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12만 6천 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던 비트코인이 한 달 만에 20% 넘게 급락하며 올해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시가총액은 약 6천억 달러(약 877조원)가 증발했다.
17일 코인마켓캡 기준 비트코인은 9만 5,018 달러로 24시간 전보다 0.9% 떨어졌다. 이날 오전 9만 2천 달러까지 밀리며 변동성을 키웠고, 국내에서도 1억 4천만원대까지 후퇴했다.
이번 하락은 급격히 악화된 거시 환경에서 비롯됐다. 미 연방정부 셧다운 여파로 고용·물가 등 핵심 경제지표 발표가 지연됐고, 연준(Fed) 위원들의 매파적 발언으로 12월 금리 인하 기대가 크게 약화됐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은 금리 동결(54.2%)과 인하(45.8%)를 거의 비슷한 확률로 보고 있다.
뉴욕 증시에서 기술주가 조정을 받으며 위험자산 전반의 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암호화폐 공포·탐욕지수는 17점으로 ‘극심한 공포’ 수준을 기록했다. 비트와이즈의 매튜 후건 CIO는 “시장 전체가 위험을 회피하려는 모드에 진입했다”며 “암호화폐는 이러한 변화를 가장 먼저 반영하는 자산”이라고 분석했다.
비트코인 랠리를 이끌었던 기관 투자자들도 발을 빼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들어 250억 달러 이상 유입됐던 비트코인 ETF 자금은 최근 한 달간 약 28억 달러(약 4조원)가 빠져나갔다.
온체인 분석업체 크립토퀀트는 장기 보유자(LTH)가 최근 한 달 동안 81만 5천개 이상의 비트코인을 매도했다고 밝혔다. 이는 2024년 1월 이후 최대 규모다.
비트코인 보유량이 많은 투자 회사 스트래티지(구 마이크로스트래티지) 등 관련 기업 주가도 보유 자산가치 수준까지 떨어지며 시장의 ‘프리미엄’이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하락을 비트코인의 역사적 가격 패턴인 ‘반감기 사이클’에서 찾기도 한다. 비트코인은 과거에도 반감기 전후로 급등했다가 약 1년~1년 반 뒤 대폭락을 겪는 패턴을 반복해 왔다. 실제로 2024년 4월 반감기 이후 비트코인은 10월 최고점을 찍었고, 이후 조정을 맞는 흐름이 과거와 유사하다는 분석이다.
매튜 후건 CIO는 “4년 주기가 반복될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이 커졌다”며 “50% 급락을 피하고자 일부 장기 보유자가 선제적으로 매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하락에는 레버리지 포지션의 대규모 청산도 한몫했다. 헥스 트러스트의 알레시오 콰글리니 CEO는 “10월 10일 청산 사태로 수십억 달러 규모의 레버리지 롱 포지션이 증발했다”며 “이는 신뢰 붕괴가 아니라 유동성 재조정”이라고 설명했다.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이라고 부르던 내러티브도 흔들리고 있다. 듀크대 캠벨 하비 교수는 “비트코인은 위기 회피 수단으로 보기 어렵다”며 금과 달리 위험자산과 상관관계가 높다고 지적했다.
반면 장기 전망을 유지하는 시각도 여전하다. JP모건은 "비트코인이 9만 4천 달러에서 바닥을 다진 뒤 향후 1년 내 17만 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정이 과거처럼 신용붕괴나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성숙한 시장의 정상적 조정'으로 평가한다. 콰글리니 CEO는 “7만 달러 초반까지 테스트할 수 있지만, 향후 12~18개월 내 새 최고가를 경신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뉴스로드] 강동준 기자 newsroad01@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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