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말 2아웃 마지막 타석에서 극적인 동점 솔로홈런을 터뜨린 김주원(NC)은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쏟았다. 그는 외할아버지와 관련된 질문이 나오자 참았던 눈물을 왈칵 쏟았다. 바로 이번 대회 기간 중 외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는 아픔을 겪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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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은 일본에 입국한 다음 날인 13일, 외할아버지 별세 소식을 들었다. 부모는 “경기에 집중하라”고 했고, 김주원은 마음을 숨긴 채 팀에 합류했다. 함께 기자회견에 들어온 류지현 감독은 김주원을 위로한 뒤 “잠시 후에 인터뷰하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한참 뒤 감정을 정리한 김주원은 “제가 할아버지를 (한국에 가서) 못 보내드리기 때문에 플레이로 보내드려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그만큼 경기에 더 몰입해서 제가 가진 모든 것을 다 쏟아붓겠다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어 “오늘 마지막 타석에서 좋은 결과가 있어서 할아버지를 잘 보내드렸다”고 덧붙였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5일과 16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K-베이스볼 시리즈 2연전에서 1무 1패를 기록했다. 1차전에서 4-11로 완패했지만 2차전에선 6-7로 뒤진 9회말 2사 후 터진 김주원의 극적인 동점 홈런에 힘입어 7-7 무승부를 거뒀다. 김주원은 일본프로야구 최고 불펜으로 꼽히는 오타 다이세이(요미우리)의 3구째를 걷어 올려 우중간 담장을 넘겼다.
한국 야구는 이번 2연전을 통해 일본전 연패 수렁에서 탈출하는데 실패했다. 하지만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바로 김주원, 안현민(KT) 등 젊은 타자들의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야구 대표팀 선발 라인은 이미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약 중인 빅리거들로 채워져 있다. 중견수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유격수 김하성, 2루수 김혜성(LA다저스)이 주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에서 활약 중인 ‘한국계’ 저마이 존스도 합류가 유력한 상황이다.
이번 일본과 2연전은 사실상 ‘백업 오디션’ 무대였다. 김주원은 이번 일본과 경기를 통해 김하성의 뒤를 받칠 유격수 백업 자원으로서 능력을 입증했다.
사실 김주원은 홈런 전까지 이렇다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첫 두 타석에선 삼진에 그쳤다. 네 번째 타석에서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했을 뿐이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스스로를 살리고 팀을 살리는 한 방을 터뜨리며 강한 인상을 심었다.
2002년생 스위치히터 김주원은 2025시즌 KBO리그 144경기 전 경기에 나서 타율 0.289, 15홈런, 65타점, 44도루를 기록한 대표 유격수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APBC, 프리미어12까지 국제무대 경험도 쌓았다.
도쿄돔를 울린 한 방으로 김주원은 WBC 대표팀 내야 백업 경쟁에서도 한 발 앞서 나갔다. 그는 “앞 타석들에선 결과가 부족했다”며 “더 보완해서 다음에는 더 좋은 모습으로 싸우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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