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안중열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빛의 혁명 1주년 대국민 특별성명’을 발표하며 12월 3일을 공식적으로 ‘국민주권의 날’로 지정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지난해 발생한 12·3 친위 쿠데타 시도를 비무장 시민들이 평화적으로 저지한 사건을 “세계사적 민주주의 회복의 기념비”로 규정하고, 관련 책임자들에 대한 “엄정한 처벌”을 거듭 강조하며 정치·사법적 후속 조치의 방향을 분명히 했다.
이번 특별성명은 단순한 기념 선언을 넘어, 12·3 사태를 국가 정체성의 핵심 서사로 재정립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이 대통령이 “우리 국민의 평화적 저항은 세계 민주주의의 새로운 표준”이라고 말하며 “노벨평화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언급한 대목은, 사건을 국제적 민주주의 담론 속에서 재해석하고 외교적 확장성을 부여하려는 전략적 메시지를 드러낸다.
◇“국민이 계엄을 막았다”…이재명, ‘민주주의 복원’ 서사로 규정
이 대통령은 성명 전반에서 12·3 사태를 “국민주권의 실존적 시험대”라고 규정하며, 당시 시민들의 행동을 구체적으로 묘사했다. 장갑차를 맨몸으로 가로막은 시민, 국회 진입을 위해 경찰과 대치하며 길을 연 군중, 국회의사당 앞을 밤새 지킨 청년들의 모습을 다시 호명하며 사건을 ‘집단적 민주주의 실천’의 서사로 재구성했다.
그는 “저들은 불의했지만 국민은 정의로웠다”고 말하며 비폭력 시민 행동이 폭력의 악순환을 막고 “춤과 노래로 최악의 순간을 최고의 순간으로 바꿔낸 장면”이었다고 평가했다. 이는 민주주의 위기를 해결한 주체가 정치 권력이나 군이 아니라 ‘대중의 능동적 개입’이었다는 메시지를 부각하는 것으로, 현 정부가 내세우는 ‘국민주권정부’ 정체성과 맞물린다.
이 대통령은 계엄 해제를 의결한 국회와 문민통제를 이행한 군의 역할도 함께 언급하며, 국가 시스템 전반이 국민 행동을 계기로 헌정 질서로 복귀했다고 설명했다. 12·3 사태를 단순한 정치적 충돌이 아니라 국가 시스템 전체가 민주주의 원리를 시험받은 사건으로 재정의하는 발언이었다.
◇“가담자 엄정 처벌이 시작”…여전히 진행 중인 ‘진상규명’
가장 강한 어조는 진상규명과 처벌 문제를 다루는 대목에서 나왔다. 대통령은 “사적 야욕을 위해 헌정질서를 파괴하고 전쟁까지 획책한 무도함은 반드시 심판받아야 한다”고 밝히며, 관련 재판과 수사 절차가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그는 12·3 사태를 과거의 한 사건이 아닌 지금도 풀어야 할 국가적 책무로 규정하며, “진상규명은 ‘빛의 혁명’ 완수를 위한 시대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제시한 “정의로운 통합”이라는 표현은 향후 사법적 책임과 사회적 통합의 논리가 어떤 방식으로 조율될지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책임을 둘러싼 정치적 논쟁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남아 있다.
◇“세계 민주주의의 전환점”…‘노벨평화상’ 언급의 정치적 의도
이 대통령은 12·3 사태를 국내적 민주주의 복원 사례에 머무르지 않고, 세계 민주주의가 직면한 위기 속에서 중요한 전환점으로 재해석했다. “대한국민이 노벨평화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언급은, 한국 민주주의를 국제사회가 주목하는 모델로 세우겠다는 외교적 메시지이기도 하다.
국내적으로는 12·3 사태를 특정 정치세력의 승리가 아니라 국민 전체가 이룬 성취로 강조하며 정통성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국제적으로는 한국이 민주주의·인권·문민통제 분야에서 새로운 어젠다를 선도할 기반을 마련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한 민주주의를 지켜낸 날을 함께 기념하자”고 말하며, 12월 3일의 제도화를 국가 정체성의 한 부분으로 편입하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빛의 혁명은 끝나지 않았다”…국민주권정부의 장기 어젠다 선언
성명 후반부에서 대통령은 12·3 사태가 단기적 정치 이벤트가 아니라 앞으로의 개혁 과제를 규정하는 출발점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국민주권을 국가 운영의 중심 가치로 재확립하고, 민주주의 회복의 경험을 제도화하는 계획을 제시했다. ‘국민주권의 날’ 지정은 이러한 방향성을 제도적 기억으로 남기려는 구상이다.
또한, 친위 쿠데타 가담자에 대한 처벌과 진상규명은 한국 민주주의의 회복을 완성하기 위한 필수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사건의 단순한 종결이 아닌, 책임을 명확히 하고 국가적 상처를 치유하는 단계로 이해해야 한다”는 메시지였다.
아울러 민주주의의 회복력을 국가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제시하며, 한국의 경험을 국제사회가 주목하는 표준 모델로 발전시키겠다는 비전을 강조했다. 이러한 방향성은 문민통제 강화, 비상대비체계 정비, 권력기관 개편 등 정부가 추진할 가능성이 있는 정치·제도 개혁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아무리 높은 담도 넘는다”…내러티브의 마무리
이 대통령은 성명의 말미에서 “친위 쿠데타의 담도 넘은 국민은 어떤 벽도 넘을 수 있다”고 말하며 국민적 자신감을 다시 강조했다. 이는 ‘위기 극복 → 주권 회복 → 미래 도약’이라는 구조로 정리된 정부 서사를 매듭짓는 표현이었다.
결국 이날 발표는 단순한 1주년 기념사가 아니라, 12·3 사태 이후 한국 정치가 구축해야 할 새로운 질서에 대한 정부의 서사적 선언이었다. 민주주의 회복력, 국민주권, 책임, 통합이라는 네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국가 운영의 방향을 제시한 메시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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