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뻗어가고 세계가 주목하는 K푸드 탑티어 회사들이 직접 K푸드의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들려드립니다. 매번 먹는 거라 익숙하지만 실은 잘 모르는 우리 식품의 깊고 진한 맛을 맛볼 수 있을 겁니다. 김치(대상)-만두(CJ제일제당)-유산균(hy)-빵(SPC그룹)-제과(롯데웰푸드)-아이스크림(빙그레)-맥주(OB맥주)-두부(풀무원) 등 각 분야의 1등 회사가 이름을 내걸고 매주 토요일 [1등의맛]을 배달합니다. <편집자주> (31)
편집자주>[오비맥주 물류팀 주성호 부장] 최근 유통 업계에서 ‘물류’는 단순한 운송을 넘어 브랜드의 품질과 신뢰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식품·음료와 같이 제품의 신선도와 품질이 소비자의 직접적인 경험에 영향을 주는 제품군은 유통 과정에서 전략적 관리가 중요해지고 있다. 이를 위해 유통업계 전반은 AI 기반 수요 예측, 자동화된 재고 관리 등 ‘스마트 로지스틱스(Smart Logistics)’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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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는 이러한 변화를 민감하게 체감하는 제품 중 하나다. 일반적으로 유통기한이 짧은 신선식품이나 냉동식품이 물류 관리 대표 사례로 떠오르지만, 맥주 역시 온도와 시간, 빛에 따라 맛이 미세하게 변하는 발효 음료로서 신선도 관리가 핵심인 제품이다.
나는 우리나라 1등 맥주회사인 오비맥주에서 공장에서 직매장까지 물류 전략을 담당하고 있는 물류팀 주성호다.
오비맥주 물류팀은 출고 후 최대한 빠르게 제품이 매장에 진열될 수 있도록 물류 전 과정을 정밀하게 설계하고 원활한 운영을 통해 소비자에게 가장 신선한 맥주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다. 단순 조달을 넘어, 생산된 맥주를 전국 각지 직매장, 도매상, 편의점, 마트 등 오비맥주가 필요한 모든 곳에 신속하고 정확하게 신선한 제품을 공급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맥주회사 물류팀에서 각별히 신경 써야 하는 것은, 맥주가 빛과 온도 변화 등 외부 환경에 민감한 특성으로 인해 ‘환경·신선도 유지’라는 물류의 난제를 갖고 있는 제품이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맥주회사 물류팀은 제품이 공장을 떠나는 순간을 기점으로 시간과의 싸움을 시작한다. 우리 팀은 매일 아침 수요 예측 데이터를 기반으로 출하 계획을 수립하고, 전국에 위치한 3개 공장(이천, 광주, 청주)에서 출고되는 맥주를 소비자 손에 닿도록 시간 단위로 물류를 조율한다. 날씨, 교통, 재고 상황에 따라 전략을 유연하게 조정하며, 품질 유지와 신선도 확보를 최우선으로 한다.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은 물류에 변수가 많다. 겨울은 맥주에게 혹독한 계절로, 이 시기 물류팀에게 보다 세밀하고 유동적인 관리가 요구된다. 맥주는 얼었다 녹으면 맛이 변하기 쉬워 온도에 따라 비용이 더 들더라도 출하를 일부러 늦추는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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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 한파가 지속된 날이 있었다. 이 때 우리 팀은 비상 경영 체제로 돌아갔고, 밤을 지새며 맥주가 실린 창고의 온도, 이동 시 변동은 없는지 시시각각 체크했다. 또한 창고 내 검수 과정을 강화해 맥주가 실려 있는 팔레트 하단처럼 눈에 잘 띄지 않는 곳까지 꼼꼼히 확인해 동결된 맥주가 소비자에게 전달되지 않도록 관리한다. 이처럼 맥주에서 물류는 단순 운송을 넘어 ‘품질 유지’에 큰 기여를 한다.
국내 주요 식음료 기업들은 이미 AI 기반으로 물류 업무를 보고 있다. 오비맥주 또한 AI 기반 수요 예측 시스템(O9, Prophet)을 활용해 판매 패턴과 날씨, 이벤트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한 창고관리시스템(WMS)을 통해 제품이 어떤 경로로, 어떤 온도에서 이동하는지 추적한다. 오비맥주는 2021년에는 국내 맥주 브랜드 최초로 투명 유리병을 도입하며 제품 패키징부터 ‘신선함과 투명성’을 시각적으로 강화했다. 투명 유리병 도입은 단순한 디자인 변화가 아니라, 홉을 특수 처리하는 방식을 활용해 빛 노출에 따른 맛 변질 리스크를 고려한 포장 혁신이었다. 이는 물류 운송·보관 조건과 맞물려 신선도 관리 전략의 연장 선상에 있다. 또한 오비맥주는 전국 물류 직매장에 전기 지게차 도입 등 친환경 물류 인프라 구축도 병행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물류 체계로의 전환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소비자 손에 맥주 한 잔이 안착하기까지, 누군가의 세밀한 물류 설계 덕분에 신선한 상태로 도착한다. 유통의 본질은 결국 소비자들에 대한 신뢰를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신뢰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온도와 시간을 계산하는 물류 현장의 사람들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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