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디올의 뮤즈: 패션왕의 반려동물로 산다는 건 어떤 인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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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 디올의 뮤즈: 패션왕의 반려동물로 산다는 건 어떤 인생일까?

엘르 2025-11-16 11:30:00 신고

2011년, 칼 라거펠트는 모델 바티스트 지아비코니가 휴가를 떠나며 맡긴 고양이 한 마리를 끝내 돌려주지 않았다. “미안하지만, 이제 그녀는 내 거야.” 그렇게 이들의 특별한 관계가 시작됐다. 칼 라거펠트를 아는 사람이라면 그가 생전에 끔찍이 아끼던 고양이의 존재를 모를 리 없다. 하얀 털에 신비로운 푸른 눈을 지닌 마성의 고양이 ‘슈페트(Choupette)’. 이후 슈페트의 푸른 눈빛은 2012년 샤넬 컬렉션의 영감이 됐고, 다채로운 블루 스펙트럼을 담은 런웨이를 선보였다. 이후 슈페트는 가방과 스카프, 장갑 등 그가 선보이는 수많은 액세서리 라인의 얼굴이 됐다.



프랑스 법에 따르면 고양이에겐 유산을 남길 수 없지만 라거펠트는 이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나는 프랑스인이 아니라 괜찮다”고 했다. 그만큼 그는 진심이었다. 칼 라거펠트가 떠난 후 슈페트는 거액의 유산을 상속받아 지금 누구보다 유명한 고양이로 지내고 있다. 2023년 고인이 된 칼 라거펠트를 추모하는 메트 갈라 행사 때 자레드 레토, 도자캣 등이 슈페트를 염두에 두고 코스튬한 것만 봐도 이 고양이가 라거펠트의 삶과 예술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쳤는지 상징적으로 알 수 있다.


그런가 하면 프렌치 불독 ‘무직(Moujik)’ 또한 이브 생 로랑의 인생과 창작에 상징적인 존재로 남아 있다. 이브 생 로랑은 네 마리의 프렌치 불독을 키웠는데, 모든 강아지의 이름이 ‘무직’이었다. 러시아어로 농부를 의미하는 ‘무직’은 소박함과 유머를 사랑한 이브 생 로랑의 성향을 반영한 이름이었다. 첫 번째 무직은 1970년대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전갈에 쏘여 세상을 떠났으며, 이후 그의 파트너 피에르 베르제에게 두 번째 무직을 선물받았다. 이 개는 앤디 워홀이 초상화를 남길 정도로 유명해졌고, 이브 생 로랑은 누구보다 기뻐하며 “이보다 완벽한 크리스마스 선물이 없다”고 했다. 세 번째 무직은 이브 생 로랑이 우울증에 시달릴 때 늘 곁을 지켰으며, 마지막 무직은 2008년 그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함께했다. 그렇게 네 마리의 무직은 단순한 반려동물이 아니라 그의 인생과 예술적 뮤즈로 남았다. 그야말로 이브 생 로랑과 희로애락을 함께한 반려견들이었다.


그의 인생에 무직만 있었던 건 아니다. 무직 외에도 이브 생 로랑은 치와와 ‘헤이즐(Hazel)’을 비롯한 여러 작은 개들과 시간을 보냈다. 최근 출간된 〈Yves Saint Laurent and His Dogs〉(2025, Editions Norma)는 에디 슬리먼의 사진 아카이브와 함께 그의 반려동물들을 재조명하는 글에 “그의 사생활 속 진정한 동반자였다”고 기록돼 있다.



무슈 디올의 반려견 바비 또한 영향력이 대단하다. ‘바비(Bobby)’는 파리 몽테뉴가 30번지, 디올 아틀리에에서 함께 지내며 모든 직원에게 사랑받던, 마스코트였다. 무슈 디올은 회고록에서 ‘모든 컬렉션에는 반드시 성공할 수트 한 벌이 있었고, 나는 그것을 바비라 불렀다’고 기록했다. 즉, 바비는 그나 디올에게 행운의 부적 같은 존재였다. 그 기운은 2020년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가 하우스를 이끌던 시대에도 이어졌고, ‘Dior Bobby’ 백 론칭까지 이어졌다. 결국 바비는 크리스챤 디올에게 단순한 반려견이 아니라 충성과 우아함, 예술적 영감의 상징이라 그 이름은 7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디올 하우스의 유산 속에서 살아 숨쉬고 있다.


반려동물의 앙증맞은 캐릭터를 보다 패션적으로 어필한 이들도 있다. 톰 브라운의 강아지 ‘헥터(Hector)’는 반려동물 그 이상이었다. 바쁜 일상 속에서 디자이너가 행복을 느끼는 원천이자 창작의 영감으로, 브랜드 아이콘이 된 지 오래다. 닥스훈트 헥터의 실루엣에서 영감받은 ‘헥터 백’은 톰 브라운의 유머와 애정을 그대로 담았으며, 이제는 없으면 아쉬운 브랜드 시그너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또 다른 닥스훈트 ‘투투(Toutou)’는 귀여운 얼룩무늬를 가진 자크뮈스의 둘도 없는 반려견이다. 커다란 귀와 푸른 눈을 가진 이 강아지는 인스타그램 계정까지 운영하며 팬들과 일상과 스타일을 공유한다. 자크뮈스는 투투를 런웨이에 등장시키기도 하고 자신의 일상뿐 아니라 브랜드 동반자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이렇듯 치열한 경쟁 속에서 조건 없는 애정과 온기로 친구가 돼 주는 반려동물은 디자이너에게 정신적 안정과 삶의 활력을 가져다준다. 칼 라거펠트와 이브 생 로랑, 디올, 발렌티노, 도나텔라 그리고 아르마니까지 내로라하는 이들의 이야기만 들어도 반려동물의 사랑이 패션 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다.


이브 생 로랑이 세상을 떠난 뒤, 무직은 그의 마지막 경매장에서 그의 유품이 정리될 때까지 곁을 지켰다. “나는 오직 연필과 종이, 개가 있을 때 편안하다”는 말처럼 반려견은 그의 예술세계와 인간적인 외로움을 비추는 거울 같은 존재였다. 이브 생 로랑뿐 아니라 반려견은 디자이너에게 있어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자, 외로움 속에서 유일한 위로가 돼 준 가족 아니었을까. 오늘도 누군가에게 힘이 되고 있을 귀여운 베이비들에게 대신 전하고 싶다. “너는 나의 뮤즈, 너는 나의 베이비”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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