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박동선 기자] "이제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시스템, 더욱 깊은 소통이 필요할 때다."
작곡가 김형석이 제25대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이하 한음저협) 회장 후보로 출사표를 던졌다.
최근 서울 강남구 모처에서 만난 김형석은 지난 30여 년간 신승훈, 성시경, 나윤권, 임창정 등 정상급 아티스트의 대표곡을 포함해 1,400여 곡(음저협 등록 기준)을 탄생시킨 명실상부한 'K팝의 거장'이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익숙한 건반 앞을 떠나 창작자들의 권익을 지키는 최전선에 섰다. 김 후보는 출마의 변을 통해 'AI 패러다임 속 글로벌 K뮤직 시대'에 걸맞은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포부를 분명히 했다.
가장 먼저 내세운 가치는 '투명성'과 '소통'이다. 그는 전문경영인 도입과 외부 회계 컨설팅을 통한 투명 경영을 약속하며 '징수액 8150억 시대'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로드맵으로 △정부 협력 기반의 국제표준 규격 글로벌 징수 시스템(K-MLC) 구축 △별도 복지재단 설립을 통한 회원 복지 확대 △AI 기반 K뮤직 데이터 허브 현실화 △권익보호 법규 제정 촉구 등의 비전을 내놓아 업계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새로운 시대의 저작권 문화와 음악 생태계를 향한 김형석 후보의 비전, 그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하 김형석 작곡가와의 일문일답)
-출마를 결심하게 된 결정적 계기?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징수액은 커지는데, 불투명한 운영과 부족한 디지털 전환 대비를 보며 이대로는 후배들에게 고개를 들 수 없겠다 싶었다. 정부 부처와 논의하며 미래 저작권 문화를 위한 단계를 밟아나가는 일이 꼭 필요하다 생각했고, 누군가 총대를 메야 한다면 배수진을 치는 심정으로 내가 나서야겠다고 결심했다.
-가장 강조하는 '투명성', 구체적인 실행 방안?
▲협회장이 되든 안 되든 현재 한음저협에 가장 필요한 것은 투명성이다. 협회는 거대한 금융회사와 같다. 당선되면 취임 전 즉시 PwC 같은 회계법인에 의뢰해 재정 상태를 분석하고 방향성을 찾을 것이다. 또한 협상 등 민감한 영역을 제외한 회의 과정을 유튜브로 생중계해 신뢰를 회복하겠다.
-AI 시대 대응 전략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전 국민, 아니 전 세계인의 작곡가화가 가능해진 시점이다. 두 가지 트랙으로 접근할 것이다. 첫째, AI 학습 단계에 소요되는 저작권료(20% 수준) 징수 계약을 제도화하도록 문화체육관광부와 긴밀히 협의할 계획이다. 둘째, 시스템의 혁신이다. 현재 750만 곡에 달하는 관리곡을 수기로 매칭하고 분배하는 방식은 한계가 명확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저작권 이용 현황 요점 AI 솔루션' 개발을 본격 추진하겠다. 대관 소통을 통해 정부의 R&D(연구개발) 지원을 이끌어내 빠르고 순조롭게 개발해 나갈 것이다.
-K콘텐츠 최대 권리단체인 만큼 대관 업무나 소통 창구도 중요할 텐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창구가 많다. 물론 서로의 상황이 있어 조심스럽지만, 최근 박진영 위원장(JYP CCO)도 선출됐고 긍정적인 시너지가 있을 것이라 본다(웃음). 대외적으로 많이 노출된 저인 만큼 '한 점 부끄러움 없이 할 것'이라는 약속과 함께, 각자의 기준에서 판단하고 설득해나가는 노력을 거듭 발휘하겠다.
-해외 징수 문제가 심각하다. 구체적인 해결 복안이 있나.
▲해외 징수는 당면한 가장 큰 과제다. 선제적 과제는 AVI(영상물 등록코드), CWR(곡 등록정보 코드) 등 국제적 코드를 기초로 한 DB 정리다. 현재 최소 7000억 원 규모인 미국 음악시장에서 미등록 오류 등으로 고작 2억 원 정도만 징수되고 있고, 38조 원 규모인 중국 시장에서도 징수액이 6억 원에 불과하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선 국내의 빠른 정산 플랫폼 구축과 글로벌 소통이 필수다. 중국 MCSC와의 소통 지속은 물론, 문체부와 지속 협력해 이를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이다. 시장을 투명하게 만들어 잃어버린 권리를 되찾아오겠다.
-함저협, 음실련 등 타 기관 및 OTT와의 갈등 해결책은?
▲그동안 우리가 OTT와의 협상이나 유튜브 레지듀얼 문제 등에서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현상 유지에 급급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일본 JASRAC과의 협업이나 창작자 부가세 면제 투쟁 등 긍정적 자산도 있다. 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권리자들이 한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제가 먼저 발 벗고 나서서 유관기관 및 플랫폼과 적극적으로 협의하겠다.
-공약으로 내세운 '별도 복지재단'은 어떤 역할을 하게 되나.
▲창작자들의 가장 큰 고민은 '내 음악을 세상에 알릴 채널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단순한 금전적 후원이나 편의 지원을 넘어, 창작자의 생존과 직결되는 마케팅 지원이 절실하다. 협회와 별도로 복지재단을 설립하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단순 이자수익을 넘어 대외후원을 통한 회원들의 복지확대는 기본이고, 핵심은 '글로벌 A&R과의 세일즈 네트워크 구축'이다. 재단이 나서서 창작자들의 곡을 해외 시장에 세일즈하는 에이전시 역할까지 수행해 실질적인 기회와 수익을 만들어주고 싶다.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은.
▲논란보다는 비전에 집중하고 싶다. 투명한 조직, 징수 확대, 복지재단 설립 약속을 지키며 창작자들을 살뜰히 보살피겠다. 무거운 책임감으로 최선을 다하겠지만, 당락을 떠나 이번 선거를 통해 협회의 역할이 긍정적으로 재조명되길 바란다.
뉴스컬처 박동선 dspark@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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