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백기가 이렇게 길어질 줄은 몰랐을 터다. 군복무를 하고 전역하니 코로나 팬데믹이었고, 11년 몸담았던 소속사와의 전속계약도 종료됐다. 이후 여러 회사를 거쳤지만 작별을 고했다. 그렇게 홀로서기가 시작됐다. 장동우(34)는 자신의 것을 만들어야 했다. 아티스트에게 앨범은 의무이자 책임이었다. 긴 시간이 지나 서서히 모양을 갖추기 시작한 것이 두 번째 솔로 앨범 '어웨이크'(AWAKE)였다. 뚝심 있게 밀어붙인 결과물이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최근 서울 용산구에서 만난 장동우는 자비를 들여 이번 앨범을 제작했다고 말했다. 대출받아 제작비를 충당하고, 앨범 기획부터 홍보까지 모든 과정에 참여했다. '내돈내산'(내 돈으로 내가 산) 앨범이었다. "엔터가 그냥 하는 게 아니더라고요. 뮤직비디오부터 재킷 촬영, 의상, 음악, 콘셉트 회의까지 한 번도 안 빠지고 다 들어갔는데 왜 투자받고 하는지 알겠더라고요. 정말 많이 간절하고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다시 한번 느끼고 있습니다."
그의 말대로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새 앨범을 발매하기까지 6년 8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중간에 일이 많았다"고,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규모와 비용은 커졌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장동우는 반년 동안 각 분야 전문가를 직접 찾아다녔고, 미팅에 시간을 쏟아부었다. 4년 동안 보컬 트레이닝도 받았다. "때를 기다렸어요. 연차도 있고 스스로 못할 부분은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곡을 수급하고 음악을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윤곽이 나타난 것 같아요. 살면서 이런 큰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게 대단하기도 하고 저한테는 큰 선물이라고 생각해요."
우여곡절 끝에 나온 앨범에는 '어웨이크'라는 이름이 붙었다. 일상 속에서 무뎌진 감정을 흔들어 깨우자는 의지다. 타이틀곡 '스웨이'(Sway)는 진심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노래다. 도입부의 알람 소리가 인상적이다. "전문 용어로 '어그로'라고 하죠. 어떻게 하면 사람들한테 인상을 줄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어떤 분은 '알람 때문에 끄고 싶다'고 하고, 어떤 분은 '참신하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각인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굉장히 컸고요."
앨범은 장동우의 생각을 고스란히 녹여냈다. 몽환적인 분위기의 '슬리핑 어웨이크'(SLEEPING AWAKE), 게임 같은 세상에서 우위가 바뀌는 시점을 표현한 '틱 택 톡'(Tik Tak Toe), 팬송 '슈퍼 벌스데이'(SUPER BIRTHDAY) 등이 앨범을 채웠다. 자작곡 '인생'(人生)은 장동우 개인적 변화가 담긴 노래다. 인생이라는 끝없는 원 안에서 스스로를 다시 찾는 이야기다. 가사의 방향성에 대해 질문하자 더 큰 범주의 대답이 돌아왔다.
"인생이라는 것 자체가 태어나면서 성공했다고 생각해요. 태어나며 성공했으니까 한 번쯤 실패도 해 보시고 경험을 쌓고 또 그걸 무기로 삼았으면 좋겠다. 어떤 색을 쓰든 도화지에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어갔으면 좋겠다는 바라는 마음으로 썼습니다. 인생이라는 글 자체는 무겁지만 무겁지만은 않게 가고 싶었어요."
인피니트 멤버들의 응원은 장동우를 단단하게 받치는 버팀목이다. 공들여 완성한 이번 앨범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리더 성규 형은 '타이틀곡 잘 뽑았다'고 얘기해줬고, 성열이는 제 자작곡을 듣더니 팬 소통 어플에 '동우 형이 나 이번에 곡 준대'라고 했나봐요. 팬분들한테 약속했으니까 무조건 줘야 한다고. 이번 앨범 내기도 전에 얻어가는 게 많은 것 같아요. 멤버들에게 먼저 인정받은 것 같아서 기분이 되게 좋더라고요."
인터뷰 내내 장동우의 입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단어는 '멀티 플레이어'다. 그룹에서 래퍼 포지션으로 시작했지만, 뮤지컬에 출연하며 보컬 실력을 키워나갔다. 랩과 싱잉랩, 보컬까지 보여줄 수 있는 음악을 하는 게 목표다. "아티스트로서 멀티 플레이어라는 색상을 확고히 가져가고 싶어요. '이 친구랑 작업하면 재밌겠다'고 다른 아티스트들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생각이 정말 강렬해요. 더 나아가 세 번째 앨범까지 제가 직접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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