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입학사정관이 ‘서울대는 독서를 좋아한다는 말’의 구체적인 의미를 이야기했다. 그것은 서울대가 단순히 독서하는 ‘행위’만을 좋아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었다. 학생들이 독서를 통해 자연스럽게 쌓아 올린 지적 역량의 의미를 소중히 여긴다는 말이었다. 서울대는 온갖 매체로 둘러싸인 세상 속에서도 책은 여전히 중요한 배움의 도구이며 독서로 쌓아 올린 힘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서울대학교는 앞으로도 계속 독서를 통해 생각을 키워온 큰 사람을 기다린다’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서울대 입학생들은 서울대 입학을 위해 어떤 책을 가장 많이 읽었을까? 그들이 자신들의 지적 역량을 높이기 위해 가장 많이 읽은 책을 소개해 본다.
◆ 레이첼 카슨 『침묵의 봄』
이 책은 20세기 환경운동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으며, 지금도 가장 먼저 읽어야 하는 환경 분야 최고의 고전이다. 무분별한 살충제 사용으로 파괴되는 야생 생물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공개한 이 책은 당시 언론의 비난과 이 책의 출판을 막으려는 화학업계의 거센 방해에도 환경 문제에 대한 새로운 대중적 인식을 끌어내며 정부의 정책 변화와 현대적인 환경운동을 촉발했다. 미국의 전 부통령 앨 고어는 이 책이 출간된 날이 바로 현대 환경운동이 시작된 날이라고 말했으며,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은 “서구 환경의 역사에서 이 책의 출간은 환경을 이슈로 전폭적인 사회운동을 촉발한 결정타로 평가된다”라고 했다.
◆ 올더스 헉슬리 『멋진 신세계』
작가 올더스 헉슬리가 1932년에 발표한 이 작품은 금세기에 미래를 가장 깊이 있고 날카롭게 파헤친 작품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이 책은 과학이 최고도로 발달해 사회의 모든 면을 관리·지배하고, 인간의 출생과 자유까지 통제하는 미래 문명 세계를 그린 작품이다. 인간성을 상실한 미래 세계를 신랄하게 풍자하는 한편, 신의 영역을 넘보는 인간의 오만함을 경고하고 비판한다. 저자는 충격적인 미래 예언을 통해 인간의 자유와 도덕성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 장 지글러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이 책은 충분한 식량이 생산됨에도 불구하고 기아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폭로한다. 작가 장 지글러는 정치적, 경제적 불평등, 전쟁, 식민지 정책, 금융 독점, 선진국의 이기주의 등 구조적인 문제들이 식량 분배를 왜곡하고 기아를 초래한다고 지적한다. 이 책은 단순히 굶주림의 현상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 인간의 존엄성과 연대, 그리고 세계 질서의 근본적인 구조적 변화와 인간의 의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촉구한다.
◆ 한스 로슬링 『팩트풀니스』
이 책은 전 세계적으로 확증편향이 기승을 부리는 탈진실의 시대에 막연한 두려움과 편견을 이기는 팩트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세계적인 역작이다.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13가지 문제에서 침팬지의 평균 정답률은 33%지만 인간은 16%에 그쳤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침팬지를 이기지 못하는가? 똑똑하고 현명한 사람일수록 세상의 참모습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사실은 놀랍다. 이 책은 ‘느낌’을 ‘사실’로 인식하는 인간의 비합리적 본능 10가지를 밝히고, 우리의 착각과 달리 세상이 나날이 진보하고 있음을 명확한 데이터와 통계로 증명한다.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꾸고 미래의 위기와 기회에 대처하기 위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다.
◆ 마이클 샌델 『공정하다는 착각』
이 책은 기울어진 사회구조 이면에 도사린 ‘능력주의의 덫’을 해체한다. 하버드대 교수인 저자는 “우리가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라고 너무나도 당연히 생각해 왔던 개인의 능력을 우선시하고 보상해 주는 능력주의 이상이 근본적으로 크게 잘못되어 있다”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러한 능력주의가 제대로 공정하게 작동하고 있는지, ‘공정함=정의’란 공식은 정말 맞는 것인지 진지하게 묻는다. 되짚어본다. 그는 승자들 사이에서 능력주의가 만들어내는 오만과, 뒤처진 사람들에게 부과되는 가혹한 잣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 리처드 도킨스 『이기적 유전자』
이 책은 지난 40년간 생물학계를 비롯해 과학계와 언론의 수많은 찬사와 논쟁의 대상이 되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는 DNA 또는 유전자에 의해 창조된 생존 기계이며, 자기의 유전자를 후세에 남기려는 이기적인 행동을 수행하는 존재라고 주장한다. 그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성의 진화, 이타주의의 본질, 협동의 진화, 적응의 범위, 무리의 발생, 가족계획, 혈연선택 등의 주요 쟁점과 게임 이론, 진화적으로 안정한 전략의 실험, 죄수의 딜레마, 박쥐 실험, 꿀벌 실험 등 방대한 현대 연구 이론과 실험을 보여준다.
◆ 헤르만 헤세 『데미안』
독일 문학의 거장 헤르만 헤세가 그린 이 책은 주인공 싱클레어와 데미안의 우정을 바탕으로, 그들이 성장 과정에서 겪는 시련과 그 시련의 극복, 깨달음을 통해 완전한 자아에 이르는 과정을 성찰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헤세 자신에게도 재출발이었으며, 소년기의 심리, 엄격한 구도성, 문명 비판, 만물의 근원으로서의 어머니라는 관념 등 헤세의 전, 후기 작품 특징이 고루 나타나 있다.
◆ 김승섭 『아픔이 길이 되려면』
이 책은 사회역학자인 김승섭 고려대학교 보건과학대학 교수가 사회역학의 눈으로 질병을 바라보며 사회가 어떻게 우리 몸을 아프게 하는지, 사회가 개인의 몸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사회역학의 여러 연구 사례와 함께 이야기하는 책이다. 저자는 의료 기술의 발전만으로는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없다며 사회적 연결망이 기대수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사회역학의 연구 사례 등을 소개하며 근본적으로 인간의 몸과 건강을 어떻게 바라보고 개개인의 삶에 대한 공동체의 책임은 어디까지라고 생각하는지 고민하게 한다. 또한 모두 함께 건강하기 위해서 공동체는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 이야기한다.
◆ 기시미 이치로, 고가 후미타케 『미움받을 용기』
프로이트의 ‘원인론’을 정면으로 부정하며 “인간은 변할 수 있고, 누구나 행복해질 수 있다”라고 단언하는 철학자가 있다. 바로 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dler)다. 그는 자유도 행복도 모두 ‘용기’의 문제일 뿐 환경이나 능력의 문제가 아님을 보여준다. 오랫동안 아들러를 연구해 온 철학자 기시미 이치로의 혜안과 일본의 대표적인 스토리텔링 작가 고가 후미타케의 필력이 돋보이는 이 책은 자유로워질 용기, 평범해질 용기 그리고 ‘미움받을 용기’까지,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위한 아들러의 가르침을 ‘철학자와 청년의 대화’ 형식으로 엮어, ‘어떻게 행복한 인생을 살 것인가?’라는 인간 본연의 질문에 쉽고 명쾌한 해답을 제시한다.
◆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이 책은 인지 혁명, 농업 혁명, 과학 혁명의 세 가지 혁명을 통해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의 지배자가 된 과정을 설명한다. 저자는 인지 혁명은 언어와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대규모 협력 가능성을, 농업 혁명은 정착과 식량 생산의 증대를 가져왔으나 노동량 증가와 질병 위험을 일으켰다고 말한다, 또한 과학 혁명은 인류에게 세상을 바꿀 강력한 힘을 부여했지만, 생태계와 생명체 자체의 미래를 위협할 가능성도 함께 가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인류의 역사적 흐름을 거시적으로 분석하며,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현재의 모습과 생각들이 과거의 역사적 우연과 발명으로 만들어진 것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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