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월드컵 포트1에는 당연히 강팀들이 몰릴 수밖에 없다. 자동으로 포트1에 들어가는 개최국을 제외하면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대로 조추첨 포트에 배정되기 때문이다.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도 마찬가지다. 개최국인 미국, 멕시코, 캐나다와 함께 FIFA 랭킹 1위부터 9위까지 포트1에 자리했다.
포트2에 배정된 대한민국 입장에서는 포트1에서 가장 까다로운 상대를 만날 수밖에 없다. 그나마 개최국인 미국, 멕시코, 캐나다를 만나는 게 최선이지만, 그들도 FIFA 랭킹 30위 안에 드는 팀들인 만큼 안심할 수가 없다.
포트1 팀들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한국은 이들 국가를 상대로 대부분 상대전적 열세에 있다. 개최국의 경우에도 오래 전부터 축구로 교류한 미국에 6승 3무 3패로 앞설 뿐 멕시코에는 4승 3무 8패로 열세고, 캐나다와는 2승 1무 2패 호각세다.
FIFA 랭킹 상위 팀들과는 상대전적 열세가 더욱 도드라진다. 아예 승리한 적이 없는 팀도 6곳이나 된다. 1위 스페인에 2무 4패, 2위 아르헨티나에 3패, 3위 프랑스에 1무 2패, 4위 잉글랜드에 1무, 7위 네덜란드에 2패, 8위 벨기에에 1무 3패다. 승리가 있는 팀이라고 사정이 크게 다르지는 않다. 5위 브라질과는 9경기를 치러 1999년 김도훈의 결승골로 1-0 승리한 걸 제외하면 모조리 패했다. 9위 독일과는 2승 2패로 호각세인데, 한국 은 독일을 상대로 이상하리만치 경기력이 좋았던 측면이 있다.
그런데 포트1 국가 중 한국이 전승을 거둔 팀이 있다. 바로 포르투갈이다. 한국은 포르투갈과 두 차례 만나 모두 승리했다. 포르투갈과 맞대결은 21세기에 치러졌는데, 포르투갈이 2000년대를 전후해 유럽 강호로 확실히 올라섰음을 고려하면 이색적이다.
포르투갈과 첫 만남은 2002 한일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이었다. 당시 한국은 비기기만 해도 16강 진출이 유리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거스 히딩크 감독을 비롯한 선수들은 승리에 대한 의지가 가득했고, 후반 25분 이영표의 크로스를 박지성이 가슴으로 받은 뒤 오른발로 수비를 제치고 왼발 발리슛으로 골키퍼 다리 사이로 들어가는 멋진 결승골을 넣어 한국에 1-0 승리를 선사했다. 포르투갈은 16강 진출을 위해 승리가 필요했으나 전반 27분 주앙 핀투가 다이렉트 퇴장을 당한 데다 후반 21분에는 베투까지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하며 수적 열세를 극복하지 못했다.
당시 포르투갈 대표팀에서 이 경기를 끝으로 은퇴했던 파울루 벤투 감독은 2018년 한국 대표팀에 선임됐고,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에서 한국과 포르투갈의 두 번째 맞대결을 함께했다. 다만 벤투 감독은 앞선 가나와 2차전에서 경기 종료 후 심판에게 항의하다가 퇴장을 당했기 때문에 벤치가 아닌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봐야 했다.
한국과 포르투갈의 두 번째 맞대결에서도 한국이 웃었다. 포르투갈은 이미 16강 진출을 확정지었기 때문에 이 경기에서 힘을 빼고 나왔음에도 전반 5분 히카르두 오르타의 선제골로 앞서나갔다. 승리가 필요했던 한국은 좋은 공격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전반 27분 김영권의 동점골로 승부의 균형을 맞췄다. 그리고 후반 추가시간 1분 손흥민이 수비 진영부터 공격 진영까지 질주한 데 이어 절묘한 타이밍에 스루패스를 찔러넣었고, 정확하게 페널티박스로 쇄도한 황희찬이 이를 마무리하며 ‘알라얀의 기적’이 완성됐다. 한국은 이 경기를 2-1로 잡으며 12년 만에 월드컵 16강에 진출하는 기쁨을 누렸다.
물론 이번에 만난다면 한국이 포르투갈을 상대로 승리를 장담하기는 어렵다. 포르투갈은 비티냐, 누누 멘데스 등이 전성기에 접어들면서 스트라이커를 제외하면 약점이 없는 스쿼드가 됐다. 한국도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등이 포진한 황금세대지만, 전 포지션에 걸쳐 유럽 최상위권에서 뛰는 선수들이 즐비한 포르투갈을 마주한다면 매우 어려운 경기가 예상된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Copyright ⓒ 풋볼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