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서울 한복판 늦가을, 문화비축기지의 벽돌 사이로 은은한 전통음이 흘러나온다. 삼선하우스의 작은 골목길과 남산골한옥마을의 고즈넉한 기와 지붕 위로, 세대를 아우르는 노랫말이 조용히 번진다. 서울우리소리박물관이 선보인 제4차 '민요프로젝트: 전통의 소리 오늘의 감성으로'는 바로 이 순간을 위해 만들어진 듯하다.
이번 프로젝트는 박물관 개관일인 지난 21일에 맞춰 공개된 음원과 뮤직비디오로, 전통 민요를 현대적 감성으로 재해석하며, 세대와 공간을 뛰어넘는 새로운 음악적 경험을 제공한다. 시민 참여형 감상 이벤트까지 함께 진행되며, 전통음악을 일상 속에서 향유하게 하는 특별한 계기가 되었다.
'민요프로젝트'는 2022년부터 시작돼 향토민요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현대적 노래로 재탄생시키는 사업이다. 초기에는 어린이 중심의 전래동요를 다뤘지만, 이번 네 번째 시리즈에서는 어른들의 삶과 정서를 담은 민요로 영역을 확장했다. 이는 전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음악적 실험으로, 우리 소리의 지속적 매력을 재발견하게 한다.
올해 프로젝트에서는 퓨전국악그룹 '그리샤'와 협업해 '달넘세', '엄마타령', '고사소리' 세 곡을 새롭게 편곡했다. 그리샤는 전통음악의 뿌리를 유지하면서 현대적 사운드와 감성을 결합하는 젊은 국악 그룹으로, 이번 작업을 통해 세대를 아우르는 따뜻한 울림을 만들어냈다.
'달넘세'는 우연히 마주친 남녀의 사랑을 대화체로 풀어낸 곡이다. 생황과 피아노의 하이톤 리듬이 중심이 되어 몽환적이고 부드러운 분위기를 만든다. 반복되는 후렴구는 곡 전체에 중독성 있는 매력을 부여하며, 듣는 이를 사랑의 순간 속으로 이끈다.
'엄마타령'은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은 서정적 곡으로, 풍경 소리 같은 종소리와 느린 왈츠 리듬, 따뜻한 피아노 선율이 어우러져 마치 기억 속 어머니의 품으로 돌아간 듯한 아련함을 전한다.
'고사소리'는 인간사의 액운을 막고 복을 기원하는 의식가로, 한 해 열두 달의 세시풍속을 바탕으로 삶의 순환과 안녕을 노래한다. 북 리듬과 도시적 사운드가 결합되어 화려하면서도 세련된 전통적 분위기를 현대적으로 풀어냈다.
뮤직비디오는 각 곡의 특성과 조화를 이루는 촬영지에서 완성됐다. '달넘세'는 문화비축기지 T2, '엄마타령'은 삼선하우스, '고사소리'는 남산골한옥마을 천우각에서 촬영되어 전통과 현대가 교차하는 시각적 감각을 선사한다. 영상과 음악이 결합되어 민요의 감성을 한층 풍부하게 전달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현대적 감성으로 민요를 재해석함으로써 전통문화의 가치를 일상 속에서 향유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보여준다. 세대와 시간을 넘어 감성을 연결하며, 우리 소리의 오늘을 경험하게 하는 계기가 된다.
서울우리소리박물관은 앞으로도 다양한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민요 발굴과 재해석을 통해, 전통음악의 현대적 가치를 지속적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전통의 깊이를 현대적 감성과 결합하는 새로운 시도로, 앞으로의 시리즈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높이고 있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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