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황명열 기자] 빛과 물의 울림을 회화로 탐구하는 임영진 작가 초대 개인전 ‘Aqua Resonance’가 갤러리 림해(부산 동구)에서 오는 11월 29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유화의 물성과 번짐, 그리고 반복되는 색의 흐름을 통해 자연이 지닌 생명력과 인간 내면의 정서를 조형적으로 풀어낸 신작들로 구성된다.
임영진 작가는 붓 대신 롤러를 사용하여 화면을 구성한다. 물감이 겹겹이 쌓이며 만들어내는 색면(layer)과 유기적 형태는 마치 물결처럼 서로 반사되고 울리는 순간을 시각화한다. 이러한 회화적 구조는 단순한 추상적 조형을 넘어, 자연의 호흡과 감정의 진동이 만나는 지점을 탐구한다.
그의 작품 속 물은 형태를 가지지 않지만 모든 것을 받아들이며, 빛은 그 안에서 반사되어 새로운 리듬을 만든다. 작가는 이 과정을 통해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감정의 경계’를 탐색하고, 그 사이에서 일어나는 공명(共鳴)의 순간을 시각적 언어로 표현한다.
작가는 “빛은 물에 닿아 울리고, 그 울림은 다시 나의 감정이 된다”는 말로 자신의 창작 세계를 요약한다. 그의 회화는 자연을 단순히 재현하지 않고, 그 안에서 감정과 존재의 떨림을 포착하는 시도다. 작품 속 빛과 물의 흐름은 마치 바다의 깊은 숨결처럼 고요하지만 내면의 파동을 일으키며, 관람객에게 감각적 사색의 시간을 제시한다.
작가노트에서 임영진은 “우리는 보이는 세계에 익숙해져 그것만이 실제라고 믿지만, 중요한 가치와 본질은 대체로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에게 예술은 바로 그 간극 -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의식과 무의식이 스며드는 경계의 공간에서 시작된다.
물의 번짐과 빛의 반사, 물방울의 흔적은 그가 말하는 “보이지 않는 감정이 형태를 찾는 공간”의 시각적 은유다. 물의 투명함은 내면의 감정을 받아들이는 여백이 되고, 빛의 반사는 그 감정이 세상과 만나는 순간을 드러낸다. 작가는 이 감정의 진동을 회화적 공명으로 번역하며, 인간과 자연이 하나로 이어지는 경계의 세계를 제시한다.
이번 전시 ‘Aqua Resonance’는 단순히 물과 빛의 만남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감정의 파동이 시각적 울림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다룬다. 색과 형태가 반복되고 중첩되며, 그 속에서 내면의 감성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이러한 울림은 작가의 내면에서 시작되어, 작품을 바라보는 이들의 마음속에서 다시 진동한다.
결국, 임영진의 회화는 물과 빛, 인간과 자연, 의식과 무의식이 하나로 이어지는 감각의 회로이자 존재의 리듬이다. 이번 전시는 “보이지 않지만 느껴지는 세계”를 색과 질감으로 드러내며, 관람객에게 내면의 울림을 되새기는 명상의 시간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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