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1명당 4000건 상담, 대기 18분…청소년 자살 1위에도 인력 제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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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1명당 4000건 상담, 대기 18분…청소년 자살 1위에도 인력 제자리

이데일리 2025-11-12 12:17:4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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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지은 기자] 한국의 청소년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는 가운데 이재명 정부는 자살 관련 범부처 총력 대응을 추진 중이나 공식 지원창구인 ‘청소년1388’은 과부하 상태에 놓인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최근 청소년 이용이 급증한 온라인 채널에서는 상담사 한 명이 연간 4000건 넘게 담당하고 있어 자살·자해 등 위기 상황에 놓인 청소년들이 도움을 받기까지는 평균 18분을 기다려야 하는 실정이다.
고민에 빠진 청소년이 어두운 방에서 고개를 숙인 채 앉아 있는 AI 이미지(사진=챗GPT)


◇온라인 상담 느는데 3년째 인력 동결…대기 중 이탈↑

12일 이데일리의 취재를 종합하면 성평등부 산하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이 운영 중인 ‘청소년1388’의 온라인 상담사 인력은 최근 3년째 99명으로 동결됐다. 반면 온라인 환경에 익숙한 청소년들의 특성상 상담 건수는 매해 늘어나는 추세다. 2022년 34만 2642건이던 온라인 상담은 2023년 38만 4301건으로 늘어난 뒤 지난해(40만 5084건)에는 40만건을 넘겼다. 상담사 1명이 연간 4091건을 처리하고 있는 셈이다.

청소년이 온라인에서 상담을 받기 위해 기다려야 하는 시간도 늘어나고 있다. 평균 대기시간은 2023년 17.31분에서 지난해 18.67분으로 1.36분 더 늘었는데, 이는 2년간 평균 상담시간(17.33분)보다 길어진 상태다. 상담을 진행하는 시간보다 상담을 기다리는 시간이 더 걸리게 된 것이다. 응답률은 84.23%에서 81.88%로 떨어지는 등 대기 중 이탈 인원도 늘어나는 추세다.

(그래픽=김정훈 기자)


상담 지연이 심화되는 동안 청소년 자살률은 사상 최고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아동·청소년 자살률은 10만명당 3.9명으로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0년 이후 가장 높았다. 10대 자살률은 7.9명으로 특히 15~18세 자살률은 6년 연속 증가해 11.4명으로 치솟았다. 교육부의 초·중·고교 학생 자살률 데이터를 봐도 2015명 1.53명에서 2023년 4.11명으로 2배 이상 늘어난 상태다. 복지부는 지난해 자해·자살을 시도해 응급실을 찾은 환자 10명 중 4명이 10대(16.3%)와 20대(23.6%)라고 발표했다.

청소년들의 구조 신호는 익명성이 보장된 온라인에서 더 쉽게 포착된다는 게 현장의 설명이다. 특히 성 관련 문제에 있어서 이런 경향성은 두드러진다. 온라인 상담사 정 모씨는 “요즘 아이들은 고민이 있을 때 가장 많이 찾는 게 익명으로 상대방에게 질문하고 답변하는 ‘애스크’라는 애플리케이션과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인데, 그런 곳에서 만나는 사람들로부터는 그루밍 등 성범죄 피해를 당할 위험성이 크다”며 “믿을만한 자격을 갖춘 상담가들을 만날 기회를 늘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담 콜 없는 중앙기관…24시간 ‘2인 1조’ 운영 어려워

위기 시 즉각 개입이 필요한 전화상담 체계도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중앙기관인 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에는 전담 콜 인력이 없어 직원들이 교대로 전화를 받는다. 현장 운영은 전국 17개 시·도 청소년상담복지센터를 포함한 240개소가 맡고 있으나 적게는 8명(세종)에서 많게는 344명(경기)까지 지역 센터간 인력 편차가 크다. 대다수 직원이 대면 상담을 병행하고 일부는 행정직 업무도 수행하고 있어 전화를 전담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런 인력 구조는 긴급 상황 대응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화상담은 원칙적으로 2인 1조 체계로 운영돼 한 명이 청소년을 안정시키는 동안 다른 한 명이 신고 접수와 관계기관 연계를 맡는다. 하지만 야간이나 휴일에는 지역센터 당직 인력만으로 이런 기본 원칙을 지키기 어려운 실정이다.

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관계자는 “야간과 휴일은 중앙이, 주간과 평일은 지역이 집중하는 방식으로 연계가 이뤄져야 실질적인 365일 24시간 체계를 운영할 수 있다”며 “전화 한 통이 청소년 안전망으로 연결되는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지역 상담 현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해 필요 시 경찰, 소방 에 신속히 지원을 요청할 수 있도록 게이트웨이 역할을 하는 중앙 콜센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청소년1388 고민상담 안내. (사진=청소년1388홈페이지 캡쳐)


◇“청소년 자살 대응 핵심은 ‘시간’…즉각성·충동성 더 커”

전문가들은 청소년 자살 대응의 핵심은 ‘시간’이라고 입을 모은다. 황태연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이사장은 “청소년은 감정의 즉각성이 크고 충동적인 생각이 올라왔을 때 행동으로 옮기는 속도가 성인보다 훨씬 빠르다”며 ”공공 상담 서비스 체계를 운영하는 데 있어서 이런 청소년들의 욕구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건 중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성평등부는 이런 현장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온라인 상담인력 확충과 중앙 콜센터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온라인 상담사를 증원해 평균 대기시간을 5~10분 이내로 단축하겠다는 목표다. 또 내년에는 중앙콜센터를 시범 운영한뒤 단계적으로 시·도 거점 컨트롤타워를 설치해 지역 간 대응 격차를 줄인다는 계획이다. 다만 아직 관련 예산이 반영되진 않은 상태다. 성평등부 관계자는 “청소년 위기대응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며 국회 심사 과정에서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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