남대총 북분에서 출토된 ‘황남대총 금관’. 뒤에는 남분 북분 금 허리띠가 전시되어 있다.
신라 왕실 무덤 중 가장 규모가 큰 고분 중 하나인 황남대총 북분에서 출토된 ‘황남대총 금관’. 뒤에는 남분 북분 금 허리띠가 전시되어 있다.

국립경주박물관

국립경주박물관을 중고등학생의 수학여행 장소 정도로만 생각했다면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곳의 전신이 1913년 일제강점기 당시 경주 일대의 신라 유적을 보존하기 위해 만들어진 ‘경주고적보존회’라는 사실은 1910년대부터 신라 고분 발굴과 유물 연구의 중심축 역할을 해왔음을 증명한다. 천마총, 황남대총, 월성 등 주요 유적에서 출토된 신라시대 왕실급 유물 대다수의 원본을 보유하고 있으며, 한반도에서 가장 방대한 고고유적이 집중되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지난 11월 2일부터 시작된 전시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은 국립경주박물관의 위상을 높인 또 하나의 사례로 기억될 것이다. 박물관은 전시를 위해 지금껏 한국에서 발견된 6점의 금관을 한자리에 모았다. 이는 1921년 9월 경주 노서동에서 금관총 금관을 발견한 이후 104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고고학 연구자들에게 꿈의 전시로 통하는 이유다. 금관총 금관은 물론, 최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선물 받았다는 천마총 금관 모형의 원본도 볼 수 있다. 전시 오픈 당일 새벽 4시부터 줄을 설 정도로 반응은 뜨거웠고 결국 다음 날부터 회차당 150명씩, 평일 기준 하루 2천550명으로 관람 인원을 제한해야 했다.

“이번 전시는 역사와 미학이 만나는 한국 박물관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든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관람객들은 단순히 유물을 구경하려는 것이 아니에요. 역사적, 사회적 맥락 속에서 전시의 가치를 알아차렸기 때문에 관심을 보이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신라 왕릉 내부의 구조와 황금 장신구 출토 현장을 체험할 수 있는 상설전시관을 꼭 들러보시라 권합니다. 별것 아닌 체험 같지만 훨씬 깊은 여운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이거든요.” 전시를 기획한 국립경주박물관 김대환 큐레이터의 말이다. 벽에 프린트된 정보를 읽거나 오디오 가이드를 듣는 것 말고, 지금 이곳이 아니라면 쉽게 해볼 수 없는 ‘체험’에 발 벗고 나서는 것이 요즘 관람객의 감상법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세대를 막론하고 관람객이 원하는 것은 전시 콘텐츠를 더 깊게 경험하는 것이다.


연꽃, 구름, 용, 신선 등의 형상을 세밀하게 조각한 백제금동대향로.
연꽃, 구름, 용, 신선 등의 형상을 세밀하게 조각한 백제금동대향로.

국립부여박물관

국립박물관 지방 분관 중에서 경주에 이어 두 번째로 개관해 약 80년간 백제의 문화유산을 연구하고 보존해왔다. 국내외 관람객을 통틀어 ‘직접 보고 싶은 유물’을 묻는 설문 조사에서 언제나 상위권을 기록하는 ‘백제금동대향로’가 바로 이곳에 있다. 국립부여박물관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일은 백제 문화를 역사의 일부가 아닌 동시대에 경험할 수 있는 문화로 전달하는 것이다. 향로를 그저 아름다운 공예품으로 전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간의 향과 음악 등을 활용해 당시의 세계관과 문화적 감성을 체험해볼 수 있도록 확장하는 식이다. 국립부여박물관 신나현 학예연구사는 이 방식이 지금의 인기를 이끌어낸 요인이라 말한다. 오는 12월 23일 개관 예정인 ‘백제대향로관’은 이러한 추세를 반영해 감상존과 정보존으로 나뉘어 구성된다고. “감상존에서는 조명의 각도, 시선의 높이, 작품 및 관람객 사이의 거리감을 세밀하게 조정하고 향과 음악을 동원해 관람객이 오감으로 향로를 느낄 수 있도록 기획했어요.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해도 향로를 충분히 관람한 것이 되는 셈이죠.”

백제금동대향로 말고, 또 하나 놓쳐서는 안 될 것이 있다. 박물관 로비에서 진행 중인 실감 콘텐츠 ‘백제 문양전’이다. 부여 외리에서 출토된 여덟 가지 문양전(백제시대에 만든 무늬 벽돌)은 국외 전시에 출품되는 작품들 중 압도적 1위를 차지하는 한국 대표 문화유산이다. 이를 6K 영상과 레이저, 포그머신, 프로젝터로 재해석한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다. 과거 백제인들이 꿈꾸던 이상향, 연꽃과 산수, 봉황과 용이 살아 움직이는 풍경이 눈앞에 펼쳐질 때마다 관람객들 사이에서는 짧은 탄성이 새어 나온다.





국립대구박물관

섬유산업의 도시 대구의 정체성과, 이곳에 뿌리내린 시민들의 삶과 문화를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것. 국립대구박물관의 자부심이다. 국립박물관 중에서는 유일하게 복식 문화를 주제로 한 상설 전시실을 운영하며, 삼국시대 장신구부터 조선시대 활옷과 갓, 현대 한복 등 여러 시대에 걸친 복식을 주제로 특별전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국립대구박물관 고영민 학예연구사는 이곳이 관람객과 더 큰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던 진짜 이유로 역사와 전통, 그 이면에 있는 개인의 감정과 사사로운 이야기를 다루는 점을 꼽았다. “지금의 관람객에게 유물의 기술적 가치보다 중요한 건 만든 사람의 삶을 짐작해볼 수 있는 이야기예요. 정보 말고 정서를 느끼고 싶어하죠. 요즘은 확실히 젊은 관람객의 반응이 지배적이지만, 이건 세대를 불문하고 공통적으로 보이는 현상이에요. 보고, 듣고, 만지며 적극적으로 감각할 수 있는 연출을 선호하는 것이요.” 그는 2024년 5월 기획한 전시 «한국의 신발, 발과 신»에서 ‘원이엄마 미투리’(부인이 병으로 요절한 남편을 위해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 만든 신발)가 관람객의 반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던 것도 같은 이유라고 믿는다. 최근 국립대구박물관은 인근의 산책로를 야외 전시장으로 선보였다. 이건희 회장이 기증한 석조물 중 257점을 선별해 구성한 이 공간에는 ‘모두의 정원’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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