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오면 유독 손과 발이 먼저 계절을 알아채는 사람들이 있다. 아침에 장갑을 껴도 금세 손끝이 얼어붙고, 두꺼운 양말을 신어도 발바닥은 얼음장처럼 차갑다.
따뜻한 방 안에서도 손발만은 독립적으로 겨울을 맞이한 듯한 이 이상한 ‘냉기’, 많은 이들은 “평소에도 좀 찬 편”이라며 넘기지만, 실제로는 우리 몸이 보내는 중요한 신호일 수 있다.
수족냉증은 단순히 ‘추위를 잘 탔다’로 설명되지 않는다. 혈관, 신경, 호르몬, 생활습관 등 여러 요인이 얽혀 나타나는 복합적인 현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일상에 불편이 커지고 다른 질환의 실마리가 되기도 한다.
◇수족냉증, 단순한 ‘손발 냉증’이 아니다
수족냉증은 주변 온도가 낮지 않아도 손과 발이 유난히 차갑게 느껴지는 상태를 말한다.
서울대학교병원은 이 현상이 단순히 체온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자극에 과도하게 반응한 교감신경이 혈관을 급격히 좁히고 말초 혈류를 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즉, 손과 발까지 충분한 따뜻한 피가 도달하지 못해 생기는 ‘말초 순환 장애’다.
여기에 출산·폐경 등으로 인한 호르몬 변화, 스트레스, 갑상샘 기능 저하, 혈관·신경 질환, 약물 부작용 등이 더해지면 증상은 더욱 뚜렷해질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수족냉증이 하나의 ‘증상’일 뿐이라는 것. 그 뒤에는 류마티스성 질환이나 레이노병, 손목터널 증후군 같은 의학적 원인이 숨어 있을 수 있어 가볍게 넘기기 어렵다.
◇여성, 특히 중년 여성에게 많은 이유
수족냉증이 여성에게 흔한 이유는 명확하다.
여성은 사춘기, 임신, 출산, 폐경으로 이어지는 생애 주기 전체에서 호르몬 변동의 폭이 크다. 이러한 변화는 혈관 반응성과 체온 조절 기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게다가 여성은 스트레스·정서적 긴장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어 교감신경이 쉽게 활성화되며, 이 역시 말초 혈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출산 이후나 40대 이후에 갑자기 손발 냉증을 호소하는 사례가 많다.
◇색 변화가 보인다면 레이노병 여부 확인해야
수족냉증과 가장 흔히 연관되는 질환은 레이노병(레이노 현상)이다.
추위나 스트레스 상황에서 손가락 색이 하얗게 → 파랗게 → 붉게 차례로 변하는 것이 특징이며, 이 과정에서 통증·가려움·저림이 동반되기도 한다.
많은 환자는 “손끝이 갑자기 하얘지더니 감각이 없어졌다”, “따뜻한 데로 들어오면 손가락이 화끈거린다”라고 표현한다.
색 변화가 반복된다면 단순 냉증이 아닌, 혈관 수축 이상을 의심해야 하고 장기간 방치하면 조직 손상으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
◇어떻게 진단할까
수족냉증에는 특별한 단독 검사법이 없다. 대신 ‘다른 질환이 아닌지’ 를 확인하는 배제 진단 과정이 핵심이다. 대학병원에서는 다음과 같은 항목을 중점 평가한다.
| -피부색 변화·통증·감각 이상 -혈액검사(염증·면역 질환 여부) -갑상샘 기능검사 -신경전도·근전도 검사(신경병 여부) -틴넬·팔렌 검사(손목터널 증후군 감별) -필요 시 한랭부하검사·모세혈관 현미경 검사 |
특히 젊은 연령층에서 색 변화가 반복될 경우, 레이노병을 가장 먼저 고려한다. 이처럼 수족냉증은 단순 증상이지만 진단 과정은 폭넓게 진행된다.
전문의들은 수족냉증 치료의 1순위를 ‘생활습관 교정’으로 꼽는다.
이유는 단순하다. 혈관·신경·호르몬 등이 복합적으로 관여하는 만큼, 일상적인 체온 관리와 순환 개선이 가장 직접적이고 지속적인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수족냉증을 앓고 있다면 다음과 같은 생활습관을 가져야 한다.
| -실내에서도 몸 전체를 따뜻하게 유지하기 -얇은 옷을 여러 겹 입어 보온층 만들기 -장갑·목도리·양말·부츠 등 말초 보온 철저히 -찬물 설거지·빨래는 피하고, 냉장고 물건은 장갑 착용 -흡연·간접흡연 모두 금기 -가벼운 유산소·근력운동으로 순환 강화 -깊은 복식호흡으로 스트레스 완화 |
이밖에도 바이오피드백처럼 손가락 체온 변화를 시각적으로 확인하며 혈류 개선을 훈련하는 방법도 보조적으로 활용된다.
◇음식으로도 ‘속부터 따뜻함’을 채울 수 있다
수족냉증은 단순히 손발만 차가운 것이 아니라, 전신 순환 상태가 저하된 결과다.
따라서 생활습관 교정과 함께 체내 열 생산을 돕는 음식을 꾸준히 섭취하면 증상 완화에 더욱 도움이 된다.
아래는 대표적인 ‘따뜻한 체질 음식들’이다.
▲생강: 몸속 열을 깨우는 천연 난로
생강의 진저롤·쇼가올은 체내 열 생산을 촉진하고 혈관을 확장해 말초 혈류를 향상시킨다. 생강차·생강꿀물 등으로 쉽게 즐길 수 있으며 겨울철 보온 관리의 필수품처럼 활용된다.
▲대추: 혈액을 보충하고 피로를 풀어주는 식품
대추는 따뜻한 성질을 지닌 대표 보양 재료로, 철분·비타민이 풍부해 혈액 순환과 빈혈 개선에 도움된다. 생리불순이나 피로 누적으로 인한 냉증에도 적합하다.
▲마늘: 혈관을 깨끗하게 하고 순환을 돕는 자연 보약
알리신 성분이 혈관의 노폐물을 제거하고 혈류를 원활하게 만든다.
생으로 먹기 부담스러우면 구워 먹거나 찌개·볶음에 넣어도 효과는 충분하다.
▲계피: 냉기를 몰아내는 따뜻한 향
계피 속 시나믹산·유게놀은 혈관 확장 효과가 있어 손발 냉증 완화에 좋다.
꿀을 넣은 계피차는 몸속 순환을 따뜻하게 깨우는 대표 겨울 음료다.
▲흑임자: 보온·영양을 동시에 채우는 식재료
흑임자는 철분·칼슘·비타민 E가 풍부해 혈액 생성과 혈류 개선을 돕는다.
흑임자죽·라떼 등으로 섭취하면 속이 따뜻해지고 영양 보충까지 가능하다.
◇음식과 생활습관이 함께 바뀔 때 효과가 극대화된다
체온을 높이는 음식이 도움은 되지만, 이것만으로 수족냉증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는다. 아래와 같은 식습관을 함께 실천하면 훨씬 더 효과를 느낄 수 있다.
| -따뜻한 물·보리차·생강차 자주 마시기 -불규칙한 식사·급격한 다이어트 피하기 -단백질·철분이 풍부한 음식 함께 섭취하기 -저녁에는 속을 데우는 국물 요리 곁들이기 |
여기에 적절한 운동, 규칙적인 생활, 수면 중 체온 유지까지 더하면 손발의 냉기는 한층 수월하게 개선될 수 있다.
수족냉증은 한 가지 원인이 아니라 여러 요인이 겹쳐 나타나는 만큼, 생활습관·식습관·체온 관리가 모두 균형 있게 이뤄질 때 가장 큰 효과가 나타난다.
지속적으로 불편감이 있다면 전문의 진료를 통해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올겨울, 손발의 온도를 지키는 작은 실천들이 결국 내 몸을 건강하게 지키는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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