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종전안 합의 매우 가까워지고 있다"
전쟁으로 시간 번 북한 행보에 영향 미칠 듯
(서울=연합뉴스) 한승호 선임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러-우 전쟁) 종식과 관련해 "엄청난 진전을 이뤘다"며 종전안 합의가 머지않았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글에서 미국이 초안을 작성한 기존 28개 조항 평화구상을 언급하며 "이견은 몇개 조항만 남아있다"고 밝혔다.
미국 대통령의 말이라서 무게가 실리지만 영국과 프랑스가 주도하는 우크라이나 지원 연합체인 '의지의 연합'은 러시아 측에 휴전 의지가 없어 보인다며 대러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종전 가능성은 추이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런 가운데 국제사회는 4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러-우 전쟁의 먹구름이 하루빨리 걷히기를 바라고 있다.
이유는 명확하다. 수십만 명의 사상자와 대규모 난민을 발생시키는 인도주의적 위기를 종식해야 하기 때문이다. 남의 나라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강 건너 불구경하듯 볼 수만은 없다.
러-우 전쟁으로 널리 퍼진 글로벌 경제 불안이 걷히기를 바라는 기대감도 있다. 러-우 전쟁이 석유와 가스 등 에너지 가격 급등을 초래해 세계 각국의 물가 불안이 커지다 보니 세계인의 삶에도 고통을 주고 있다.
'신냉전'이라고 부를 만큼 격해지고 있는 미국과 중국 간 패권 경쟁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중 어느 쪽을 지원하느냐를 둘러싸고 유럽 국가들의 지정학적 갈등도 고조됐다.
한국도 전쟁에 어느 정도 관여해야 할지를 놓고 고민할 수 밖에 없었다. 한국은 우크라이나 영토 보전과 주권 존중을 지지하며 비(非)살상 군수품과 인도주의 물자를 지원했다. 러시아와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부터는 한 가지 더 눈여겨볼 대목이 있다. 북한은 러-우 전쟁으로 인해 특수를 누리고 있다는 점이다. 북핵을 둘러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제재로 새로운 '고난의 행군'을 하던 중 단비를 만났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북한은 세 차례에 걸쳐 러시아를 위해 1만6천여명을 파병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상자는 4천7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젊은이들의 목숨값과 재래식 무기 현대화에 필요한 기술을 러시아로부터 대가로 받았다.
파병으로 러시아와 '혈맹 관계'를 재확인하며 대외적 고립과 경제난에도 숨통이 트였다. '김정은 정권의 건재'에 결정적 도움이 됐다는 분석이다.
전쟁으로 조성된 새로운 국면은 한반도 정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북한은 한국 정부의 대화 시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적극적인 러브콜에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러-우 전쟁이 북한에 좀 더 버틸 수 있는 시간을 벌게 해준 셈이다. 종전으로 북한이 더 이상 특수를 누릴 수 없게 되는 시점이 돼야 외교적 노력이나 남북 접촉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북한전문가는 "북한은 참전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받는 지원으로 평양 공화국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전쟁이 끝나지 않는 한 북한이 미국이나 한국의 손짓에 호응하고 나설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국가정보원은 이달 초 경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북미 정상 회동은 불발됐지만 북한이 물밑에서 회동을 대비한 동향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내년 3월 한미연합훈련 이후가 정세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h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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