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미제’ 신정동 연쇄살인범, 건물 관리인이었다

[이데일리 방보경 기자] 20년 미제로 남을 뻔 했던 ‘신정동 연쇄 살인 사건’의 전말이 밝혀졌다. 연쇄살인범은 건물 관리인으로, 사건 이후에도 모르는 여성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르다 발각돼 실형을 받았다.

신정동 연쇄살인사건 당시 경찰들이 수사를 하고 있다. (사진=서울경찰청)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는 21일 오전 브리핑에서 장기 미제 사건이었던 ‘신정동 부녀자 살인 사건’ 범인을 A씨로 특정했다고 밝혔다. A씨는 두 차례의 ‘신정동 연쇄 살인’ 후에도 2006년 2월에 동일 수법으로 성범죄를 저질렀다가 발각돼 실형을 산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그는 지난 2015년 7월 이미 사망해, 경찰은 해당 사건을 공소권 없음으로 불송치 종결 예정이다.

‘신정동 부녀자 살인 사건’은 지난 2005년 서울 양천구 신정동에서 두 차례 일어난 사건이다. 당해 5월 한 초등학교 골목에서 한 여성이 쌀자루에 담겨 숨진 채로 발견됐고, 11월에도 다른 여성이 비닐에 쌓여 주택가의 쓰레기 무단 투기장에서 발견됐다.

당시 서울양천경찰서는 전담수사팀을 구성해 8년간 수사했으나, 피의자를 특정할 수 없어 지난 2013년 수사를 중단했다. 이후 2016년 서울경찰청이 미제사건 전담팀을 신설한 후 수사를 개시한 결과 A씨를 특정했다.

경찰은 2016년과 2020년 두 차례에 걸쳐 국과수에 현장 증거물을 의뢰했고, 1·2차 사건 증거물에서 동일한 유전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경찰은 이후 23만1897명의 수사대상자를 선정하고 1514명의 유전자를 채취하고 대조했으며, 중국 국가 데이터베이스를 대조해 국제공조 수사를 하기도 했다. 사망한 사람 중에서라도 찾기 위해 사망자 56명을 후보군으로 선정한 결과 A씨를 찾을 수 있었다.

경찰은 A씨가 사망해 유골을 확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경기 병·의원을 탐문수사하다 A씨의 검체를 한 병원에서 보관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에 파라핀 블록과 슬라이드를 압수해, A씨의 DNA와 사건 증거물에서 얻은 DNA가 일치하는 것을 알게 됐다. 이후 경찰은 A씨가 생전 일했던 18곳의 근무처를 돌아보고, 교도소 재소자 10명을 탐문하며 사건의 전말을 밝혀냈다.

경찰은 “앞으로도 살인범은 저승까지 추적한다는 각오로, 장기미제 사건의 진실을 범인의 생사와 관계없이 끝까지 규명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