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성기노 기자】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이 3일 새벽 기각됐다. 추 의원은 구속 위기를 넘겼지만, 특검이 즉각 반발하고 야당도 강하게 비판하면서 정치권은 다시 강대강 대치로 접어드는 분위기다.
서울중앙지법 이정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9시간의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혐의와 법리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충실한 법정 공방 이후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추 의원의 주거·경력, 출석 태도 등을 고려할 때 도망·증거인멸 우려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이번 영장 청구는 조은석 내란특별검사팀이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적용해 진행한 것이다. 특검은 추 의원이 계엄 해제 표결 직전 의원총회 장소를 국회와 당사, 다시 국회와 당사로 반복 변경해 국민의힘 의원들의 표결 참여를 방해했다고 본다. 실제 해제 결의안은 국민의힘 의원 108명 중 90명이 불참한 상태에서 재석 190명, 찬성 190명으로 가결됐다.
특검은 또 추 의원이 계엄 직후 홍철호 전 민정수석,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통화해 상황을 파악한 뒤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는 협조 요청을 받고 의도적으로 표결 방해에 나섰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동훈 당시 대표의 “본회의장으로 빨리 가라”는 요구를 전달하지 않았다는 내용도 영장에 포함됐다.
반면 추 의원은 특검이 “명확한 증거 없이 짜맞추기식으로 영장을 청구했다”고 강하게 저항했다. 윤 전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은 “담화 내용을 미리 설명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취지”였으며 특검이 주장한 ‘계엄 협조 요청’은 “증거를 무시한 궁예식 관심법”이라고 맞섰다. 결국 법원이 추 의원의 ‘궁예식 관심법’ 주장에 손을 들어준 셈이 됐다.
법원 결정 직후 특검팀은 “결정은 존중하지만 수긍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특검은 “국회가 무장 군인들에게 짓밟히고 시민과 군이 대치한 상황에서도 피의자는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다”며 “신속히 공소 제기해 법정에서 처벌을 구하겠다”고 밝혔다. 불구속 기소가 유력하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 이어 추 의원의 영장까지 연달아 기각되면서 여권은 사법부 비판 수위를 더욱 높일 것으로 보인다. 여당이 추진 중인 내란 전담재판부·대법관 증원·법왜곡죄·법원행정처 폐지 등 사법개혁 패키지 논의도 빠르게 가속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조희대 사법부가 국민의 헌정질서 회복 요구를 짓밟았다”며 “비상식적 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그는 “내란 혐의자들이 반성과 사과 없이 거짓과 회피로 일관하고 있다”며 추 의원과 국민의힘 지도부를 겨냥했고 “헌정질서를 해치는 세력은 결국 국민이 해산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무리한 영장 청구가 드러났다”며 역공에 나설 태세다. 국민의힘에서는 특검 수사를 ‘야당 탄압’으로 규정하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구속영장 기각으로 추 의원은 일단 사법 리스크의 한 고비를 넘겼지만 여야는 다시 정면 충돌 국면에 진입한 모양새다. 계엄 사태의 정치적 책임을 둘러싼 공방이 한층 격화되면서 향후 정국 역시 더 큰 파고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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