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 전종덕 진보당 의원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서 제출받은 ‘국유 부동산 입찰 매각 현황’(2020~2025년)을 보면, 감정가 대비 절반 수준(60% 미만)에 팔린 국유지는 총 317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2년 윤석열 정부가 유휴·저활용 국유재산 매각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기 이전까지는 연간 3건 이하에 그쳤지만 2023년 31건, 2024년 166건으로 급증했고, 올해도 이미 113건에 달한다.
국유재산법 시행령에 따르면 일반경쟁입찰이 두 차례 유찰될 경우, 세 번째부터는 매회 10%씩 예정가격을 낮춰 초기 감정가의 절반까지 인하할 수 있다. 이 규정은 시장가격에 맞춰 유휴·저활용 국유지를 처분하기 위한 취지이지만, 지금은 유찰을 반복하다 감정가의 50% 선까지 떨어진 뒤 단독 응찰로 낙찰되는 구조로 작동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방식으로 낙찰된 사례 중 도심 내 주거·상업지 등 개발 여력이 큰 부지들도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국유재산 활용성 여부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매각 성과에만 급급한 분위기가 형성된 것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만한 상황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 구로구 오류동 국유지로, 감정가 182억원 중 약 90억원(낙찰가율 50.59%)에 매각됐다. 낙찰자는 건설업체 A사로, 지난해 5월 매입 직후 현재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신축매입약정을 맺어 준공 후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제주 노형동(감정가액 42억 3000만원→낙찰금액 21억 1000만원), 인천 가좌동(22억 8000만원→11억 5000만원), 경기 평택 송담리(21억 7000만원→11억 1000만원), 강원 속초 조양동(28억 3000만원→14억 2000만원) 등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발생했다. 이들 부지는 상업·공업지역 등 입지 조건이 양호한 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일부는 매입 후 주차장·숙박시설 등으로 전환됐다.
전문가들은 공공자산 관리체계의 전반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무엇보다 국유지 매각 전 활용성 검증 절차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수가 부족할 때 정부가 국유자산 매각으로 재원을 확보하기도 하지만, 이번 사례처럼 감정가 대비 지나치게 낮은 가격에 넘어간 경우가 적지 않다”며 “공공기관의 활용 가능성을 사전에 면밀히 검토하는 등 매각 전 검증 절차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반복되는 ‘헐값 매각’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최저 낙찰가율 수준에 대한 의견 수렴과 상향 여부를 고민해봐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우석진 명지대 경상·통계학부 교수는 “윤석열 정부 들어 유휴·저활용 국유재산 매각 활성화 방안이 추진되면서 일부 부지가 초기 감정가의 50% 수준에 팔리고 있다”며 “법적으로 정해진 최저 낙찰가율을 높이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국유재산 매각에 대한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중앙에서 이를 컨트롤할 수 있는 체계 역시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매각에 대한) 국회 사전심의가 어렵다면 최소한 사후보고 절차를 통해 국유재산 매각 과정의 정보 공백을 줄여야 한다”며 “입법부와 행정부가 매각 책임을 공동으로 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투명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