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전을 설계하다 ③] 해안건축 ‘35년 업력’ 보여준 창릉·장흥 ‘메가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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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전을 설계하다 ③] 해안건축 ‘35년 업력’ 보여준 창릉·장흥 ‘메가 프로젝트’

투데이신문 2025-11-09 12:15:29 신고

정부 주도 주택공급의 최대 목표는 항상 ‘얼마나 많이 공급하느냐’였다. 그러나 공공주택의 품질을 끌어올리는 것 역시 부동산 시장 안정화와 주거 복지 개선의 필수조건이다. 공공주택이 품질 측면에서도 대중에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돼야 하기 때문이다. 마치 독일에 흔한 택시 차종인 벤츠가 대중교통 수요를 끌어올리는 것처럼 말이다. 정부가 공급량에 주목할 때 공공주택을 ‘벤츠’ 반열에 올려놓으려는 이들이 있다. 우리는 그들을 건축사라고 부른다. <편집자주>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가 설계한 건축물 조감도.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국회의사당 소통관, 서울대학교 정문, 가덕도 신공항 여객터미널, 세빛섬. [사진=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가 설계한 건축물 조감도.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국회의사당 소통관, 서울대학교 정문, 가덕도 신공항 여객터미널, 세빛섬. [사진=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

【투데이신문 심희수 기자】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이하 해안건축)는 1990년 설립 당시 ‘왜 설계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추동력으로 삼았다. 이에 대한 해안건축의 답은 ‘자연과의 연결성’이었다. 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국회의사당 소통관, 서울대학교 정문, 세빛섬, 가덕도신공항 여객터미널 등의 굵직한 설계 프로젝트 참여로 이어졌다.

9일 해안건축에 따르면 올해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 현상설계 공모에서 고양창릉 S-9 지구와 양주장흥 A-2, A-3 지구의 설계가 당선의 영예를 안았다. 이로써 해안건축은 수도권에 각각 1519호, 1534호(A-2, A-3 합계) 대규모 공공주택 단지를 설계하게 됐다.

고양창릉 S-9 지구는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용두동 일대에 나눔형 공공분양 주택으로 조성된다. 사업면적 7만3846㎡, 1519세대, 지하 1층~지상 19층 규모로 건설될 예정이다. 연내 사업승인을 받고 오는 2029년 6월 착공에 들어가 2033년 2월에 입주자를 맞을 계획이다.

해안건축은 ㈜에스파스에이씨엠건축사사무소, 에이앤유디자인그룹건축사사무소㈜와 컨소시엄을 이뤄 프로젝트 공모안을 제출했다. 고양창릉의 자연, 도시, 사람을 연결하는 다층적 생활공간을 구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 이른바 ‘길 위에 펼쳐지는 삶의 이야기 - 라이프 프롬나드(Life Promenade)’다. 세 개의 축(자연, 도시, 사람)이 공공의 흐름으로 작동하는 설계안을 제안했다. 특히 창릉천에서 서오릉까지 이어지는 자연의 축을 중심으로 단지 구성을 계획했다.

해안건축 측은 “공공보행축은 아이의 성장과 지역 커뮤니티를 위한 입체적 열린 생활 중심공간이 되고 북측 동산천과 공원을 잇는 생활축은 일상의 보행흐름과 자연을 유연하게 연결한다”며 “이러한 흐름이 다채로운 커뮤니티 공간으로 확장되고, 그린테라스와 가변 평면으로 감각적이고 몰입감 있는 일상을 경험할 수 있는 주거단지가 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한남대학교 건축학과 백한열 교수는 “본 설계안은 다양한 주동의 조합을 통한 안정적이고 실용적인 공간 배치가 인상적”이라며 “단지 중앙에 넓은 커뮤니티 광장이 배치돼 있으며, 이를 통해 대상지 내외부를 자연스럽게 연결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입면은 다양한 주동의 형태와 평면에 따라 다양하게 계획했으며, 이를 통해 획일적이고 단편적인 공동주택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가 설계한 고양창릉 S-9 지구 특화설계도. [사진=조달청]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가 설계한 고양창릉 S-9 지구 특화설계도. [사진=조달청]

해안건축의 올해 또 다른 당선사례인 양주장흥 A-2, A-3 지구는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삼하리 일대에 나눔형 공공분양 주택으로 조성된다. 사업면적은 각각 3만4755㎡, 4만6428㎡, 세대수 611세대, 923세대다. 지하 2층~지상 22층 규모로 건설될 예정이다. 오는 12월 사업승인을 받고 2033년 1월 공사를 시작해, 2036년 2월에 준공된다.

㈜시아플랜건축사사무소, ㈜에스파스에이씨엠건축사사무소와 컨소시엄을 이룬 해안건축은 장흥 고유의 다양한 이야기에 집중했다. 길이 흥하는 마을 ‘장흥연화(長興連話)’라는 4가지 이야기의 연결에 중점을 뒀다. 공원과 단지마당의 연화, 노고산과 매내미천의 연화, 주민과 주변단지의 연화, 전원일기 촬영지였던 터전의 기억을 담아 역사와 미래의 이야기를 연결하는 단지를 계획했다.

해안건축 측은 “수려한 자연환경, 시가지와 인접해 다양한 예술문화가 숨 쉬는 장흥은 ‘오래도록 길이 흥하다’라는 그 이름처럼 지역 고유의 다양한 이야기들이 펼쳐지고 있다”며 “우리는 이러한 장흥의 이야기들을 연결하는 A-2, A-3 단지를 조성하고, 주변 요소들과 조화롭게 교류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양주장흥 공공주택지구 전체가 어떻게 길이길이 흥할 수 있을지 이야기했다”고 설명했다. 

명지대학교 건축학과 이재인 교수는 “계획단지 입지를 시간적 층위에 따라 분석해 스토리를 만들어, 단지 계획의 주안점을 도출했다”며 “주변 맥락을 고려해 적절한 단지 시설의 배치 및 동선 계획을 구현한 창의적인 안”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입지 특성 및 주거 이용자 특성을 고려한 명확한 개념을 설정하고 설계로 구현한 계획안”이라고 덧붙였다.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가 설계한 양주장흥 A-2, A-3 지구 특화설계도. [사진=조달청]

업력 35년의 해안건축은 건축 설계 업계의 ‘큰손’이다. 지난해 매출 200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1667억원 대비 20.2% 상승한 실적을 기록함과 동시에 업계 2위의 성적표를 받았다. 매출 규모만큼이나 포트폴리오도 화려하다. 공공기관, 전시장, 학교, 박물관 등 다양한 유형의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최근 성황리에 마친 APEC 정상회담의 주 무대인 화백컨벤션센터 역시 해안건축의 작품이다. 해안건축이 설계해 2015년 개관한 센터는 신라의 누각과 천마총 금제관식을 형상화한 외관디자인, 친환경 설계와 AI기반 첨단 시스템 도입 등으로 지속가능한 스마트 컨벤션의 모범사례로 평가받는다. 

해안건축의 이 같은 성과는 끊임없는 성찰과 변화에서 비롯됐다. 윤세한 대표이사는 창립 30주년 기념 발간집 ‘미래의 기억’에서 “설립 당시부터 선입견을 버리고 항상 이유를 찾으려고 했지만 점차 사세가 확장되며 해안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워졌다”며 “지난 2012년 자연, 사람, 역사에 대한 깊은 통찰을 바탕으로 살고 싶고, 가고 싶은 특별한 장소를 만들자는 철학을 다시 세웠다”고 설명했다.

해안건축은 지난해 7월 ‘가덕도신공항 여객터미널 국제설계공모’에서 당선되기도 했다. 에이치케이건축사사무소, 토문건축사사무소와 컨소시엄을 이룬 해안건축은 관제탑, 통합청사 등 부대건물에 대한 설계권을 받게 됐다.

이외에도 국회의사당 소통관, 서울대학교 정문, 세빛섬 등을 설계하며 설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명확한 설계 철학을 바탕으로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자연·사람·지역의 가치를 보전해가겠다는 방침이다.

윤 대표이사는 “해안건축은 앞으로도 서로에 대한 배려와 자유로운 소통, 공동의 소명과 가치관을 공유할 것”이라며 “한국건축의 세계화에 기여하도록 최선을 다하고 소중한 인재들이 성장하고 발전해나가는 바탕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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