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지워지지 않는 붉음의 이유
나뭇잎이 모두 떨어진 자리, 산수유 열매만이 깊은 붉은빛으로 가지 끝에 매달려 있다. 차가운 공기와 흐릿한 겨울빛 사이에서도 그 작은 열매는 또렷한 색을 잃지 않는다. 조용한 계절을 깨우는 듯한 이 붉음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순간에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산수유 열매는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봄부터 이어진 생장의 시간, 뜨거운 여름과 비를 견딘 계절들, 그리고 가을의 무게를 버텨낸 뒤에야 이 늦겨울까지 모습을 남긴다. 그래서 산수유는 오래된 약속처럼 보인다. 쉽게 사라지지 않고, 쉽게 잊히지 않고, 한 해의 끝자락까지 자신의 결실을 지켜내기 때문이다.
해가 바뀌어도 가지에 남아 있는 산수유처럼, 우리 또한 지난 시간 속에 꼭 붙잡고 싶은 순간들이 있다. 성취이든, 관계이든, 마음 한켠의 작은 결정이든, 겨울의 문턱에서 더욱 선명해지는 것들. 12월의 풍경 속에서 산수유가 보여주는 것은 결국 한 해 동안 우리가 무엇을 지켜왔는가 하는 조용한 질문인지도 모른다.
Copyright ⓒ 이슈메이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