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시즌 절반이 지날 때까지만 해도 전진우는 베스트 11 선정을 넘어 득점상, MVP 수상까지 확실해 보였다. 그런데 시즌이 끝나는 시점, 전진우는 개인 무관이 확실해졌다.
1일 ‘하나은행 K리그 2025 대상 시상식’을 앞두고 일부 주요 부문을 제외한 수상자 대부분이 발표됐다. 수치로 미리 정해져 있던 최다득점상 싸박(수원FC), 최다도움상 세징야(대구)를 비롯해 포지션별 베스트 11도 공개됐다. 베스트 11 투표는 감독과 선수를 합쳐 60%, 미디어 투표 40%가 반영돼 결정된다.
가장 뜻밖이었던 게 전진우의 수상 불발이다. 전진우는 득점상, 도움상, 베스트 11을 모두 놓쳤다. MVP 최종 후보에 올라 있는 전북 선수는 박진섭이다.
전진우는 전북현대의 K리그1 우승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16골 2도움으로 공격 포인트 18개를 생산했다. 이는 팀내에서 티아고(9골 5도움)를 따돌린 1위 기록이다. 심지어 리그 전체에서 봐도 이동경(울산), 세징야, 싸박에 이어 공격 포인트 4위다. 이 4명 중 개인상을 하나도 타지 못한 선수는 전진우 뿐이다.
베스트 11에서 전북은 무려 6개 자리를 독차지하면서 리그 최강이었음을 공인 받았다. 왼쪽 미드필더 송민규, 오른쪽 미드필더 강상윤, 중앙 미드필더 김진규와 빅진섭, 중앙 수비수 홍정호, 골키퍼 송범근이 수상했다.
전진우는 스트라이커 부문 후보에 올랐는데 총 6명 중 2명이 뽑히는 투표에서 MVP 후보이기도 한 싸박, 이동경에게 밀렸다. 득표에 계수를 적용한 최종 점수에서 이동경이 40.32%, 싸박이 23.34% 표를 가져갔다. 전진우는 16.06%로 3위에 그쳤다. 세부적으로 보면 감독표에서 싸박보다 오히려 표가 많았고, 미디어 득표에서는 3위지만 격차가 더 적었다. 각팀 주장 투표에서 24표 중 2장을 받는 데 그치면서 주민규보다도 낮았다.
왜 이렇게 됐을까. 첫 번째 요인은 전진우 본인의 후반기 침묵이 한 요인이다. 전진우는 전반기에 범접하기 힘든 기세로 공격 포인트를 쌓아 나갔다. 18라운드까지 12골 2도움을 몰아치면서 득점왕 경쟁에서 압도적으로 치고 나갔다. 그런데 이때부터 6경기 침묵이 이어지더니 후반기에는 총 4득점에 그쳤다. 반대로 득점상 수상자 싸박은 7라운드에 첫 골을 넣은 슬로 스타터였지만 리그 중후반기에 오히려 힘을 발휘했다.
두 번째 요인은 ‘입후보 전략’이다. 포지션별 후보는 K리그가 솎아내기 앞서 각 구단이 먼저 결정한다. 이때 눈치싸움이 일어난다. K리그 베스트 11은 4-4-2 포메이션을 기준으로 한다. 위치가 불투명한 선수의 위치는 구단이 유동적으로 바꿀 수 있다. 예를 들어 스리백의 윙백은 측면 미드필더라고 해도 되고 측면 수비수라고 해도 된다. 4-3-3 포메이션에서 측면과 중앙을 오가는 위치 ‘메찰라’는 중앙 미드필더도, 측면 미드필더도 가능하다. 혹은 멀티 플레이어인 선수의 경우 더 많이 뛴 포지션보다 몇 경기 안 뛴 포지션을 택할 수도 있다.
이는 주로 선정될 만한 선수가 몇 명 안 되는 구단이 취하는 전략이다. 우리 팀에서 개인상을 탈 만한 선수가 얼마 안 된다면, 그 선수에게 가장 유리한 위치를 주기 위해 다른 선수를 후보 제출에서 희생시킬 수밖에 없다. 중국 고사 삼사법처럼 안 되는 자리는 확실하게 버리고, 될 법한 자리를 밀어주는 전략을 쓰는 것이다.
그런데 전북은 우승후보답게 모든 포지션에 가능한 많은 선수를 냈다. 그러면서 전진우의 위치가 측면 미드필더가 아닌 공격수로 올라갔다. 전북은 포지션별 3배수 최종 후보에 모든 포지션 후보를 다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다만 이를 위해 오른쪽 미드필더는 강상윤, 공격수는 전진우를 후보로 내는 선택을 했다. 그리고 무려 6마리 토끼를 잡았지만 3마리를 놓쳤는데 하필 그 중 하나가 전진우였다.
전진우와 같은 윙어 송민규는 5골 2도움으로 공격 포인트가 절반도 안 됐지만 왼쪽 미드필더 부문을 수상했다. 송민규가 주로 전진우를 받쳐주면서, ‘전진우 득점왕 프로젝트’를 위한 연계 플레이와 미끼 역할을 수행하는 경기도 많았다는 걸 감안한다면 현재 상황은 역설적이다.
사진= 풋볼리스트,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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