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국민 아이돌 그룹 H.O.T.의 멤버로 활동했던 가수 장우혁이 자신을 폭로한 전 소속사 직원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지만,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해당 직원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방법원 형사9단독 김민정 판사는 지난달 29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번 사건은 2022년 6월 장우혁의 전 직원이었던 A씨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장우혁으로부터 받은 폭행과 폭언을 폭로하면서 시작됐습니다.
A씨는 당시 게시글을 통해 2014년 초 중국 출장 중 택시 안에서 장우혁이 가죽 장갑을 착용한 상태로 자신의 뒤통수를 주먹으로 가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2020년에는 방송국 대기실에서 장우혁에게 마이크를 착용시켜주던 도중 손을 맞고 욕설을 들었다고 밝혔습니다. A씨는 "직장 내에서 반복적으로 언어폭력과 인격 모독을 경험했으나, 이를 당연히 견뎌야 하는 일로 여겼다"며 "주변에서는 내가 여성이기 때문에 폭력의 강도가 약했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토로했습니다.
이에 대해 장우혁 측은 즉각 반박에 나섰습니다. 소속사를 통해 모든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며 A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특히 장우혁은 2020년 방송국 사건에 대해 오히려 자신이 피해자라고 주장했습니다. 장우혁은 경찰 조사에서 "무대 준비 중 마이크 선 정리가 필요해 A씨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나, A씨가 갑자기 오른손으로 내 손을 '빡' 소리가 날 정도로 강하게 쳤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는 이 사건으로 인해 무대 공포증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까지 겪게 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검찰은 2023년 5월 A씨를 기소하면서 2014년 출장지 폭행과 폭언 부분은 사실로 인정했으나, 2020년 방송국 폭행 주장은 허위 사실로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검찰과 다른 결론을 내렸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장우혁 측이 제시한 증인들의 진술은 일관성이 결여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장우혁의 매니저, 개인 지인, 댄스 강사 등이 A씨가 장우혁을 폭행하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증언했지만, 이들은 모두 장우혁과 특수한 관계에 있었습니다. 한 증인은 경찰 조사 당시 "A씨가 장우혁의 양손을 뿌리친 뒤 오른손으로 내리쳤다"고 말했다가, 법정에서는 "오른손을 치워버리듯이 쳤다"고 진술을 바꿨습니다.
다른 증인은 "사건 당일 장우혁으로부터 A씨에게 폭행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가 나중에 "들은 것 같다"로 표현을 완화했습니다. 특히 A씨가 장우혁을 폭행하는 모습을 직접 봤다고 주장한 지인은 2021년 8월 A씨와의 통화에서 해당 사건에 대해 전혀 모르는 반응을 보였던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재판부는 장우혁의 진술에도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장우혁은 A씨로부터 '빡' 소리가 날 만큼 강한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지만, 사건 직후 통증이나 부상에 대한 호소 기록이 전혀 없었습니다. 사건 다음 날에도 장우혁은 A씨에게 업무 관련 답변이 늦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만 보냈을 뿐, A씨에 대한 징계나 경고 등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폭행 장소에 대한 진술도 계속 변경됐습니다. 장우혁은 A씨와의 통화에서 "대기실에서 나를 때리지 않았냐"고 물었지만, 법정에서는 폭행 장소가 '복도'였다고 진술을 번복했습니다.
재판 과정에서는 장우혁이 A씨에게 했던 폭언의 구체적인 내용도 공개됐습니다. 장우혁은 A씨에게 "왜 이렇게 신경 쓰게 만들어. 너 일부러 그러지. 대본 리딩하는데 기분을 개X같이 만들어 놓냐고. 너는 이런 데 있을 애가 아니야. 넌 너무 감사해야 돼. 이런 경험할 수 있다는 자체가. 아무것도 아닌 게 들어온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게"라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소속사의 다른 직원들도 법정에서 장우혁이 평소 직원들에게 폭언이나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 모습을 직접 경험하거나 목격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심지어 장우혁에게 우호적인 입장이었던 증인조차 A씨의 진술을 뒷받침하는 증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회사 대표와 직원이라는 관계, 평소 장우혁의 행동 패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A씨가 특별한 이유 없이 대표인 장우혁을 폭행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오히려 우월한 지위에 있던 장우혁이 감정적으로 격해져서 A씨에게 폭력을 행사했다고 보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또한 "장우혁은 사건 발생 장소, 주변 목격자의 존재 여부 등에 대해 일관되지 않은 진술을 했다. 이러한 진술 태도와 내용의 불일치는 단순한 기억 착오로 보기 어렵다"며 "오히려 자신의 행위를 은폐하고 사건의 가해자와 피해자를 뒤바꾸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A씨의 진술에 대해서는 "구체적이고 당시 상황과도 자연스럽게 부합한다. 만약 장우혁을 비방할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꾸며냈다면 폭행의 정도와 표현을 훨씬 극적으로 묘사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A씨가 허위 사실을 적시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입증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재판부는 또한 2014년 출장지에서의 폭행에 대한 폭로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판단해 위법성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장우혁은 1996년 H.O.T.의 메인댄서로 데뷔해 '전사의 후예', '캔디', '빛' 등 수많은 히트곡으로 1세대 아이돌 전성기를 이끌었습니다. H.O.T. 해체 후에는 솔로 가수로 활동하며 음반 제작과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병행해왔습니다. 최근에는 예능 프로그램 '돌싱포맨'에 출연하며 대중과 꾸준히 소통해왔습니다.
검찰은 이번 1심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한 상태입니다. 2심 재판에서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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