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홍성읍 원도심 한가운데, 수십 년의 세월을 간직한 낡은 간판과 오래된 골목길 사이로 새로운 경제적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이 변화의 시발점은 거대한 규모의 개발 프로젝트가 아닌, 청년 디자이너와 지역 소상공인, 유기농업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만들어낸 작은 디자인 파일 하나였다.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이 프로젝트는 함께일하는재단과 새마을금고중앙회, 행정안전부, 그리고 홍주MG새마을금고 및 로컬창업가 커뮤니티 집단지성이 힘을 합쳐 추진한 ‘2025 MG희망나눔 청년로컬 지원사업’의 브랜딩·리패키징 부문이다. 지역 청년의 역량을 활용해 로컬 브랜드의 상품성을 높이는 실증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이번 프로젝트의 가장 눈에 띄는 성과는 청년 디자이너 '레이럴 오관'의 김태우 대표가 이끌었다. 원도심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김 대표는 브라우너 카페의 대표 상품인 '홍주빵' 패키징을 재탄생시키는 작업을 맡았다. 홍주빵은 이미 지역민에게 익숙한 맛을 갖췄으나, 상품 가치를 높이려면 지역 정체성과 현대적인 감수성을 조화롭게 담아내는 포장이 필요했다.
김 대표는 "지역이 가진 고유의 맛은 이미 최고 수준입니다. 다만, 그 맛을 효과적으로 설명해 줄 언어와 이미지가 부족했을 뿐"이라며, "홍주빵의 지역성과 스토리를 패키지에 온전히 담아내려 노력했다"고 밝혔다.
새롭게 디자인된 패키지가 출시된 직후, 브라우너 카페는 즉각적인 호응을 얻었다. 특히 지역 주민뿐만 아니라 주말 홍성을 찾은 관광객들의 구매 비율이 뚜렷하게 증가하며 매출 구조에 직접적인 개선 효과를 낳았다. 이 성과를 바탕으로 총 4개 소상공인의 제품 패키지 개선 작업이 진행되었으며, 작은 디자인 변화가 지역 소상공인의 실질적인 매출 증대로 이어지는 사례를 확장하는 중이다.
디자인 역량 투입은 소상공인 영역에 국한되지 않았다. 홍성 지역 젊은 유기농부들이 만든 브랜드에도 새로운 마케팅 전략이 더해졌다. 로컬브랜드 기획자인 브랜디그 홍서윤 대표는 노디씨(NodiSeed) 등 유기농부 브랜드의 홍보 전략 설계를 담당했다.
홍 대표는 농부들이 고수하는 '정직한 철학'이 시장에서 소비자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그는 "농부의 언어는 흙에서 비롯되지만, 소비자와 통하는 언어는 매장에서 나온다"며, "이러한 간극을 좁히는 것이 브랜딩의 핵심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업을 추진한 집단지성과 함께일하는재단은 그동안 무정형 마켓 운영을 통해 '로컬 실험 공간'을 조성해 왔다. 이제 한 걸음 더 나아가, 청년 디자이너의 창의적인 역량을 지역 경제 시스템에 직접 연결하는 실질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했다.
홍주MG새마을금고 관계자는 "청년들이 가진 고유의 창의력이 지역 산업과 만났을 때 가장 큰 변화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지역 소상공인, 농부, 청년 창작자가 함께 동반 성장하는 구조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홍성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대규모 투자나 거창한 건물 신축 없이도, 지역의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디자인하고 브랜딩하는 것만으로 지역 경제를 움직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증명했다. 변화의 뒤편에는 요란하지 않게, 그러나 묵직한 영향력으로 지역을 지탱하는 청년 창작자들의 섬세한 손길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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