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한 최화정의 얼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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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최화정의 얼굴들

바자 2025-11-28 08:00:00 신고


오랜만입니다 최화정이에요


최화정을 화보 속에서 만나기는 쉽지 않다. 그렇기에 우리가 잘 아는 사랑스러움부터 부끄러움마저도 카메라 너머로 고스란히 보여주려 했다. 그렇게 담긴 지금 여기의 최화정.


퍼 재킷은 Sportmax. 드레스는 Son Jung Wan. 목걸이는 Bvlgari.


트렌치코트는 Acne Studios. 레이어드한 하이넥 셔츠, 셔츠, 레더 팬츠는 모두 Juun.J. 넥타이는 Polo Ralph Lauren.


하퍼스 바자 〈안녕하세요 최화정이에요〉라는 유튜브 채널의 이름마저 ‘최화정 답다’고 느껴요. 인사를 나누고 대화를 시작하듯 어느새 다음 영상으로 자연스럽게 빠져들고 마는.

최화정 처음에는 그냥 ‘최화정 채널’로 하려고 했어요. 제가 라디오 할 때 피식대학 친구들이 고정 게스트였는데 ‘안녕하세요 최화정이에요’라는 이름을 추천하더라고요. 듣자마자 이거다 싶었죠.

하퍼스 바자 유튜브를 시작하고 나서 최화정이라는 사람 자체가 콘텐츠가 되었어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생각도 많아질 것 같은데요.

최화정 진경이(홍진경) 유튜브에 집을 공개하고 1년 후에 제 채널을 시작했어요. 유튜브를 잘 보지 않았고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해서 엄두도 안 났는데 석로 PD 권유에 넘어간 거죠. 그런데 저는요, 어릴 때부터 수줍음이 많아도 해야 할 때는 하는 애였어요. 소풍 때 춤추라고 떠밀리면 너무 부끄러우니까 차라리 빨리 끝내는 게 낫겠다 싶어 후딱 해버렸어요. 처음에는 집 안에서만 찍는다고 했는데 적어도 서울숲까지는 나가자니까 또 나가고…. 점점 이렇게 됐어요.(웃음) 평소처럼 밥 먹고 수다 떠는 걸 이렇게 좋아해줄지 누가 알았겠어요. 이제는 우리 집 숟가락이 몇 개인지 사람들이 다 알거든. 점점 해외에서도 촬영해볼까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있어요.

하퍼스 바자 그 집에 들어가면 배고프다는 말이 금기라죠. 끊임없이 음식을 대접하는 모습을 보면 덩달아 마음이 풍족해지더라고요.

최화정 옛날에는 손님을 귀하게 생각했어요. 집에 친척들이 자주 다녀갔는데, 어른이 없을 때 누가 와도 제가 사이다니 과자니 집에 있는 걸 꼭 내어드렸어요. 할머니께서도 손님이 오면 해놓은 밥이 남아있어도 새 밥을 지어 대접했고요. 그렇게 자라서 저한테는 너무 당연해요. 사람들이 기뻐하고 맛있게 먹는 모습 보는 거 좋잖아요.

하퍼스 바자 또 한 가지, 왜 이 집에서 먹는 건 다 맛있냐는 성화 아닌 성화를 들어요. 옷장에는 지금 빛나는 것과 30년을 내내 입은 잠옷이 공존하고,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요. 좋은 물건의 기준이나 가치를 어디에 두나요?

최화정 제가 집에 온 손님들한테 자주 하는 말이 있어요. “이거 보통 게 아니야.” 김은 두 번 구운 거, 배에서 바로 얼린 명란 같은 게 맛없을 수가 없죠. 전 맛없는 걸로 끼니 때우는 게 정말 싫어요. 청국장을 보글보글 끓이든 질 좋은 올리브유로 감바스를 만들든 정성 들여 만든 한 끼를 먹는 것이 행복이거든요. 옷은 스타일리스트가 따로 없으니까 직접 다 골라요. 사실 실패도 많이 해요. 그런 실패 끝에 딱 맞는 것만 살아남아요. 로고 있는 명품이나 트렌디한 제품들은 유행이 지나면 금방 못 입게 되니까 클래식이 가장 중요해요. 오래된 애착템이 많은 건 제가 오래 살아서 그런 거죠 뭐.(웃음)

하퍼스 바자 숟가락 개수뿐 아니라 본적의 주소까지 널리 알려졌어요.(웃음) 지금은 갤러리가 된 본가에 간 콘텐츠를 보면서 어릴 때의 기억을 보존하는 것이 참 아름답다고 느꼈고요. 그때 최화정은 어떤 아이였나요?

최화정 부모님이 가게에서 사고 싶은 걸 사 오라고 시켰을 때 “역시 우리 화정이네”라는 칭찬을 듣고 싶어서 어린 마음에도 잘 고르려고 했던 게 생각나요. 나름 똘똘했지만 기대에 부응하고 싶어서 더 노력하는 아이였어요. 남자와 여자, 어른과 아이가 따로 밥을 먹는 시대에 살았지만 아버지가 평등하게 키워 주셨어요. 요즘 자식들끼리 모이면 부모님이 우리 공들여 키운 거에 비해 참 못 컸다 얘기하거든요.(웃음) 그만큼 사랑받으면서 자랐어요.


드레스는 Son Jung Wan. 목걸이는 Bvlgari.


데님 셔츠는 Loewe.


하퍼스 바자 어릴 적 생각했던 미래의 모습과 지금이 어떻게 같고 다른지 한번 뒤돌아볼까요.

최화정 옛날에는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여자의 성공은 결국 결혼해서 잘 사는 거였어요. 비슷한 길을 갈 뻔한 적도 있었고. 요리랑 집 꾸미는 것도 좋아하니까 현모양처가 되는 것도 영 안 그려지는 그림은 아닌데 나답게 살 수 있는 지금이 너무 좋아요. 살다 보니 내가 뭘 좋아하는지, 또 몰랐던 모습도 알게 되더라고요. 인생은 계획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시간도 참 빨리 가요. 오늘 촬영하면서 내 모습을 보는데 많이 늙었더라고요. 근데 나쁘지가 않았어요. 조금 더 젊었을 때는 다 단점으로 보였는데 오늘은 새삼 감사하더라고요. 65세에 이렇게 패션 화보도 찍고.(웃음) ‘잘 살았다 최화정’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하퍼스 바자 마흔 살에 독립해 25년을 ‘나답게’ 살아왔어요. 혼자서도 잘 살기 위해 뭐가 가장 필요한 것 같나요?

최화정 스물아홉 때가 인생에서 제일 불행한 시기였어요. 서른으로 접어들면 연기자로도 여자로도 끝이라는 사회의 시선이 있었어요. 난 돈도 한 개 없어, 커리어도 미모도 없어. 결혼까지 깨지고 너무 암울해서 그냥 미국에 가 아무도 모르게 살아야 하나 싶었어요. 그래도 가족이랑 살면서 안 좋은 생각 다 이겨내고 엄청 늦은 나이에 독립을 했죠. 처음엔 쓰레기도 제대로 처리 못해서 부모님 도움도 받고 그랬어요. 그래도 나만의 공간이 생기니까 점점 애착이 갔어요.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꾸미고 내 생활 방식을 만들어가는 게 살면서 한번쯤은 꼭 필요한 거더라고. 남들과는 다른 나만의 유니크함이 참 예쁜 거잖아요. 그런 감각을 일반화시키지 말고 자부심을 갖고 살아요. 최고는 아니어도 유일한 거 그게 정말 내 거예요.

하퍼스 바자 대중들과 꾸준히 가까이 만나는 것을 통해 스스로도 많은 변화를 느꼈을 것 같아요. 어떤 것이 가장 달라졌을까요.

최화정 이게 그러니까 드라마나 영화 같은 작품을 통해 사랑받는 거랑은 차원이 달라요. 오로지 나 하나가 하는 걸 좋아해주는 거잖아요. 오래 활동했는데 이렇게 좋은 말을 많이 들은 게 처음이에요.(웃음) 댓글을 통해 힘이 되는 응원들을 보면서 내가 더 잘 살아야 되겠다는 생각을 해요. 마음이 너무 예뻐서 자주 울컥하고요. 내가 이 정도인가? 돌아도 보고요.

하퍼스 바자 구독자 100만 될 날이 얼마 안 남았어요. 영화도 100만 관객 목전에 공약을 걸잖아요. 구독자 수가 100만에 닿는다면!

최화정 구독자 분들과 직접 만나면 정말 반가울 텐데 아직 그런 자리는 부끄러워요. 집에 초대해서 식사라도 대접하고 싶은데 그러면 나는 또 계속 음식 만들면서 먹이기만 할 것 같고.(웃음) 그래서 역시 선물을 드리면 좋을 것 같네요. 제가 정말 잘 쓰고 아끼는 걸로!

하퍼스 바자 카메라가 꺼졌을 때는 어떤 시간을 보내나요.

최화정 유튜브에 나오는 모습과 카메라가 없을 때 모습이 똑같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어요. 유튜브에 나오는 루틴이나 밥 먹고 사람들 만나는 거 외에는 준이(반려견)랑 같이 TV 보고 책 읽으면서 조용히 보내요. 책 콘텐츠도 해봤는데 조횟수가 안 나오더라고요.(웃음) 준이랑 침대에 누워 있는 게 찐찐찐 행복이에요.


셔츠, 레더 팬츠는 모두 Juun.J. 넥타이는 Polo Ralph Lauren. 팔찌, 반지는 모두 Bvlgari.


터틀넥 탱크톱, 후디 톱, 스커트, 벨트는 모두 MaxMara.


하퍼스 바자 항상 웃고 있어요. 대부분 웃을 수 있는 삶 그건 어떻게 사는 걸까요.

최화정 무표정으로 있으면 너무 못생겼어요. 오늘도 나오는데 조카가 웃으래요. 안 웃으면 못생겼다고.(웃음) 제가 생각할 때 친절은 세련됨인 것 같아요. 다정함은 체력에서 나오고 배려는 지능에서 나온다잖아요. 남을 의식해서가 아니라 그런 내가 좋아요. 내가 좋은데 남까지 좋으면 정말 좋은 거니까.

하퍼스 바자 힘들거나 부정적인 마음이 들 때는요?

최화정 사람은 어리석고 저 또한 그런 사람인지라 속상할 때가 많아요. 살을 빼거나 예뻐지는 건 운동을 하거나 식단을 조절하면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어요. 바꿀 수 있는 건 바꾸고 내가 바꿀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음을 인정하는 게 나아요. 젊을 때 금가루, 은가루 뿌린 것처럼 아름다웠는데 만족을 못하고 허비한 시간이 아깝기도 하고. 지금을 감사하면서 넘기려고 해요.

하퍼스 바자 27년 동안 라디오 프로그램 〈최화정의 파워타임〉을 진행했어요. 그 모습을 윤여정 배우는 ‘장인’이라고 표현했고요.

최화정 라디오는 매일 해야 하니까 힘들 때도, 그만두고 싶을 때도 많았어요. 어느 날 엄마한테 정말 그만둘 거라고 말하니까 조심스럽게 드라마도 좋고 다른 것도 좋은데 가장 너다운 모습이 라디오 할 때라고 조심스럽게 얘기하시는 거예요. 엄마가 어린이대공원에 갔는데 제 목소리가 흐르고 있었고 그때 기분이 너무 좋았다고요. 하고 말고 결정은 스스로 하는 거지만 라디오 할 때 내 모습이 빛난다는 걸 기억하라는 얘기가 늘 가슴속에 있었어요. 흔들릴 때마다 이 나다움이라는 게 원동력이 되어줬던 것 같아요.

하퍼스 바자 유튜브 설명란의 “저 최화정, 언제나 명랑한 어른이고 싶어요”라는 말이 마음에 남아요. 명랑은 어린이에게 어울리는 단어라고 생각했는데 곱씹어보니 ‘명랑’과 ‘어른’이라는 조합이 참 좋아요.

최화정 저는 제 인생이 ‘Always Be Nice’였으면 좋겠거든요. 밝고 명랑한 모습이 어떨 때는 우스워 보일 수도 있는데 알면서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힘이고 좋은 영향력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게 진짜 어른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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