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북 = 송영두 기자] "이 작품은 우리 시대의 역사적 질문을 문학적 형식으로 응시하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할 것이다"
최성배 작가의 장편소설 '맹수들'(도서출판 이든북)이 독자들을 어둠과 긴장의 시공간 속으로 끌어들인다. 이 작품은 이념과 폭력이 교차하던 시대의 그늘을 배경으로, 장군에서 병사, 민간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물군상을 통해 인간의 생존 본능과 수치심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저자는 압축된 묘사와 휘몰아치는 서사로 독자의 숨을 조여 오며, 현실과 환영이 교차하는 독특한 서사 구조를 통해 시대적 진실과 개인의 민낯을 동시에 드러낸다.
구체적이고 감각적인 서사는 이 소설의 강점이다. 희미한 전등 불빛이 비추는 내무반, 곰팡이 낀 벽면, 고문과 굶주림 속에 흘러나오는 신음 소리, 삶을 연명하는 한 덩이의 밥처럼 촘촘한 장면들이 독자를 작품 속으로 밀어 넣는다.
작가는 낯익은 공간을 낯설게 변주하며 인간 존재의 밑바닥에서 솟구치는 본능과 존엄을 동시에 포착한다. 독자는 페이지를 넘기는 동안 불안과 긴장을 체감하며, 이야기 속에 도사린 역사적 트라우마와 인간적 연약성에 직면하게 된다.
작가의 말은 작품의 기저를 여실히 드러낸다. 팍팍한 시대에 일부 인물들의 선택이 불특정 다수의 삶을 뒤흔들었고, 그 과정에서 이념은 왜곡되며 회색의 영역조차 허용되지 않았다는 고백이 담겨 있다.
원래 구상했던 서사의 틀은 점차 어긋났지만, 여러 시점이 뒤섞인 채로도 한 시대의 감정은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작가는 털어놓는다. 이러한 자각과 서사적 실험은 작품을 단순한 시대극을 넘어선 문학적 성취로 끌어올린다.
한편, 최성배 소설가는 1952년 해남 월송리 출생으로 1986년 단편 '도시의 불빛'으로 등단한 이래 한국 문학의 굵직한 얼굴로 자리해 왔다.
장편과 단편, 산문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작품 세계를 쌓아왔으며, '침묵의 노래', '바다 건너서', '내가 너다' 등 다수의 장·단편으로 문단의 신뢰를 얻었다. 창작문학상, 한국문학 백년상, 한국소설문학상, 조연현문학상 등 주요 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성과 문학적 진중함을 인정받았다. 그가 이번에 내놓은 '맹수들'은 오랜 창작 여정과 성찰이 응축된 결과물로 평가받기에 충분하다.
'맹수들'은 시대의 어둠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파괴되고, 또 어떻게 소생하는지를 예리하게 묘파한다. 독자는 이 소설을 통해 개인의 기억과 집단의 상처가 어떻게 얽히고 흘러가는지를 목도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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