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력 잃어가는 세 아이 엄마, 사랑만은 또렷했다('인간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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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력 잃어가는 세 아이 엄마, 사랑만은 또렷했다('인간극장')

뉴스컬처 2025-11-23 06:46:2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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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컬처 김기주 기자] 유전병으로 시력을 잃어가고 있는 유현진 씨(36). 첫째 원우를 낳았을 땐 일상에 큰 지장이 없었지만, 쌍둥이 해성이와 하담이가 태어난 뒤 상황은 급격히 달라졌다. 아이의 얼굴도 한눈에 담기지 않고, 몇 미터 앞도 흐릿해질 정도로 시력이 떨어졌다. 그럼에도 그는 엄마다. 손끝으로 재료를 더듬어 고등어를 굽고, 동화책은 통째로 외워 아이들에게 읽어준다. 보이지 않아도 사랑은 정확하게 닿는다는 걸 매일 증명하듯이.

하지만 낯선 곳으로 나들이를 갈 때면 여전히 긴장이 흐른다. 계단을 내려가다 아이 손을 잡고 넘어졌던 날, ‘내 아이를 내가 지킬 수 없으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가슴을 짓눌렀고, 결국 눈물이 터졌다. 그 순간 가장 먼저 손을 잡아준 건 첫째 원우였다. 새우볶음밥 맛있다며 엄지를 들고 웃던 해성이, “엄마 사랑해요”라며 목을 감싸 안았던 하담이까지. 흐릿한 시야 속에서도 아이들의 마음만큼은 또렷했다.

사진=인간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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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 남편 장명종 씨(38)의 삶은 명목상 ‘당비비’, 하루 근무 후 이틀 휴식이지만 실제론 쉼 없이 바쁘다. 복잡한 은행 업무도 대신해주고, 아이들이 감기라도 걸리면 약을 아침저녁으로 챙겨준다. 밖에 나설 땐 길 위의 볼라드 위치부터 길가 풍경까지 마치 현장을 그려내듯 아내에게 설명한다. 두 사람의 인연은 가라테 도장에서 시작됐다. 2년 가까이 만나면서도 시각 장애를 가진 자신 때문에 결혼을 먼저 말하기 어려웠던 현진 씨에게, 명종 씨는 어느 날 담담히 말했다. “부모님께 말씀드렸어요. 결혼하고 싶다고. 눈이 잘 안 보인다고.” 그렇게 한 발 먼저 나서 아내의 길을 터준 사람이었다.

결혼 후 시력이 더 떨어져 불안이 커졌을 때, 그 불안이 짜증이 되어 남편을 향할 때도 있었다. 그럼에도 묵묵히 곁을 지키던 명종 씨는 현진 씨에게 늘 산처럼 듬직한 존재, 말 그대로 슈퍼맨이었다.

현진 씨에게 가장 큰 힘은 언제나 아이들이다. 하지만 임신 때마다 친정 식구들의 걱정은 컸다. 눈이 불편한 딸이 아이까지 키우려 한다는 사실이 마냥 기쁘기만 할 수 없었던 친정어머니는 걱정과 사랑 사이에서 고민했다. 그러나 결국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먼저 손을 내밀었다. 지금은 철마다 손주들 옷을 사 보내고, 한 달 중 며칠은 아이들을 봐주며 딸에게 짧지만 귀한 휴식을 선물한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의 두려움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내 아이가 나를 닮아 시력이 나쁘면 어떡할까’ 하는 걱정은 계속된다. 첫째 원우와 함께 안과 검사를 받으러 갔던 날, 참았던 눈물이 또 흐르곤 했다.

사진=인간극장
사진=인간극장
사진=인간극장
사진=인간극장

얼마 전 남편의 깜짝 선물로 온 가족이 사진을 찍었다. 그 자리에서 현진 씨는 아이들에게 영상 편지를 남겼다. “너희가 태어난 순간부터 엄마는 너희를 사랑했어. 비록 눈에 잘 보이지 않아도, 그 마음만은 변하지 않는다는 걸 꼭 기억해줘.”

보이지 않는 것들 사이에서도 현진 씨는 분명히 본다. 흐릿한 세상 한가운데서도 가장 또렷하게 보이는 건 언제나 사랑이었다.

현진 씨와 남편 명종 씨, 그리고 세 아이들의 이야기는오는 24일(월) ~ 28일(금) 오전 7시 50분 KBS1 '인간극장'서 확인 가능하다.

뉴스컬처 김기주 kimkj@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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