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집값·가계대출' 금융 불안 심화
성장률 전망 상향… 경기 회복은 '긍정적'
[포인트경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27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2.50% 수준으로 4회 연속 동결했다. 지난해 두 차례, 올해 두 차례 등 총 1.0%p 인하 후 지난 7월부터 이어진 동결 기조가 올해 마지막 금통위에서도 유지되면서 환율 금등과 수도권 주택시장 불안정이 금리 인하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70원대를 넘나들며 높은 변동성을 보였다. 금리를 인하할 경우 한-미 금리 차(1.5%p) 확대에 따른 외국인 자금 유출과 원화 약세 심화 우려가 커지면서 금리 인하에 제동이 걸렸다.
또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는 등 주택 시장 불안정 신호가 감지됐다. 금리 인하가 가계대출 증가와 집값 상승 기대감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게다가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증가세를 이어가며 금융 안정 측면의 리스크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물가 상승 압력도 그 배경에 있다. 환율 상승의 영향 등으로 수입물가가 오르고, 농축수산물 가격 등도 높아지면서 10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2.4%를 기록하는 등 물가도 한은 목표 수준(2%)를 웃돌았다.
금통위는 금융 불안정 요인을 중요하게 고려하면서도 국내 경제 성장에 대해서는 이전보다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0.9%에서 1.0%로, 내년 전망치도 1.6%에서 1.8%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반도체 중심의 수출 호조와 민간 소비 회복세 등을 반영한 것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기자 간담회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둔다"며 기존의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는 바뀌지 않았음을 명확히 했다. 다만, 추가 인하 여부 및 시기는 대내외 정책 여건과 성장·물가 흐름, 금융 안정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하며 신중하게 결정할 것임을 밝혔다.
시장은 당분간 환율 및 부동산 시장 안정 여부가 한국은행의 향후 통화정책 결정에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에도 이 같은 불확실성이 지속될 경우 추가적인 금리 인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물가 상승률이 다소 높아진 가운데 성장은 전망의 불확실성이 여전하지만 소비와 수출을 중심으로 개선세를 이어가고 있고,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도 지속되고 있는 만큼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이번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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