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임준혁 기자 | 2025 KBO 프로야구의 최대 화두는 한화이글스의 한국시리즈 준우승이라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수년 전만 해도 ‘만년 꼴찌팀’이란 오명을 안았지만 한화그룹과 구단의 ▲데이터에 기반한 운영 체제 ▲과감하고도 시의 적절한 투자 ▲경험 많은 선수와 코치진 영입 ▲장기적 관점 기반의 일관된 리빌딩 철학 추진 등이 어우러지며 올해 한화이글스는 가을야구를 통해 달라진 모습을 팬들과 야구계에 각인시켰다.
과거 한화이글스는 데이터보다는 ‘정신력’과 ‘느낌’을 강조하는 감독들을 사령탑으로 앉혔다. 김응용, 김인식, 한대화 등 역대 감독은 데이터보단 현장의 감을 중시하는 성향이 강했다.
한화이글스는 2010년대 후반부터 이러한 전략을 바꿨다. 훈련 시스템부터 경기 운영까지 데이터에 기반한 운영 체제를 구축했다. 지난 2020년에는 KBO 구단 중 가장 먼저 인공지능(AI) 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했다.
올해 1월에는 기존 전략팀이 담당하던 데이터 분석 업무를 독립시켜 ‘데이터사이언스팀’을 신설했다. 손차훈 전력강화 코디네이터가 팀장을 겸직하고 1군 데이터 분석 파트, 퓨처스 데이터랩 파트, 전력 분석 파트로 세분화했다.
데이터사이언스팀은 선수 유형별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육성 전략을 수립했다. 단순히 경기 분석을 넘어 클럽하우스 내 헬스케어센터를 구축해 첨단 장비로 선수들의 경기력을 측정·분석하고 컨디셔닝과 회복까지 관리했다. 데이터를 토대로 선수의 능력치를 극대화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한화이글스는 최근 3년간 FA 시장에서 공격적으로 움직였다. 2023년 채은성, 2024년 류현진·안치홍, 2025년 엄상백·심우준까지 매년 핵심 포지션에 베테랑을 영입하며 전력 공백을 메웠다. 문동주와 김서현, 황준서 등 젊은 유망주들이 막 성장하는 시점에 베테랑을 투입해 즉시 전력을 끌어올리는 전략이었다.
시설 투자는 그룹 차원에서 더욱 신경을 썼다. 대전한화생명볼파크 건설에 수천억원이 투입됐다. 2025년 1월에는 데이터사이언스팀과 육성팀을 신설하며 인력과 장비에 투자했다. 헬스케어센터에 첨단 측정 장비를 도입했고 일본에서 쓰루오카 코치를 스카우트하는 등 해외 선진 시스템 도입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한화이글스의 부활에는 베테랑 선수·코치진의 역할이 컸다. 2023년 LG에서 영입한 채은성은 1루수 공백을 메우는 것은 물론 젊은 타자들의 멘토가 됐다. 채은성은 투수 성향 읽기, 카운트 싸움, 승부처 집중력 등 LG에서 10년 넘게 뛰며 쌓은 노하우를 아낌없이 후배들과 나눴다. 지난해 류현진의 합류는 일종의 ‘게임 체인저’였다는 분석이다. 류현진이 보유한 메이저리그 10년의 경험은 젊은 한화이글스 투수들에게 살아 있는 교과서였다. 더그아웃에서 류현진이 한마디 하면 젊은 투수들은 집중하고 경청했다.
코치진도 경험에 방점을 찍었다. 베이징 올림픽 우승의 주역이자 두산과 NC를 강팀 반열로 올린 김경문 감독을 영입했고 백전노장 양상문 투수코치까지 스카우트해 왔다. 두 코치는 20년 넘게 쌓은 선수 관리 노하우와 경기 운영 감각으로 젊은 선수단을 체계적으로 이끌었다.
2010년대 초반 한화이글스는 바닥에 떨어진 성적을 올리기 위해 이용규와 정근우를 비롯한 고액 FA를 대거 영입했다. 하지만 팀 자체 전력이 지나치게 낮은 탓에 FA 선수 1~2명을 영입해도 성적은 거의 매년 하위권에서 맴돌았다.
팀의 한계를 깨달은 구단은 방향을 수정했다. 리빌딩의 방향을 ‘단기 전력 보강’이 아닌 ‘조직 체질 개선’에 맞췄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바꾸겠다’는 장기적 관점의 선택이었다.
신인 선수 채용 전략부터 팀 인프라 개선, 육성 시스템 구축 등 한 단계씩 전진해 나가기 시작했다. 10년에 걸친 인내의 시간 끝에 성과는 비로소 나타났다. 성장한 신인들이 주전으로 도약했고 데이터 기반의 전력 분석을 바탕으로 한 경기 운영이 자리 잡았다. 스타 플레이어에 의존하던 팀에서 시스템이 선수를 키우는 팀으로 체질이 바뀌었다. 구단의 일관된 리빌딩 철학이 결실을 본 셈이다.
한화이글스는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2위를 기록하며 7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19년 만에 한국시리즈 무대에 서는 쾌거를 이뤘다. 삼성라이온스와의 플레이오프에서는 짜릿한 승리로 팬들에게 뜨거운 감동을 선사했으며 한국시리즈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투혼을 발휘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한화이글스의 40년 팬이자 구단주다. 김 회장은 1986년 창단부터 현재까지 구단주로서 물심양면 지원을 계속한 것은 물론 지난 몇 년간 공격적인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올해 정규시즌 중에도 선수단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다양한 격려 선물을 전달했으며 김경문 감독의 KBO리그 통산 1000승 달성에 축하 서신을 보내기도 했다. 또 지난해 9회, 올해 6회에 걸쳐 직접 야구장을 찾아 팬들과 함께 한화이글스를 응원했다.
한국시리즈 준우승 직후였던 지난 10월 31일 김 회장은 “세상에서 가장 뜨겁게 응원해 주신 여러분을 잊지 않겠습니다. 그 사랑 가슴에 품고 다시 날아오르겠습니다”라는 현수막을 통해 팬들의 열정과 응원에 감사의 뜻을 전하며 마지막 경기까지 팬 사랑을 실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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