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다음 달 8~14일 서울 용산에 있는 대통령 집무실 등을 청와대로 이전한다.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시작한 '용산 시대'가 3년 7개월 만에 저물고 다시 '청와대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대로라면 세종에 대통령 집무실이 완성될 때까지는 청와대에 머물게 된다.
대통령 내외가 머무는 관저의 경우 추가 보안을 이유로 내년 상반기쯤 이전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풍수지리 상 터가 나빠 관저는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이 재차 제기되면서 관저를 어느 곳으로 옮겨갈 지 의견이 분분하다. 삼청동 안가로 관저를 옮겨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으나 대통령실에서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10일 "관리비서관실이 최근 청와대 이전 시점이 다음 달 8~14일이라고 일부 수석비서관 등에게 공유했다"고 밝혔다. 관리비서관실은 이번 주 대통령실 직원들을 대상으로 청와대 이전 관련 설명회도 여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리비서관실은 지난 6월 이 대통령 당선 이후 청와대 이전 업무 담당을 위해 신설된 부서다.
대통령실은 집무실을 청와대로 이전하기 위해 지난 7월 31일 청와대 관람을 일시 종료한 뒤 주요 건물 리모델링에 나섰다. 대통령과 참모들이 근무할 여민관 등 청와대 내 시설들은 리모델링 작업을 대부분 마친 상태이며 여민관이 다소 낡긴 했지만 예산 절약을 위해 간단한 리모델링 작업만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지난 6월 국무회의에서 청와대 복귀를 위한 예비비 259억 원을 의결했는데 이는 용산 이전 당시 든 예비비 378억 원보다 119억 원 적은 액수다.
관계 기관의 청와대 이전 준비도 거의 완료됐다. 대통령경호처에 따르면 경호처는 청와대 관람이 전면 금지된 지난 8월 1일부터 이전을 준비해왔다. 청와대 내부에 있는 경호처 사용 시설이 지난 3년 반 동안 노후화해 이를 수리하는 작업을 주로 진행했으며 경호처가 담당하는 보안 시설 정비 작업도 진행했다. 현재 대부분의 작업이 완료된 상태로 알려졌다.
다만 대통령 관저는 내년 상반기에 이전될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 개방으로 인한 보안 문제 검토를 마친 뒤 내년 상반기에 옮겨갈 것으로 예상되며 대통령실 출입기자실의 경우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마친 뒤인 다음 달 말을 즈음해 청와대 춘추관으로 옮겨가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청와대 인근 파출소 24시간 근무체제 전환 검토
대통령 집무실이 연내 청와대로 복귀하는 게 확실시되면서 경찰이 경호·치안 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대통령실 이전을 대비해 청와대 인근 파출소들을 다시 24시간 체제로 전환할 예정이다.
현재 경복궁 서편의 통의파출소와 옥인파출소는 대통령실이 용산으로 이전한 뒤 근무 인력을 축소해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만 운영하고 있다. 경찰은 대통령 집무실이 청와대로 돌아오면 인근 지역의 경호·치안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파출소 운영을 5명씩 4개조가 24시간 교대근무하는 체제로 되돌리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대통령 경호를 맡는 서울경찰청 101경비단과 외곽을 담당하는 202경비단의 이전 준비도 이미 시작됐다. 101경비단은 과거 사용하던 청와대 경내 건물을 재정비 중이며 일부 인력은 이미 현장으로 복귀해 내부 공사 및 외부 출입자 감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202경비단 역시 종로구 창성동의 기존 건물로 돌아갈 계획이며, 해당 건물에서 운영되던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신고센터와 실종아동찾기센터, 인권보호센터 등은 이미 퇴거한 상태다.
강훈식 "대통령실, 연내 청와대로 이전…관저는 내년"
대통령 관저 이전 시기는 내년 초 또는 상반기 내 마무리 될 예정이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6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용산 대통령실의 청와대 이전에 대해 묻는 의원 질의에 "용산 대통령실을 청와대로 옮기는 문제는 연내를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
강 비서실장은 "대통령 관저를 옮기는 문제가 사실은 보안상의 문제도 있고, 공사 자체가 다른 규모로 진행되고 있다"며 "아마 대통령실 직원들의 이전은 연말까지 가능하겠지만 대통령 관저를 옮기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도 보고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관저 이전은 내년 초나 상반기에 가능하며 이전 뒤 용산 사무실의 용도에 대해선 아직 계획된 바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도 지난 10월13일 열린 국방위원회의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연내에 이전하는 것으로 안다"고 밝히며 대통령 경호 부대 등도 이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시 안 장관은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예하 제55경비단과 제33군사경찰단 등 대통령 경호를 수행하는 부대들도 이전·리모델링을 준비하고 있느냐'는 질의에 대해 "지금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하며 연내 이전을 공식화 한 바 있다.
유홍준 "청와대 관저 터 음습…삼청동 안가 이용 건의"
국립중앙박물관장이자 미술사학자인 유홍준 관장은 청와대 관저 터가 음습한 기운이 있다며 삼청동 안가 이용을 대통령실에 건의했다고 밝혔다.
유 관장은 지난 달 2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집무실은 청와대로 돌아가도 관저는 삼청동 안가를 이용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대통령실에) 건의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저는 대통령 내외와 가족들의 일상 공간으로 침실과 주방, 회의실, 영부인 공간 등으로 이뤄져 있는데 생활공간의 위치로는 부적격하다는 것이다.
청와대 대통령 관저는 공적 업무공간과 사적 공간을 나누기 위해 노태우 전 대통령 임기 때인 1990년 10월 25일 완공됐으며 윤 전 대통령은 2022년 관저를 옮기겠다고 밝히면서 서울 용산구 한남동 외교부장관 공관을 리모델링해 관저로 사용했다. 이 대통령도 현재 외교부장관 공관에 머물고 있다.
그는 "관저는 본래 거기(청와대 자리)에 있을 자리가 아니다. 굉장히 음습한 자리로 풍수의 문제뿐 아니라 건축가들 입장에서도 생활공간의 위치로 부적격하다는 의견이 있다"며 "관저를 삼청동 안가로 옮기고 관저 자리는 국민들에게 내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유 관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 '광화문대통령시대위원회' 자문위원을 맡아 대통령 집무실의 광화문 이전을 검토했던 인물이다. 당시 유 관장은 이전 계획이 불가능하다고 발표하면서 "(집무실은 놔두더라도) 풍수상의 불길한 점을 생각할 적에 관저를 옮겨야 한다. 수많은 근거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유 관장의 발언이 회자되자 2022년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인 김정숙 여사가 관저를 옮기고 싶어 했단 사실을 공개한 것도 회자됐다. 그는 지난 2022년 11월 CBS라디오 <김현정의뉴스쇼> 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관저만이라도 옮기라고 건의했다. 누구보다 김 여사가 옮기고 싶어 했다"며 "관저 자리는 우물 터로 음습하다"고 말했다. 김현정의뉴스쇼>
하지만 당시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 삼청동 안가까지 3곳을 모두 옮기려면 공사 규모가 커지고 예산 문제도 제기돼 최종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이전에 관한 풍수지리적 해석은 윤석열 정부에서도 계속됐다. 김건희 여사와 주기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은 정치브로커 명태균 씨는 "김 여사에게 청와대에 가면 죽는다고 조언했다. 청와대 뒷산인 백악산(북악산)은 좌로 대가리가 꺾여 있다"는 통화 녹음을 공개한 바 있다.
윤 전 대통령도 대통령실을 국방부가 사용하던 용산 건물로 이전하면서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 청와대라는 폐쇄적 공간이 대통령의 제왕적 의식을 만든다"고 말하기도 했다.
[폴리뉴스 김성지 기자]
Copyright ⓒ 폴리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