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진법사' 전성배씨가 통일교 측으로부터 받은 샤넬 가방과 그라프 목걸이 등을 김건희씨에게 모두 전달했으며 당시 김씨로부터 '잘 받았다'는 연락도 직접 받았다며 김씨 주장과 상반되는 내용의 법정 증언을 했다.
재판부는 김씨에게 전달된 것으로 추정되는 샤넬 가방과 구두, 목걸이 등에 대한 검증 절차를 진행한 결과 가방과 구두에 사용감이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한편, 이날 재판에서는 김건희씨가 요청한 보석심문도 진행됐다. 김씨측은 건강 이상을 호소하며 보석을 요청했고, 특검팀은 증거인멸의 우려가 높다며 기각을 청구했다. 김씨측은 특검팀이 불륜 의혹으로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는 주장도 내놨다.
건진법사 "김건희, 목걸이 '전달 받았다' 연락…'건희2' 김건희가 사용한 것"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는 12일 김건희씨의 자본시장법 등 위반 혐의 속행 공판을 열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전성배씨는 자신이 통일교측으로부터 받은 샤넬 가방과 그라프 목걸이 등을 김건희씨에게 전달했다고 증언했다.
특검팀 수사에 따르면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영호 씨는 전씨를 통해 김건희씨에게 샤넬 가방 2개와 그라프 목걸이를 건네며 통일교 현안을 청탁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씨는 샤넬 가방 2개를 유경옥 전 대통령실 행정관을 통해 흰색과 검은색, 노란색 샤넬 가방 3개와 샤넬 구두 한 켤레로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김씨는 금품 수수 사실을 부인했으나 지난 5일 샤넬 가방을 받은 후 이를 교환했다고 인정했다. 다만 그라프 목걸이에 대해서는 받지 않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전씨는 그라프 목걸이도 김씨에게 전달했다는 기존 증언을 유지한다면서 "목걸이를 받은 당사자가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진실하게 말했으면 좋겠다"며 김씨를 겨냥했다.
그는 "물건을 분명히 전달했고, 전달받았다고 (김씨에게) 연락받았다"며 "그걸 (김씨가 자신에게) 돌려줬을 때도 처남을 통해서 돌려받았다"이라고 말했다.
이날 특검팀은 윤씨가 전씨에게 목걸이를 전달할 당시 두 사람이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도 공개했다.
윤씨는 전씨에게 '조심스러운 말씀인데, 여사님께 지난번과는 다른 아주 고가의 선물을 드리고 싶은데 괜찮으실는지요'라는 메시지를 보냈고, 전씨는 여기에 '언제든지 전해드릴게요'라고 답했다.
서울남부지검 조사 당시 "샤넬 가방 등 선물을 쇼핑백째로 보관하다가 잃어버렸다"고 이야기하다가 진술을 바꾼 데 대해서는 "김 여사가 '전달한 사람은 제 처남도 되고, 저도 되고, 유 전 행정관도 되니 다른 사람들이 다치니까 그렇게 하지 말고 쉽게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하자'(고 해서) 이렇게 이야기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전씨는 자신의 휴대전화에 '건희2'로 저장돼 있던 연락처 역시 김씨가 사용하던 것이라고 했다. 김씨는 '건희2'의 실제 사용자는 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씨는 "(건희2로 연락하면) 피고인이 받았다"며 "안 받았으면 안 받았지"라고 증언했다.
'김건희 샤넬백' 법정서 공개…재판부 "긁힌 것 같은 사용감"
재판부는 이날 김씨가 받았다는 샤넬가방과 구두, 목걸이 등에 대한 검증을 진행했다. 김씨 측이 받은 선물들을 사용하지 않고 모두 반환했다는 주장과 관련해 사용감 등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특검팀은 이날 전씨로부터 확보한 흰색, 검은색, 노란색 샤넬 가방 3개와 샤넬 구두, 그라프 목걸이 등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재판부는 흰색 장갑을 끼고 물품들을 직접 검증했다. 휴대전화를 꺼내 각각의 가방의 내부를 촬영하고 사용감을 확인하기도 했다.
그라프 목걸이 역시 케이스에서 꺼내 사진을 찍고, 흰 장갑을 낀 손으로 직접 만져봤다.
검증을 마친 재판장은 흰색 가방에 대해 "버클에 비닐이 없고, 약간 긁힌 것 같은 사용감이 있다"고 했다.
샤넬 금장 로고가 박힌 검정색 가방과 옅은 노란색 샤넬 가방, 검정색과 흰색이 섞인 샤넬 구두의 곳곳을 촬영했다.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가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케이스를 열어 물품을 만져보기도 했다.
재판부는 구두에 대해서는 "바닥에 사용감이 있었고, 음각으로 39C라고 기재돼 있었다"고 했고, 그라프 목걸이에 대해서는 "목걸이는 고정된 상태는 아니었고, 사용감 여부는 육안으로는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재판장은 "사진의 원물을 오늘 법정에서 검증한 것으로 하겠다"며 "검증 결과는 (조서에) 기재하겠다"고 밝혔다.
보석심문도 진행 "특검이 불륜 의혹으로 여론전" vs "증거인멸 우려"
이날 김건희씨측이 요청한 보석 심문도 진행됐다.
앞서 김씨는 지난 3일 어지럼증과 불안 증세로 불구속 재판이 필요하다며 보석을 청구했다.
김씨 측은 이날 심문에서도 "예전에도 김 여사가 몇 번 쓰려져 의식을 잃은 적이 있다"며 "구치소 생활을 하다 보니 치료가 제대로 안 돼 건강 상태가 상당히 안 좋다"고 주장했다.
이어 "재판도 마무리 단계고 증인신문도 거의 끝나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며 "가급적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보석을 허가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주거지를 자택·병원 한정, 휴대전화 사용 불가, 전자장치 부착 등 조건도 모두 받아들일 수 있다"며 "구치소 말고 자택에서 재판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그러자 특검팀은 사안의 중대성을 강조하며 김씨가 유·정 전 행정관, 건진법사 전성배씨 등과 진술을 모의하고 허위 진술을 한 정황도 확인되는 등 증거인멸 우려가 크다고 반박했다.
특검팀은 "유·정 전 행정관이 지난 8∼10월 남부구치소에서 김 여사를 다수 접견했다"며 "두 사람은 증인신문을 하기로 한 일자 직전 피고인을 접견한 후 의도적으로 출석하지 않았고 전화도 받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구속을 허가할 경우 유·정 전 행정관과 진술 모의 가능성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농후하고, 전씨를 회유할 가능성이 높다"며 보석 신청을 기각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김씨 측은 "윤석열 전 대통령도 구속돼 재판받고 있는데, 부부를 동시에 구속해 특검을 3개 돌려 이렇게까지 재판을 하는 게 가혹하지 않은지 고려해달라"고 했다. 이어 "피고인은 기억도 온전하지 않고, 구치소 내에서도 혼자 중얼거리거나 취침 중에도 알 수 없는 이야기를 하는 등 심신이 상당히 불안정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한편, 김씨 측은 전날 재판부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특검팀이 불륜 의혹을 형성해 여론 프레임을 구축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특검팀은 지난 7일 재판에서 주가 조작에 가담했다는 의심을 받는 이모씨와 김씨가 나눈 문자 메시지 내용을 공개했는데, 이씨가 사건 관련 주요 인물이 아니고 혐의와 무관한데도 특검팀이 망신주기와 별건수사를 하고 있어 방어권 보장을 위해 불구속 재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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