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척수증을 의심해야 하는 결정적인 신호들
척수증은 초기에는 단순한 손 저림으로 시작하지만, 압박이 심해지면 보다 전형적인 신경 증상이 나타난다. 먼저 손의 미세한 동작이 둔해진다. 단추를 잠그거나 지퍼를 올리는 동작이 서툴고, 글씨가 달라지거나 숟가락을 자꾸 떨어뜨리는 경우도 있다. 특징은 한쪽이 아닌 양손이 비슷하게 둔해진다는 점이다. 걸음걸이의 변화 역시 중요한 신호다. 다리에 힘이 약해지고 보폭이 짧아지며, 계단이나 울퉁불퉁한 길에서 균형을 잡기 어려워진다. 이러한 모습은 뇌 질환과 혼동되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목의 척수가 눌릴 때 나타나는 대표적인 증상이다. 특히 주의해야 할 점은 목 통증이 전혀 없어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목이 하나도 안 아픈데 설마?” 하고 지나치기 쉽고, 그 결과 척수증은 흔히 조기 진단이 늦어지곤 한다.
◇ 척수증은 왜 생길까? 척추관이 좁아지는 퇴행성 변화
척수증이 발생하는 가장 흔한 원인은 퇴행성 변화다. 나이가 들면서 추간판이 뒤로 튀어나와 척수를 압박하거나, 후종인대·황색인대가 두꺼워지거나 굳어지는 골화증이 발생해 척추관을 좁게 만든다. 또한 뼈가 자라나는 골극(osteophyte) 역시 척수를 누르는 원인이 된다. 이러한 변화들은 결국 척수가 지나가는 통로인 척추관을 점점 좁게 만드는데, 이는 마치 오래된 수도관이 녹슬어 물 흐름이 막히는 것과 비슷하다. 척추관이 좁아지는 속도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중년 이후에는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으며, 장시간 고개 숙인 자세를 유지하는 생활 습관이나 오래된 목 추간판 탈출증의 병력이 있는 경우 위험이 더 높아진다.
◇ 척수증 진단은? MRI로 신경 손상 정도를 확인해야
척수증을 가장 정확하게 진단하는 방법은 경추 MRI 검사다. MRI를 통해 척수가 어느 부위에서 얼마나 눌리고 있는지, 척수 내부에 손상이나 부종이 발생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수술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의사의 진찰 또한 중요하다. 손과 발의 과도한 반사, 보행의 불안정, 손가락의 미세운동 장애 등을 종합해 평가하는데, 손발 증상이 지속된다면 시간을 지체하지 말고 MRI 검사를 고려하는 것이 조기 발견의 핵심이다.
◇ 척수증 치료는? ‘시기’가 모든 것을 좌우한다
척수증은 저절로 좋아지지 않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신경 기능이 점차 떨어진다. 한번 손상된 척수는 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기’다. 초기라면 약물치료나 물리치료로 일시적인 증상 완화는 가능하지만, 척수를 압박하는 근본 원인을 해결할 수는 없다. 신경 손상 소견이 나타나거나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라면 압박된 척수를 풀어주는 수술적 치료, 즉 감압술이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후궁성형술, 추간판 제거 및 유합술(ACDF), 후궁절제술 및 유합술 등이 있으며 환자의 상태와 병변 위치에 따라 적합한 수술 방법이 달라진다.
◇ ‘손 저림’ 절대 가볍게 넘기지 마세요
대전선병원 척추센터 김재훈 전문의는 “척수증은 조용히 진행되기 때문에, 치료 시기를 놓치면 영구적인 손·발 저림이나 보행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초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대부분의 일상 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 손끝의 작은 신호와 달라진 걸음걸이를 나이 탓으로만 돌리지 말고, 전문의와 상담해 조기에 척수증을 발견하는 것이 신경 손상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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