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연서, ‘서른여덟, 천국’, 2022~2023, 2채널 프로젝션, 흑백, 사운드, 방수 커튼, 1시간. 사진 이의록.
허지은(Gi (Ginny) Huo), ‘라이에로 가는 길’, 2025, 시트지에 디지털 컬러 프린트, 단채널 영상, 16mm 필름, 컬러, 1분 55초, 반복 재생(촬영, 편집 세이프 알 소바이히), 725.8×240cm. 사진 이의록.
회전하고 교차하는
두산갤러리가 각각 서울과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여성 작가 차연서, 허지은의 2인전을 연다. <sent in spun found>는 두산아트센터의 장혜정 큐레이터와 뉴욕에서 활동하는 큐레이터 루미 탄이 공동 기획한 것이다. 먼저 차연서 작가는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아버지 故 차동하 작가가 남긴 닥종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색색의 종이를 가위로 오려 죽은 신체를 표현했다. ‘축제’라는 제목을 붙인 이 연작은 참혹한 죽음의 이미지를 재생산함으로써 망자를 추모하는 의식으로 거듭난다. 종교적 신념으로 가족이 모두 하와이의 라이에로 이주한 허지은 작가는 자신의 고향인 라이에와 한국으로 되돌아간다. 전시장 바깥의 윈도 갤러리에 설치된 ‘라이에로 가는 길’은 라이에의 분절된 풍경을 중첩하여 귀환의 여정을 지연시킨다. 전시 제목은 두 작가의 작업에서 길어 올린 동사를 나열한 형태다. 전시작을 유심히 살펴보면 ‘보내지고 남겨지고 발견되는’ 움직임이 떠오를 것이다. 전시는 12월 13일까지 이어진다.
1 Kim Whanki, ‘Untitled’, 1967, Oil on canvas, 177cm×127cm. No. 96652 ©Whanki Foundation·Whanki Museum 2 Adolph Gottlieb, Expanding, 1962, Oil on canvas, 228.6cm×182.9cm. No. 45871 ©Adolph and Esther Gottlieb Foundation / Licensed by VAGA at ARS, New York
색과 면의 대화
추상표현주의의 거장 아돌프 고틀립과 한국 현대미술의 선구자 김환기가 서울에서 만났다. 페이스갤러리 서울이 개최한 2인전 <추상의 언어, 감성의 우주: 아돌프 고틀립과 김환기>를 통해서. 갤러리 2층은 김환기, 3층은 아돌프 고틀립의 공간으로 나뉜다. 두 작가는 추상이라는 방식으로 형태와 색채 실험을 이어갔지만, 스타일과 정서는 사뭇 다르다. 고틀립의 작품이 폭발적인 붓질의 긴장을 자아낸다면, 김환기의 작품은 서정적이고 리드미컬하다. 작가들은 세상에 없지만 작품은 여전히 남아 파장을 주고받는다는 사실이 아름답다.
1 유신애, ‘Ghetto Bouquet’, Oil on linen canvas, 2025, 112.1×145.5×3cm. © 유신애 2 유신애, ‘Fear Arrives Before Gravity Does,’ Oil on linen canvas, 2025, 90.9×65.1×3cm. © 유신애
매끈한 스크린의 함정
흔히 따뜻한 재료로 여기는 유화를 활용해 매끈한 디지털 매체를 묘사하는 작가 유신애의 개인전이 한남동의 갤러리 FIM에서 11월 27일부터 12월 27일까지 한 달간 열린다. 지난 6월 국제갤러리가 개최한 젊은 작가 그룹전 이후 간만의 전시 소식이다. 전시 제목 <게토 부케(Ghetto Bouquet)>는 고립된 장소인 ‘게토’와 화려한 꽃을 연상시키는 ‘부케’를 나란히 두어 눈부시고 매혹적인 화면에 자본주의 사회의 피로감을 겹쳐놓는 작가의 작업 세계를 직관적으로 전한다. 눈부신 광고판에 현대사회의 민낯이 드러날 때 우리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그의 작품 앞에서 직접 확인해볼 시간이다.
청각을 넘어선 ‘듣기’
단순한 음악 감상을 넘어 듣는 행위를 재정의하고 싶다면 주목할 것. 국내 유일의 사운드 페스티벌 ‘위사(WeSA) 페스티벌 2025’가 서울 마포구 상수동의 틸라 그라운드에서 12월 12일부터 14일까지 관객을 맞이할 예정이다. 올해는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미국 등 9개국 13팀의 아티스트가 참여한다. 특히 런던 실험음악 레이블 터치 레코드 소속의 시몬 보스코와 바젤 FOG 페스티벌의 공동 디렉터인 로베르토 마퀘다의 공연 소식은 음악 마니아들을 들뜨게 만든다. 공간의 진동을 느끼며 몸을 통과하는 사운드를 경험하고 싶다면 놓쳐서는 안 될 이벤트다.
1 조선희, ‘FROZEN GAZE_364639’, 2024, Pigment print. ©조선희 2 조선희, ‘FROZEN GAZE_332483’, 2020, Pigment print. ©조선희
얼어붙은 숨결
사진작가 조선희가 뮤지엄 한미 삼청별관에서 열리는 개인전 <FROZEN GAZE>를 통해 2018년부터 이어온 동명의 연작을 선보인다. 우연히 죽은 참새를 발견한 경험에서 출발한 이 작업은 로드킬로 죽은 새의 주검을 얼려 촬영한 결과물이다. 작가는 냉동과 해동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균열과 무늬를 여러 차례 실험하며 섬세한 질감을 구현했고, 이를 4×5 대형 카메라로 촬영해 세밀하게 담았다. 작품의 제목인 ‘얼어붙은 응시’는 물리적으로 냉동된 대상을 일컫는 단어이자, 아버지의 죽음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한 채 얼어붙은 듯 멈춘 감정을 의미한다. 기간은 2026년 1월 25일까지. 세상을 얼릴 듯 냉혹한 바람이 부는 계절에 어울리는 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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