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를 통해 시(詩)를 짓는 '성애경 사진작가'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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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를 통해 시(詩)를 짓는 '성애경 사진작가' 화제

저스트 이코노믹스 2025-11-08 07:41:00 신고

'고요한 명상'에 더 가까운 경혐

찰나를 넘어선 감정 아카이브

 사진작가 성애경의 작업을 마주하는 것은, 격렬한 순간의 포착이라기보다는 '고요한 명상'에 가까운 경험이다.

 그녀는 스스로 "사진은 멈춘 시간이 아니라, 그 시간을 기억하게 하는 감정입니다. 저는 감정을 사진에 담아, 누군가의 기억이 되기를 바랍니다"라고 말한다. 이는 그녀의 예술 철학을 관통하는 핵심 단어다. 사진을 단순히 시각적 기록으로 여기는 대신, 시간의 흐름 속에서 피사체가 내포한 깊은 정서적 울림을 길어 올려 관람자에게 전달하는 '서정적 다큐멘터리(Lyrical Documentary)'의 영역을 개척한 것이다.

 20대 초반 카메라를 처음 잡은 이래, 성애경 사진작가는 일상의 찰나를 섬세한 빛과 구도로 재해석하며 자신만의 시각 언어를 구축했다. 그녀의 렌즈는 겉으로 드러나는 사실보다는 그 이면에 숨겨진 ‘존재의 기척’을 포착하려는 탐구자의 시선을 담고 있는 셈이다.

성애경 사진작가가 스스로 꼽은

자신의 애착 작품 '라마승의 주방'

2019년 에베레스트산에서 찍은 사진이다.

"저녁을 준비하는 라마승

 눈내리는 에베레스트의 소중한 식당

 고랭지 감자가 익어간다"

 사진 작품이 아니라 한편의  시(詩)를 눈으로 보는 듯하다.

라마승의 주방
라마승의 주방

다른 '열손가락 같은 작품'도

모두가 시(詩)를 보는 듯하다.

새벽
새벽

새벽. 네팔. 트리슬리.2010년

 "나무 태우는 내음과 어디선가 들려오는 불경읆는 소리.... 

 이 마을은 새벽부터 붓다와 함께였다."

헬기에서 바라본 계곡
헬기에서 바라본 계곡

 헬기에서 바라본 계곡. 네팔. 2011년

"헬기에서 바라 본 저 계곡으로 빠져 드는 듯 하다"

타르푸의 여인
타르푸의 여인

 타르푸의 여인. 네팔. 타루푸. 2010년

키나발루 산
키나발루 산

키나발루 산. 말레이시아. 2010년

"동남아시아에의 최고봉(4095m)이자 영혼의 안식처 카니발루산

이 웅장한 아름다움에 말을 읽었다"

 

 성애경 작가의 초기 미학은 대비되는 요소의 미묘한 균형에 의해 정의된다. 2019년 개인전 「빛과 그림자」의 제목이 상징하듯, 그녀는 빛이 밝히는 희망과 그림자가 드리우는 소외를 동시에 포착하며 인간 삶의 이중성을 탐구했다.

대표적인 초기 시리즈인 「고요한 기척」, 「시간의 틈」, 「서울의 그림자」는 이러한 작업의 궤적을 명확히 보여준다.

「고요한 기척」: 이 시리즈는 작가 특유의 정적이면서도 강렬한 시선으로 일상 속 무심한 순간들에 집중한다. 여기서 '고요함'은 침묵이 아니라, 표면 아래에서 감지되는 미세한 감정의 움직임, 즉 '기척'을 발견하는 통로이다. 그녀는 절제된 구도와 톤을 통해 감정의 밀도를 역설적으로 높이며, 현대인의 내면을 조명했다.

「서울의 그림자」: 개인의 내면적 감성에서 출발한 시선은 이 시리즈를 통해 도시와 사회의 이면으로 확장된다. 그녀는 도시의 소외된 공간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적 시각으로 풀어내며, 사회적 관심사에 대한 예술가의 책임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엄홍길 산악 대장과의 만남

네팔과 히말라야 배경 계기

성애경 작가의 예술적 궤적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작업은 대한민국 대표 산악인 엄홍길 대장과의 사진 프로젝트다. 이 작업은 성애경 작가의 사진이 개인적 감성의 영역을 넘어, 기록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지점으로 진입했음을 알리는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히말라야 8000m급 16좌 완등이라는 경이로운 업적을 이룬 엄홍길 대장을 렌즈에 담으며, 성애경 작가는 산악인의 외적인 강인함이 아닌, 극한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내면에 초점을 맞췄다.

"강인함과 고요함이 공존하는 인간의 내면" 

 성애경 작가는 고독, 도전, 그리고 정신력이라는 심리학적 주제들을 섬세한 빛과 구도로 시각화했다. 이 사진 작업은 단순한 인물 촬영을 넘어, 인간과 자연의 극한 속에서 드러나는 숭고미를 탐구한 명상록으로 평가받으며, 다큐멘터리 인물사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찬사를 받았다.

최근 서울 법련사 불일미술관에서 열린 초대전 '한 울 담다'는 성애경 작가가 도달한 철학적 깊이를 보여준다. 네팔에서 촬영된 이 작품들은 삶과 죽음, 인간의 진화라는 근원적인 주제를 담아내며 , 작가의 시선이 인류 보편적인 존재론적 질문으로 향하고 있음을 명확히 했다. 

성애경 작가는 네팔의 카트만두, 타르푸, 트리슐리 지역과 에베레스트, 안나푸르나, 랑탕 등 웅대한 자연과 그 속의 사람들의 일상, 문화에 깊숙이 파고들었다. 그녀의 렌즈에 포착된 뜨거운 불과 연기, 일상 속 노동, 그리고 사라져가는 생명의 순간들은 , 삶과 죽음이 분리된 세계가 아니라 "하나의 숨결로 이어진 순환"임을 역설한다.  

 이 전시는 인간의 근원적 삶과 존재의 순환을 사유하는 자리였으며 "모든 생명은 결국 하나로 이어진다"라는 깊은 울림을 관람객에게 전했다. 그녀의 사진은 덤덤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을 통해, 인간이 살아간다는 것의 숭고함을 조용히 전달한다. 

성애경 작가의 렌즈는 여전히 가장 절박한 현실을 향하고 있다. 그녀는 한국의 소멸위기 지역 등을 기록하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으며, 사진을 통해 사회적 메시지를 전하는 시각적 저널리즘에 도전하고 있다.

  성애경 작가는 단순히 사라져가는 풍경을 기록하는 것을 넘어, 네팔 프로젝트에서 정립한 '순환과 존재의 숭고함'이라는 철학적 배경을 한국 사회의 소멸 위기에 적용하는 시도다. 그녀는 소멸하는 지역과 사람들에게서 발견되는 마지막 '기척'을 포착함으로써, 사회적 반성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영속적인 기억을 구축하고자 한다.

 2021년 국제 여성 사진가 페스티벌 선정작가와 2023년 「포토서울」 선정작가 참여 이력 등, 국내외에서 확고한 위상을 확보한 성애경 작가는 이제 사진가를 넘어 '시각적 역사가(Visual Historian)'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려 한다.

 성애경 작가의 렌즈가 앞으로도 조용히 세상을 바라보며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진실을 드러낼 것이라는 기대는, 단순한 전망을 넘어 한국 현대 사진계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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