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한 나라 기술력의 고도화를 판단할 때, 첨단 기술의 집약체인 자동차의 자체 생산 가능 여부를 따지곤 합니다. 소프트 파워의 시대에는 이 전제가 조금 바뀌어요. '글로벌 영향력을 갖춘' 엔터테인먼트 작품을 자체적으로 만들 수 있는 기술도 국가 경쟁력을 판단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됐습니다.
루크 강 월트디즈니 컴퍼니 아태지역 총괄 사장
지난 13일(현지시각) 홍콩 디즈니랜드 리조트에서 열린 '디즈니+(플러스) 프리뷰 2025'는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기술력의 우수성을 재확인하는 자리였습니다. 연단에 오른 대부분의 인물이 한국인 크리에이터였고, 이들이 스크린에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각국 취재진 사이 팬미팅을 연상케 하는 뜨거운 환호가 쏟아졌거든요.
디즈니+는 올해로 아시아태평양(APAC) 콘텐츠 제작 5주년을 맞았어요. 이날 행사에서는 한국과 일본을 주축으로 한 APAC 로컬 콘텐츠 투자가 뚜렷이 드러났습니다. 월트디즈니 컴퍼니의 루크 강 아태지역 총괄 사장의 개회사도 글로벌 전략에 APAC 스토리텔링의 비중이 높다는 사실을 뒷받침합니다. 그는 "디즈니의 IP 생태계, 인재, 플랫폼을 활용해 APAC 오리지널 콘텐츠를 글로벌 프랜차이즈로 확장시키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라고 했습니다. 디즈니는 2021년부터 현재까지 155편이 넘는 APAC 오리지널 시리즈를 제작했는데요. 앞으로는 보다 APAC에서 콘텐츠의 양과 질을 확대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로 풀이됩니다.
〈데스 스트랜딩: 고립〉
이날 소개된 콘텐츠를 짚어 보면 일본은 애니메이션에 주력하는 모양새입니다. 액션 게임의 거장 코지마 히데오의 〈데스 스트랜딩〉이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하며, 1980년대 인기 애니메이션을 리메이크한 〈캣츠 아이〉의 파트2가 나옵니다. 〈도쿄 리벤저스: 삼천전쟁편〉과 〈메달리스트〉 시즌2도 애니메이션이죠. 여기에 아이돌 그룹 트래비스 재팬과 코미디언 다이고가 각각 여행 예능과 버라이어티 쇼를 준비했습니다.
〈21세기 대군부인〉
반면 한국 콘텐츠 라인업을 보면 대작 드라마들이 포진해 있습니다. 2026년 공개 예정인 APAC 로컬 드라마 중 한일 합작인 〈메리 베리 러브(가제)〉를 제외하면 전부 한국 콘텐츠입니다. 디즈니+의 내년 일반 드라마 양과 맞먹죠. 예능은 방탄소년단(BTS) 지민과 정국의 〈이게 맞아?!〉 시즌2와 넷플릭스 오리지널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제작진이 만든 〈운명전쟁 49〉 두 편입니다. 이를 두고 디즈니 텔레비전 스튜디오 및 글로벌 오리지널 텔레비전 전략 부문의 에릭 슈라이어 사장은 "한국 콘텐츠는 보편적인 감정과 인간미를 담아내는 능력이 탁월하다"라고 짚었습니다. 일본은 애니메이션, 한국은 영화와 드라마에 집중하는 것이 그가 강조한 디즈니+의 '로컬 포 로컬(Local for Local)' 전략입니다.
디즈니+ 오리지널 프리뷰 2025 글로벌 및 아태지역 리더쉽 토크 세션에 나선 임원들
슈라이어 사장은 또 " 디즈니는 아시아에서 오랜 역사와 자랑스러운 유산을 지닌 기업으로서 창의성과 협업, 그리고 훌륭한 스토리텔링의 힘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라면서 데이터는 참고하되, 사람의 꿈과 예술성에 베팅하겠다고 밝혔어요. 더불어 크리에이터들이 모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창작자를 통제하지 않으며, 그들의 성취를 돕는 것이 디즈니의 철학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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